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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영업손실폭 확대…롯데베르살리스 10년 현주소는장부가 수년째 '0원' 처리…"인증보다는 시장 상황의 문제"

이호준 기자공개 2023-12-04 13:35:38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1일 15: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어느새 세월이 흐른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10년 전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와 손잡고 차린 합성고무 제조업체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이하 롯데베르살리스)다. 롯데케미칼이 지분 50%에 1주를 더 가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사업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계열의 기초화학소재 제품이다. 다운스트림 제품인 합성고무는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의 텃밭이었는데 롯데케미칼은 기존 수익 구조에 '플러스 알파(α)'가 되어줄 미래 먹거리로 기대하며 이 시장에 진출했다.

2013년 '롯데베르살리스' 설립 당시 (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 다니엘 페라리 베르살리스사 대표,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

롯데케미칼은 애지중지 시설 투자와 사업 유지를 위한 출자를 반복하며 사업 안착에 온 신경을 썼다. 실제 롯데베르살리스는 2017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부지에 연산 20만톤(t) 규모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 및 에틸렌프로필렌고무(EPDM)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이에 더해 2018년 일회용 기저귀 등에 쓰이는 핫멜트 시장을 겨냥, 5만t 규모로 스티렌 이소프렌 스티렌(SIS)·스티렌 부타디엔 스티렌(SBS) 공장을 완공했다. 회사는 현재 150명의 직원, 연 9만6000t·10만t의 EPDM·SSBR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베르살리스의 안착을 위해 롯데케미칼은 매년 적게는 135억원 많게는 550억원 가까지 출자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출자금만 30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롯데베르살리스에 1295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도 맺고 있다.

문제는 성과다. 합성고무 시장은 타이어 업체 등 글로벌 고객사들의 품질인증 절차 등이 까다로워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관측된다. 이에 롯데베르살리스는 상업 생산을 시작한 2018년 이후 누적된 영업손실액만 3164억원에 이른다.

2017년 '롯데베르살리스' 여수공장 준공식 당시 사진 왼쪽 세번째부터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허수영 롯데그룹 BU장

장부가는 '0원'이 된 지 한참 오래다. 롯데베르살리스 장부가는 2018년 1509억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 1785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후 꾸준히 깎였다. 2020년부터 롯데케미칼은 아예 보유한 롯데베르살리스 주식 장부가액을 '제로(0)'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만 고객사 인증 문제가 해소되고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실적이 회복될 거란 이유에서였다. 실제 롯데베르살리스의 영업손실은 해마다 감소해 2022년 156억원까지 축소됐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역시 지난해까지 "롯데베르살리스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며 "최근 중요한 인증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베르살리스의 올해 영업손실은 275억원이다. 지난해(156억원)보다 손실 폭이 더 커졌다. 매출(1720억원) 역시 전 분기(1930억원) 대비 감소해 생산능력 확장에 기반한 성장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위: 억원)

롯데베르살리스의 부진 폭이 커진 건 전방산업인 타이어 수요 약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여기에 주요 원료인 부타디엔 등의 가격 급등으로 제품 스프레드 개선도 이뤄지지 못했다. 내년 초까지도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롯데케미칼의 재무 사정은 썩 좋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별도 영업손실 242억원을 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로 재무 부담도 커져 올해 신용등급이 AA0(안정적)로 한 단계 하락했다.

합성고무 업계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 같아선 인증 문제는 아니고 시장 상황의 문제로 보인다"며 "금호석유화학이나 LG화학의 합성고무 사정도 좋지 않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안정한 업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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