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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장 애니포인트 대표 "TV 광고 새 길 개척, 글로벌 어드레서블 애드테크 노린다" [Pe&People]"실시간 개인화 광고로 TV 한계 극복, 해외 진출도 속도"

김예린 기자공개 2023-09-21 08:18:3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같은 시간 동일한 채널을 틀었는데 개별 가구마다 화면에 뜨는 광고가 저마다 다르다면? 육아에 한창인 주부 앞 TV 화면에는 아이용품과 주방도구 광고, 10대 고등학생의 경우 학생용 백팩과 운동화 광고가 뜬다. 가구별 취향과 특성에 따라 개인화된 TV 광고를 송출하는 애드테크, 바로 어드레서블(Addressable) TV 광고다.

애니포인트미디어는 어드레서블 TV 광고 시장을 개척한 국내 1위 애드테크 업체다. 개개인의 니즈에 적합한 맞춤형 광고를 실시간 분석해 송출함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시청자의 니즈와는 관계없이 동시간대 채널에 일괄적으로 같은 광고를 뿌리는 탓에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기존 TV 광고의 한계를 깼다는 평가다.

어드레서블 TV 광고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한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애니포인트미디어가 유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찾기 어렵다. 이를 틈타 애니포인트미디어는 국내를 넘어 인도네시아, 카타르, 동남아시아, 인도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애니포인트미디어에 150억원을 베팅한 이유다.

서울 강남 본사에서 만난 백원장 애니포인트미니어 대표는 케이스톤파트너스를 통해 두둑이 장전한 실탄을 발판 삼아 글로벌 1위 애드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 광고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는 TV광고계에 미래를 제시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잠재력 큰 어드레서블TV 시장 개척한 선도 기업


어드레서블 TV는 프로그램 전·후·중간 시간을 통으로 구매해 동일 시간·채널에서 같은 광고만 보여줬던 기존 광고와 달리, 개별 가구의 TV마다 다른 광고를 집행한다. 시청 이력과 가구 구성원의 연령·나이·성별 등 셋톱박스에 저장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가구별 특성을 파악한 뒤 관심사에 적합한 광고를 송출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광고 기술을 TV에 도입한 셈이다.

2015년 간판을 단 애니포인트미디어는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일찍이 알아보고 어드레서블 TV 실시간 타깃팅 광고 플랫폼 ‘플라워(FLOWER)’를 개발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구글의 어드레서블 TV 광고 기술 파트너사로 선정돼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납품계약을 맺는 등 해외 진출 움직임도 공격적이다. 국내외 1300만 이상의 가구를 대상으로 어드레서블 TV 광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플라워가 지연 없이 정확한 시간에 광고를 시작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점은 주목할 포인트다. 어드레서블 TV 광고가 디지털 광고의 기술을 활용한 것임에도 확연히 다른 점은 절대 방송 사고가 있어선 안 된다는 데 있다. 유튜브 등 디지털 광고에서는 동시 접속자가 급증하면 화면이 멈추거나 느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방송사고로 이어지진 않는다. 기존 TV 광고의 경우에는 같은 채널을 송출하는 TV 네트워크 망으로 광고를 내보내기 때문에 지연 우려가 없다.

어드레서블 광고는 다르다. 가구별 다른 광고를 내보내더라도 광고 시작부터 끝나기까지 타이밍은 동일해야 한다. 0.1초라도 지연되면 광고 일부가 잘리거나 직후 편성된 방송 프로그램 송출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방송 사고를 용납할 수 없는 TV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정확한 목표 시간에 광고가 송출되도록 함으로써 개인 맞춤형이면서도 일반 TV 광고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 애니포인트미디어의 핵심 경쟁력이다.

광고 편성 기준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플라워 플랫폼은 거주지 내 유무선 공유기에 연결되는 셋톱박스, 휴대폰, 아이패드 등 IP 주소가 잡히는 모든 스마트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크로스 스크린 타깃팅’ 도 가능하다. 덕분에 지역과 성별, 연령 등 기본적 특성뿐 아니라 ‘A 지역에 거주하는 특정 앱 사용자’ 등 구체적으로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효과는 뛰어나다. 한정된 광고 시간을 시청자나 지역 특성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고, 노출 효과도 즉시 확인 가능하다.

백 대표는 “집에 있는 유무선 공유기에는 셋톱박스, 스마트폰 등이 연결돼 있다. 기기마다 각각 IP 주소가 존재하지만, 집 밖에서 신호를 잡으면 유무선 공유기 IP 주소로 통일된다”며 “거주지 내 어떤 스마트 기기들이 있고 기기마다 어떤 앱이 깔려 있는지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정교한 분석과 타깃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TV 광고는 닐슨의 시청률을 기반으로 광고 효과를 추정하지만, 어드레서블TV 광고는 누구를 대상으로 몇 번 송출한 결과, 가구당 평균 시청 횟수와 시간이 얼마나 늘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애니포인트미디어

◇디지털 광고에만 적용됐던 차세대 기법, TV 광고에 '쏙'

리타겟팅 기법도 도입 중이다. 리타겟팅 광고는 소비자들이 특정 웹페이지에서 검색한 상품을 다른 웹페이지를 방문할 때, 배너 또는 팝업 광고 형태로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재광고하는 기법으로 디지털 광고에서 많이 활용된다. 기존 TV 광고는 데이터 분석 없이 일괄 송출되는 탓에 리타겟팅 기법을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데이터 분석을 거치기에 도입 가능하다.

롱테일 고객 유치가 가능한 점은 애니포인트미디어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롱테일 전략은 기존 소외됐던 중소규모 고객들을 유치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에는 TV 광고를 전국 단위로 해야 했기에 수천만원, 수억원이 들었다. 반면 어드레서블TV 광고를 활용하면 송출 범위를 동네 1~2곳으로 좁힐 수 있어 수십만원만 대면 된다. 광고에 엄두가 나지 않던 중소규모 상인, 즉 롱테일 고객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백 대표는 “TV 광고를 보다가 끌리면 손가락 버튼만 눌러도 물건 구매가 가능한 차세대 커머스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광고에서나 볼 수 있던 서비스를 TV 시장에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광고 유형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스톤파트너스에서 유치한 자금은 해외 진출과 R&D 강화에 쓸 예정이다. 이미 △인도네시아 '텔컴인도네시아' △베트남 'VNPT' △중동의 OTT 업체 '비인스포츠'와는 플라워 공급 계약을 맺었다. △태국 'AIS' △말레이시아 '아스트로' △인도 '에어텔' 등과도 계약 체결을 위해 협의 중이다. 동남아부터 장악해 유럽, 중남미, 북미 위주로 고객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플라워를 셋톱박스나 OTT 앱에 장착시키고 나면 이용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사가 나타나기 전 빠르게 시장을 독점해 락인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패스트(FAST·Free Ad-Supported TV)' 시장의 성장세에도 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FAST는 기존 TV 방송과 OTT의 중간 형태다. OTT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면서 구독료가 없는 대신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TV 제조사가 직접 콘텐츠를 확보하는 동시에 광고 수익을 받는 구조다. 수익성을 높이고자 광고를 많이 돌릴 수밖에 없고, 광고효과를 극대화해주는 솔루션에 대한 니즈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TV 제조사 등으로 고객 범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 쓴 실패의 맛, 달콤한 결실 맺는 밑거름으로

백 대표는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대학원을 거쳐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과 한국의 대학에서 산업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애니포인트미디어와 딱 맞닿아 있는 이력은 아니다. 지금의 백 대표를 만든 터닝 포인트는 입대 시절 찾아왔다. 대체복무제도 덕분에 군대가 아닌 정부 연구소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할 기회를 얻었고, 3년간 프로그래밍의 즐거움에 빠졌다. 미국 대학교에서 산업공학 학위를 받게 된 계기다.

프로그래밍의 즐거움은 교수직에서 나아가 사업가로서의 삶을 꿈꾸는 매개체가 됐다. 2000년 교수를 관두고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엔젤 투자자들의 지원과 신뢰를 등에 업고 바닥부터 시작했다. 데이터 전용 통신망을 활용한 증권 거래 서비스, TV 포털 서비스 등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돈이 채 떨어지기 전 사활을 걸어 도전한 것이 바로 애니포인트미디어다.

여러 번의 실패 경험이 있었지만 애니포인트미디어가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프로그래머를 포기하면서 본인만의 개발팀을 꾸리지는 못했지만, 여러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든든한 동반자들을 얻는 데 성공했다. 피보팅을 거듭하며 발전하는 모습에 초창기 투자자들도 여전히 그와 함께하고 있다.

백 대표는 “여러 실패 경험 속에서 얻은 경험과 함께해준 사람들은 애니포인트미디어를 창업해 지금까지 키워내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며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애니포인트미디어의 꿈을 믿어주고 파트너가 돼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는 어드레서블 TV 광고업체가 우리뿐이고 해외에도 많지 않다”며 “시장을 빠르게 독점해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원장 애니포인트미디어 대표이사 프로필

△1980년~1984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학사 학위 취득
△1984년~1986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기계공학부 석사 학위 취득
△1990년~1992년 미국 휴스턴대학교 산업공학과 박사 학위 취득
△1986년~1989년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원
△1992년~1996년 미시시피주립대학교 교수
△1996년~2000년 한국외대 교수
△2000년~2004년 리얼텔레콤 CEO
△2004년~2005년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2004년~2005년 코리아텔레매틱스 CEO
△2005년~2008년 드리머 CEO
△2008년~2008년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경영자과정
△2008년~2015년 미국 AMG 창업자 및 CEO
△2014년~2017년 카이스트 겸직교수
△2015년~현재 애니포인트미디어 창업자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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