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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로톡발 훈풍, 리걸테크 개화]이진 엘박스 대표 "지속가능 캐시플로우 만들겠다"②"국내 최대 판례 데이터베이스, AI 사업과 시너지 날 것"

이영아 기자공개 2023-11-22 08:15:50

[편집자주]

리걸테크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법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VC 업계에선 리걸테크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벨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지속적 캐시플로우를 일으키는 영속적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창업가 시각으로 봤을 때 법률 분야는 혁신 여지가 많다. 리걸테크는 데이터 비즈니스다. 이런 본질에 집중했을 때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

이진 엘박스 대표(사진)는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엘박스는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이진 대표가 2019년 창업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307만건의 판례를 데이터베이스(DB)로 보유하고 있다. 시장 신뢰도 두텁다. 국내 전체 변호사 3만5000명 중 약 1만6000명이 엘박스 고객이다.

이 대표는 법률 시장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엘박스를 창업했다고 전했다. 우선 판례 검색 시장에 집중한 것도 변호사의 업무 효율성을 즉각 높여주는 데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엘박스가 밟고자 하는 '넥스트 스텝' 또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변호사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만든다는 목표다.

◇창업 위한 미국 유학길, 리걸테크 주목

이 대표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9년 사법연수원을 제38기로 수료한 이후 공군법무관 군 판사로 3년 복무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M&A(인수합병) 등 기업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창업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대학교 MBA에 진학했고 귀국해서 엘박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리걸테크는 변호사 시각으로 봤을 때보다 창업가 시각으로 봤을 때 혁신 여지가 많다"면서 "리걸테크는 데이터 비즈니스로, 이런 본질에 집중했을 때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직관을 가다듬고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판례검색 시장에 집중했다. 당시 이 대표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을 때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판례검색 서비스는 많았다. 귀국 후 엘박스를 창업했을 때만 해도 관련 시장에 5번째로 진입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엘박스는 창업 후 1년 만에 가장 많은 판례 데이터를 보유한 사업자로 거듭났다.

이 대표는 "판례검색은 변호사에게 가장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다"면서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식의 가치가 아니라, 있다는 것을 아는 이상 반드시 써야만 하는 절박한 수준의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승패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판결문 검색 시장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시 판례검색 서비스가 제공하던 사례는 30만개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80년 가까운 시간에 30만개 기록을 가졌다는 것은 굉장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만개 DB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도전장을 냈다"며 "엘박스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100만개 DB 구축에 성공하며 목표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데이터·이용자 우위 확보, AI 사업 집중

엘박스는 100% 전문판례 검색을 제공하며 두터운 고객층을 만들었다. 국내 전체 변호사 중 절반이 엘박스 고객이다.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국내 10대 로펌이 모두 엘박스를 이용하고 있다. 경찰청,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 등 주요 국가기관, 삼성, SK, 현대차, 엘지, 포스코,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도 엘박스 서비스를 사용한다.

이 대표는 "리걸테크는 데이터 비즈니스"라며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데이터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를 많이 확보한 것은 데이터 고도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변호사가 자발적으로 판례 데이터를 공유해주고, 이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냈다"고 말했다.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엘박스는 넥스트 스텝을 착실히 밟고 있다. AI 기반 신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법률 AI에 있어서 엘박스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엘박스는 2021년부터 대규모언어모델(sLLM)을 비즈니스에 활용해왔다"며 "법률 데이터를 수집·가공하고, 이미지를 텍스트로 바꾸고,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 전반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법을 더 가깝고 의미있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외연을 넓히겠다는 게 회사 측의 구상이다. 그는 "리걸테크와 LLM 분야의 궁합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맞는다"면서 "엘박스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기업간거래(B2B) 양쪽에서 두 가지 방향성을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B2C 측면에선 법률상담챗봇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소비자가 법률적 문제에 당면했을 때, 해당 문제와 가장 유사한 사례를 해결한 변호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중심 B2B 확장 계획도 갖고 있다. 변호사를 위한 업무툴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기업, 정부, 공공기관 고유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LLM을 하나씩 구축해 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 경영에 방점, 펀딩은 내년으로

이 대표는 판례검색 시장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었던 것처럼 리걸테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미국변호사협회(ABA)에서는 변호사 행위 규범을 제시하는데, 변호사에게 기술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생산성 도구가 변호사 의사결정·업무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엘박스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때 최우선 되는 목표는 기술과 서비스 혁신"이라며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오퍼레이션이 덜 치밀하거나, 재무적인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 캐시플로우를 일으킬 수 있는 영속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자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상당히 성숙도가 올라가 있어서 이제 현금을 잘 벌어다 주는 영역이 있고, 아직은 그렇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분야도 있는데 엘박스는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했다.

이 대표는 "LLM 모델 구축을 위한 인재 영입은 당장 매출에 큰 기여가 없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하고 있다"면서 "당장 손익분기점(BEP) 달성이라는 눈앞의 과제보다 더욱 중요한 비전이 있고, 매출 증가율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완료하며 사업 확장 밑천이 될 자금은 마련한 상태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25억원으로 전년 대비(약 9억원) 3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개시할 시리즈C 라운드는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아닌 밸류업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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