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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발 훈풍, 리걸테크 개화]변협 8년 갈등 봉합, 법률 서비스 '게임 체인저' 될까[총론]5년간 모험자본 1000억 유입…'공급자·수요자' 확대 포문, VC 투자 분위기 '확산'

이영아 기자공개 2023-11-09 08:50:11

[편집자주]

리걸테크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법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VC 업계에선 리걸테크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벨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법률시장을 뒤흔들만한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간 분쟁에서 법무부가 로톡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리걸테크 산업이 활성화되면 법률시장의 양적·질적 팽창이라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일 더벨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액을 추산한 결과, 5년간 약 11개 기업에 1000억원가량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변협과 로앤컴퍼니의 갈등이 격화하던 2021년과 2022년 사이에도 로앤컴퍼니, 엘박스, 모두싸인 등 기업에 600억원가량의 투자가 집행됐다. VC업계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이 법률시장의 소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될지 주목하며 향후 투자전략을 세우고 있다.

◇리걸테크, 법률 서비스 시장 판 키운다

로앤컴퍼니는 2015년부터 변협 등 변호사 단체들과 운영의 적법성을 놓고 다퉈왔다. 이는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로앤컴퍼니는 변협이 2021년 5월 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변협 광고 규정을 개정하며 갈등이 격화되자 3996명까지 확보했던 변호사 회원 수가 절반 이상 떨어졌다. 변협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5개월간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123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자, 로톡과 변협의 8년간 긴 싸움에 사실상 마침표가 찍혔다는 평이다. 향후 리걸테크 산업의 성장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로앤컴퍼니는 법무부 판결 이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3년 안에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국내 최초 리걸테크 유니콘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리걸테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8조1861억원으로 전년대비 5.8%가량 성장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5%가량 규모가 커졌다. 이는 국세청의 법무법인과 개인 변호사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신고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수치로, 지난 10년 동안 매년 5~10%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봐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법률 서비스 시장 규모는 7525억달러(약 987조원), 연평균 성장률은 4.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4.52% 성장해 9386억달러(약 123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법률 서비스 시장 확대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성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전세계 법률 서비스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4.8배 증가하는 동시에 약 102조원의 새로운 법률 시장이 창출됐다. 동기간 인구수 3.8%, 변호사 수 6.5%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의 전체 규모를 약 27% 확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가구소득이 800만원 이상, 400~799만원, 400만원 미만인 그룹에서 각각 시장 확대 효과가 23%, 25.4%, 28.2%로 조사됐다. 리걸테크 플랫폼은 비용 장벽 때문에 법률접근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에게 더 큰 효용을 제공하며,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자·수요자'확대, 시장판도 바꾼다

리걸테크 산업의 성장은 법률시장 양적·질적 확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먼저 공급자(변호사)들의 단위 시간당 생산성 및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자료 조사, 판례 검색 등 사무에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인간은 변론 작성이나 사건 재구성 등 창조적인 업무에 집중하는 식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법률 업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4%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법률 서비스 진입 장벽 또한 낮아질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이경선 KISDI 연구위원은 "변호사 상담료가 평균 10분에 2만원 수준일 때 플랫폼의 존재로 인해 변호사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의 비율은 18.8% 포인트 증가한다"며 "법률서비스 이용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이용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걸테크 확산을 위한 제도적인 보완책도 마련되고 있다. 법무부는 리걸테크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 로톡 판결을 기점으로 법률플랫폼의 올바른 운영을 위한 객관적인 기준 정립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리걸테크 시장도 한국과 유사한 부침을 겪었지만, 변호사 이용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시장 확대의 물꼬를 텄다. 일본 리걸테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9.8%로 집계된다. 일본 증시에서 2조원이 넘는 기업가치(시가총액)를 인정받는 '벤고시닷컴' 등도 탄생했다.

국내 리걸테크 플랫폼의 공급자·소비자 지표 또한 꾸준히 증가세다. 로앤컴퍼니의 변호사 회원 수는 약 2200명, 로앤굿은 1500명에 달한다. 특히 로앤컴퍼니는 2014년 로톡 출시 후 85개월 연속 입점 변호사 증가세를 보였다. 또 로앤컴퍼니는 지난해 2300만명이 방문했으며, 로앤굿은 2년 만에 2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판 커지는 리걸테크, 투자 열기도 '확산'

현재 전세계 리걸테크 업체 수는 7500여곳에 달한다. 누적 투자 규모는 119억달러(약 16조1000억원)가량이다. 그중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가 최근 2년간 진행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리걸테크 분야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은 7개 사이며 예비 유니콘은 27개 사다. 상장기업도 15개 사에 이른다.

세계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리걸테크 투자 전문 벤처 펀드는 매년 약 13%가량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리걸테크 분야 투자금은 총 34억3000만달러(약 4조5001억원)를 기록했다. 가트너는 글로벌 로펌 및 기업 법무팀이 2025년까지 리걸테크에 투자하는 금액을 약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또한 리걸테크를 향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은 30여곳으로 집계된다. 올해에만 로앤굿(70억원), 엘박스(20억원), 넥서스AI(20억원), 리걸케어(구 렉시냅틱스, 비공개) 등이 투자를 유치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삼성벤처투자, 프라이머사제, 하나벤처스, 소풍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앞서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이 격화하던 시기에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스프링벤처스, 나우IB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 등이 리걸테크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다.

법무부 판결 이후 국내 VC는 리걸테크 투자를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 있고, 검토 또한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변호사 업무를 돕고, 고객 시장 유입을 확대하며 법률 시장 확장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리걸테크 기업 옥석 가리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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