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빨라진 공모채 발행시계, IB들 '1월 성과' 사활월별 발행량 역대급 기록 전망, 주관사 경쟁 '격화'
김슬기 기자공개 2024-01-12 07:39:21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공모 회사채 발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증권사 투자은행(IB) 업계도 분주하다. 올해는 특히 1월에 발행이 몰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일반 회사채(SB) 순위는 1분기에 윤곽이 나왔으나 올해는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다.특히 주요 발행사들이 주관사단을 대형화하면서 한 건을 주관해도 집계되는 실적이 적어지는만큼 되도록 많은 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기조다. 부채자본시장(DCM) 상위 하우스들은 주관사단 포함여부에 민감하다는 후문이다. 되도록 단독이나 두 개 하우스 정도의 주관사를 꾸리길 희망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 2023년 1분기 순위가 연간 순위까지 영향…올해는 1월 순위가 관건
10일 IB업계에 따르면 이달에 공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사는 40여곳 안팎으로 파악됐다. 추정되는 발행액이 10조원 가량, 증액발행을 고려하면 실제 발행규모는 이를 휠씬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과 2023년까지의 추세를 보면 1월 발행총액은 5조~7조원대였다.
통상적으로 1~2월은 회사채 시장 성수기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재개하면서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연초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주요 발행사들이 발행을 앞당기면서 1월이 1년 농사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공모 회사채 시장은 사상 최대치인 162조원을 넘기는 등 역대급 발행이 이뤄졌다. 이 중 SB 역시 63조원 넘게 발행되면서 저금리였던 2021년(66조원대)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연간 리그테이블 순위 윤곽이 드러난 것은 1분기였다. 올해는 이같은 추세가 더 앞당겨지는 것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3년 1월만 해도 SB 주관 순위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순이었으나 1분기말에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해당 1분기말 1~8위까지의 순위는 연간 순위와도 동일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공모채 발행속도가 빨라지면서 1월의 성과가 더 중요해졌다"며 "발행사들이 주관사단도 대형화하는 추세여서 업무는 많아지는데 실적 자체는 많지 않아서 이에 대한 고민도 크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단독 주관 등이 중요한데 이런 경우는 현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 주관사단 대형화에 경쟁은 더 치열
올해 1월부터 공모채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B들의 고민거리도 있다. 최근 발행사들이 주관사단을 대형화하는 추세기 때문에 업무량은 많아지는데 비해 실속을 챙기기 어려워서다. 일례로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쇼핑의 경우 주관사를 8개까지 확대하면서 하우스 한 곳이 가져가는 평균 인수물량이 200억원(모집액 기준)대다.
다만 증권사 IB들 입장에서는 주관사단이 커지면서 인수물량이 줄더라도 그간 공들여왔던 커버리지를 포기할 수는 없다. 또한 이 때 세일즈를 소홀히 하면 향후 주관사 지위를 이어나가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딜에 쏟는 에너지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대신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중위권 하우스들이 전통 IB 강화 목표로 하는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단을 대형화하는 게 발행사에는 당장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 모집이나 이런 부분에서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요새는 발행사에서 개별 발행사가 어떤 투자자를 모집했는지, 이들의 입찰 금리 수준은 어떤지 종합적으로 보기 때문에 이후 주관사 변동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상위권 하우스들은 차이를 벌리기 위해서는 단독 주관사 지위도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최근 추세로 보면 발행사들이 단독 주관사를 쓰는 경우가 드문 데다가 주관사단을 압축하더라도 최소 두 개의 증권사를 선정하고 있다. 그나마 SK그룹 계열사 상당수가 SK증권에 더해 한 곳을 쓰는 식으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다. 결국 SK그룹 딜 참여여부와 단독 주관 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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