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마 남동공단은 아니겠죠? 남동공단만 안 가면 좋을 것 같네요."평소 교류하는 한 은행 관계자가 인사철만 되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인사를 기대하면서도 험지는 피하고 싶은 직장인의 애환이 담겼다. 남동공단은 인천시 남동구 소재 국가산업단지로 수많은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이 위치한 곳이다. 국가적으로 뿌리 산업을 책임지는 요충지이지만 은행권에서는 험지의 대명사다.
영업에 잔뼈가 굵은 행원에게도 남동공단은 쉽지 않은 지역이다. 기업이 밀집한 지역 특성 때문에 전담역 1명당 관리하는 거래처 숫자가 많고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는 미팅 일정도 빼곡하다. 경쟁 은행도 대부분 진출해 있어 고객 관리를 소홀히 했다간 타행에 뺏기기 십상이다.
최근 말로만 듣던 남동공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은행 남동·송도BIZ프라임센터 개점식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남동공단 중심 상권 한복판에 문을 연 이 센터는 우리은행의 세 번째 중소기업 영업 특화 점포다. 앞서 문을 연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 창원·녹산BIZ프라임센터도 남동공단과 비슷한 이유로 험지라 여겨진다.
현장에서 만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험지에 전진 기지를 세우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행장 취임 전부터 알고 지내던 남동공단 소재 기업 대표들을 개점식에 초대해 출정을 기념했다. 행사 후에는 기자에게 인천 지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때까지 동반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행사 후 타행 관계자들의 반응을 들어보면 주요 국가산단 공략을 조 행장의 무모한 도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공격적인 영업을 뒷받침할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먼저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경쟁사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평가다. 조 행장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인 중소기업 대출 확대 성과가 나지 않으면 부담이 커진다.
그럼에도 험지 도전이 남길 것들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우선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키코, 라임, 횡령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를 겪은 뒤 자신감 결여가 고질적인 문제로 남았다. 공략이 어려운 지역 영업에 도전해 조금씩 성과를 내면 구성원들은 우리은행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영업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정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 행장은 지점장 시절 KPI(핵심역량지표) 1등상을 수상한 영업통이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주의를 뿌리내릴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험지에서 낸 성과에 걸맞은 보상 제공을 시작으로 전행적인 조직 문화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조 행장은 취임식 때 공언한 것처럼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본부장, 지점장과 고객사 미팅에 동행하는 일정이 주를 이룬다는 전언이다. 영업에 직접 나서는 선봉장 타입으로 험지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조 행장의 행보가 우리은행에 자신감과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남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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