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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런웨이 확보"…브릿지바이오 생존전략은 넉넉지 않은 자금에 효율적 투자 최대 관건…핵심 두 개 물질에 전력

정새임 기자공개 2023-10-06 09:50:51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2년간 증자로 약 53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브릿지바이오가 2년간 비용 절감과 자체 현금 창출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만큼 하반기 사업개발전략도 자연스레 '선택과 집중'으로 모아진다. 3~4개 파이프라인 운영이라는 본래 계획도 뒤엎었다. 시장성이 높은 핵심 신약 두 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성 떨어진 파이프라인, 초기에 과감히 정리

브릿지바이오의 하반기 사업전략 핵심은 시장성이 높은 폐암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브릿지바이오는 △BBT-401(궤양성대장염) △BBT-877(특발성 폐섬유증) △BBT-176(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BBT-207(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삼고 동시에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 중 BBT-176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BBT-176은 최근까지 브릿지바이오가 핵심으로 밀던 파이프라인이다. 타그리소·렉라자 등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뒤를 잇는 4세대 표적항암제다. 3세대 약제를 쓴 환자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C797S 내성변이와 함께 T790M, 엑손19결실까지 삼중 변이를 억제한다. 최근 1상 임상 결과가 2023 세계폐암학회(WCLC 2023)에서 발표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이어 1/2상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임상시험을 자진 취하했다.

브릿지바이오가 BBT-176의 개발을 포기한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치료 지침의 변화로 시장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BBT-176이 타깃하는 변이 중 T790M은 이레사 등 1·2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썼을 때 나타나는 변이로 알려져 있다. 1차 치료제 1·2세대를 쓰고 2차로 3세대 약물을 쓴 뒤에도 내성이 발생한 환자를 타깃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최근까지도 1·2세대-3세대로 이어지는 '순차치료'가 대세였다. 3세대 타그리소가 아직도 1차 치료제 급여에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바이오가 BBT-176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반면 글로벌의 표준치료는 빠르게 변화했다. 글로벌 1차 표준치료에 타그리소가 우선 권고되면서 1·2세대 약물을 쓰지 않고 바로 타그리소를 쓰는 치료 전략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이는 T790M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T790M 변이를 타깃하는 치료제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브릿지바이오는 기업설명회를 통해 BBT-176의 수요가 필요한 국가에 맞춤형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타그리소가 1차 치료에 급여되지 않는 국가가 극히 드물어 충분한 수요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에서조차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1차 급여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국내 규정상 임상도 수월하지 않다. 4세대 약물이 임상을 진행하려면 더 이상 표준치료요법을 쓸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1·2세대-3세대-항암화학요법까지 3차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4세대 약물 임상에 참여할 수 있다. 환자들은 여러 약제를 쓰면서 복잡한 변이 양상을 보이고 컨디션도 현저히 저하된 상태다. 약물이 충분한 효과를 증명하기 힘든 여건이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국내에서는 후기 치료에서만 임상을 실시할 수 있는 탓에 4세대 약제의 효과가 핑크빛 미래라 보기 힘들다"며 "또한 글로벌 치료전략이 타그리소 1차로 바뀌며 이중 변이만 나타나기 때문에 삼중 변이 타깃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비주력 질환의 개발도 포기했다. 2020년 건국대학교로부터 도입한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의 개발 권리를 반환했다. 암과 폐섬유화 질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기술수출·새 수익원 마련 총력…2025년까지 런웨이 확보 목표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5월 3자배정 유상증자로 486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1년 3개월 만에 같은 방식으로 6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반년 넘게 별도의 현금이 유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464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276억원으로 약 200억원 줄어들었다.

글로벌 2상을 진행 중인 BBT-877은 1상보다 더 많은 비용을 요한다. 현재 기준 모집한 환자는 40여명으로, 2상을 완료하기 위해 80명의 환자를 추가로 모집해야 한다. 또 다른 신약물질 BBT-207 역시 하반기 임상에 진입하게 된다.

회사의 자원이 BBT-877에 집중된 현 시점에서 파이프라인의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인 수순으로 보인다. 연내 추가 증자는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에 비용의 효율적 사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BBT-877에 대한 첫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 위원회(IDMC) 회의가 열렸고, 조만간 회의 결과를 수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파트너링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최근 BBT-877과 같은 오토택신이 면역항암제와 병용 시 반응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이 경우 시장성을 대폭 넓힐 수 있다.

BBT-877 외 하반기 집중할 파이프라인으로 브릿지바이오는 BBT-207을 꼽았다. BBT-176보다 시장성이 훨씬 높은 이중 변이 표적항암제다. BBT-207은 3세대 약물을 쓴 뒤 나타날 수 있는 C797S 변이를 주로 타깃한다. 글로벌 경쟁약물로는 블랙다이아몬드의 BDTX-1535가 있다. BDTX-1535 역시 개발 초기 단계로, 속도 면에서 BBT-207이 그리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브릿지바이오는 BBT-207이 전임상에서 BBT-176보다 더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고 했다. C797S뿐 아니라 EGFR 돌연변이 전반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회사는 주장했다.

브릿지바이오는 하반기 BBT-207의 1/2상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실시하는 이번 임상은 오는 2028년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임종진 브릿지바이오 부사장은 "BBT-176과 212의 개발 중단과 추가 자금절감 노력으로 2025년까지 런웨이(현금이 고갈되기 전까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간)를 확보하겠다"며 "더불어 회사가 추진 중인 임상개발 협력 사업 모델(DIBO) 등을 통해 현금 창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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