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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문무겸전' 박은영 상무, 전문성 갖춘 심사역 표본'의사+회계사' 스팩 무장, '의료기기' 투자 두각…"벤처투자, 흥미진진"

이기정 기자공개 2024-01-31 08:20:11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은영 데일리파트너스 상무(사진)는 남들이 갖기 어려운 스팩을 두개나 보유한 문무겸전의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의사 출신으로 바이오 분야 전문지식을 보유했을뿐 아니라 회계사 경험으로 재무적 지식도 탄탄하다. 투자 섹터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춰야함은 물론이고 스타트업의 재무상태를 분석해야 하는 심사역으로서 최적의 능력을 보유한 셈이다.

박 상무가 심사역의 꿈을 꾸게 된 이유는 '흥미진진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계사도 의사도 박 상무에게는 큰 흥미를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 벤처캐피탈(VC)업계 입문 3년차를 맞이한 그는 올해에도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의사 시절 전공했던 '방사선의약품(RLT)'과 관련된 기업을 집중적으로 찾겠다는 목표다.

◇성장 스토리: 심사역, '의사·회계사' 포기할 정도로 매력적

1983년생인 박 상무는 서강대 경영학 학사를 수료했다. 대학 졸업 후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취득해 2007년부터 2년 동안 삼정KPMG 회계법인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회계사 일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2011년 중앙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했고 방사선종양학과 레지던트를 거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임상강사를 지냈다.

박 상무는 "삼정KPMG에서는 주로 회계감사와 구조조정 자문 등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회계사 업무가 재미있지 않아 삶의 방향을 전환하기로 결심하고 의전원 입학을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평소 암에 관심이 많아 방사선과 관련된 전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의사로서 탄탄대로의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박 상무의 '도전 DNA'를 만족시키기에는 모자랐다. 내심 금융업계를 성급하게 떠난게 아닌가 하는 미련도 남아 있었다. 평소 VC업계에 관심이 많았던 박 상무는 의사와 회계사 경력을 모두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2021년 심사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박 상무는 헤드헌터를 통해 총 2곳의 바이오 전문 하우스에 이력서를 냈다. 한곳은 절차대로 채용을 진행한 반면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박 상무를 만나자마자 채용을 결정했다. 박 상무는 본인을 믿어준 이 대표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과감한 결단력에 매료돼 데일리파트너스에 둥지를 틀기로 정했다.

그는 "원래부터 VC업계에 관심이 많았지만 2020년대 초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심사역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며 "부모님이나 담당 교수님 등 주변의 반대가 많았지만 모두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투자철학: 경영진 전문성 최우선, 시장 니즈 명확해야

박 상무는 투자를 결정할 때 회사의 '전문성'을 가장 우선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이 꼭 '바이오'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회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 경영진이 관련 섹터에 얼마나 깊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고려한다.

또 다른 투자포인트는 시장의 니즈가 명확한지와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이다. 박 상무 스스로가 의료계에 몸 담았을 당시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시장의 니즈만 있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경험이 많았다. 다만 단순하게 기존의 기술을 보완한 것이 아니라 회사만의 확실한 기술적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방사선치료계획용 소프트웨어 업체 '밈소프트웨어'다. 전공의 2년차를 보내던 시절 수작업으로 방사선 구분 작업을 진행했는데 밈소프트웨어가 이를 자동화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작업시간이 5분의 1로 줄어드니 당연히 구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밈소프트웨어는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GE헬스케어에 인수됐다.

회계사 출신답게 데이터도 철저하게 검증한다. 박 상무는 극초기(씨드 및 PreA 등)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시리즈A 이상 기업 투자를 선호하는데 해당 라운드부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바이오 기업의 경우 창업 이전 경영진이 작성한 논문 등도 주요 지표로 참고한다.

박 상무는 "경영진이 회사의 성공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가장 위험한 곳으로 판단한다"며 "데이터를 보는 이유는 재무적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을 보면 의료계 현장에서 실제로 수요가 있을지 여부가 대략적으로 머리 속에서 그려진다"며 "사업 아이템이 좋다면 경영진이 해당 기술이 보편화되기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스타트업에게는 타깃 시장을 고려하라는 조언을 자주하는 편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도 외부 투자를 받으려면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때 투자사들이 핵심으로 생각하는 요소가 타깃 시장의 규모다"라며 "의사 출신 창업자가 이같은 부분을 자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메디픽셀·딥카디오' 투자 성과로 3년만 '상무' 승진

박 상무는 아직 직접 투자한 기업 중 엑시트한 포트폴리오가 없다. 다만 그동안 여러 우수한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바이오 관련 의료기기 업체를 발굴하는데 특출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투자한 심혈관중재시술 AI 자동 분석 솔루션 업체 '메디픽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메디픽셀은 시리즈A를 마치고 추가 투자가 필요없는 상황이었다. 박 상무는 반드시 투자해야겠다는 의지로 어렵게 구주 매입을 통해 투자를 진행했다. 메디픽셀은 박 상무가 데일리파트너스에 합류한 후 투자를 검토하기 위해 만난 스타트업 중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포트폴리오다.

박 상무는 "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질환은 심혈관조영술을 통해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확인한 뒤 스텐트 시술이 이뤄진다"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관조영술상 혈관이 70% 이상 좁아졌으면 스텐트 삽입을 하고 40~70% 좁아져 있다면 기능적 검사를 진행한 후에 스텐트 시술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의사의 눈에 의한 판단으로 시술을 진행한 후 정량적 평가가 진행돼 환자에게 불필요한 시술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메디픽셀의 솔루션은 실시간으로 시술현장에서 자동으로 정량화가 되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고 강조했다.

실제 메디픽셀은 최근 인도 심혈관조영장비 기업인 '인볼루션 헬스케어'의 장비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상무는 올해 초 메디픽셀을 발굴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심전도 AI 판독 기업 딥카디오는 박 상무가 사업의 차별성에서 높은 점수를 준 기업이다. 심장내과 교수 2명과 컴퓨터공학과 교수 2명이 공동 창업했다는 부분에서 전문성을 확인했다. 그는 2022년 딥카디오의 시리즈A에 참여해 10억원을 투자했다.

박 상무는 "처음 딥카디오의 비즈니스를 봤을 때는 유사한 기업들이 많아 차별점이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라며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정상 심전도에서 미세한 심방세동 징후를 포착한다는 점과 PC에 저장된 데이터로 전처리 및 학습을 했다는 부분에서 명확한 차별 포인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심방세동 환자들은 두근거림을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하는데 불규칙 리듬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병원에 도착해 시행한 심전도에서는 정상 리듬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딥카디오는 정상 심전도로부터 심방세동을 예측할 수 있어 차별화가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 2: 플랫폼 기업도 성장 가능성 충분…'HMC네트웍스' 주목

박 상무는 바이오 분야 플랫폼 기업도 충분히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생각으로 투자한 기업이 간병인 매칭 플랫폼 '케이네이션'을 운영하는 HMC네트웍스다. 박 상무는 2022년 회사에 20억원을 베팅했다.

그는 "메디픽셀과 딥카디오가 의사가 사용하는 솔루션이라면 케어네이션은 환자와 보호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라며 "케어네이션은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 정보를 입력하면 간병인들이 자신의 경력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안하고 입찰하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다 쉽게 간병인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자가 요양산업 실무를 10여년 이상 경험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투자포인트였다"며 "최근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실버테크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데 창업자가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향후 경쟁 상황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케어네이션은 데일리파트너스에서 투자를 받은 후 지속적으로 어플리케이션(앱)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매칭 건수 및 앱 거래금액도 상승세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월 거래금액은 1월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추가로 2022년 시리즈A에 참여해 30억원을 베팅한 AI 설계 업체 갤럭스도 기대가 되는 포트폴리오다. 갤럭스는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제자들과 2020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신약을 설계하는 차세대 기술을 연구한다.

이외에도 △매디트릭스(정신실환 디지털치료제) △팬토믹스(심상 MRI 정량화 및 의료영상 분석) △스킨그랩(피부미용 의료기기) 등이 박 상무가 투자한 주요 포트폴리오다.


◇향후 계획: 방사선의약품 스타트업 발굴 총력, 금융·핀테크 시너지 창출

박 상무의 올해 최우선 목표는 유망 바이오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주시하는 바이오 섹터로는 △방사선의약품 △비만 △ADC(항체-약물접합체) △AI 등을 꼽았다. 장기적으로는 투자한 기업의 제품이 널리 퍼져 의료업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박 상무는 "처음 VC업계에 입문했을 당시에는 벤처투자가 엄청난 활황이었지만 이듬해 투자 환경이 어려워져 아쉬움이 많았다"며 "심사역으로서 기본적으로 좋은 회사를 알아보고 투자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성장에 성공해 이익을 거두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존 투자 기업들이 R&D(연구개발)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낮아진 만큼 저평가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방사성의약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하는 형태인 차세대 암치료제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2018년 신경내분비종양 대상으로 ‘루타테라’, 2022년 전립선암 대상으로 ‘플루빅토’를 승인 받은 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박 상무는 "해당 분야는 SK바이오팜이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핵심 전략 중 하나라고 발표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국내의 경우 한국원자력원구원이 있기 때문에 방사선의약품 개발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관련 분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박 상무는 데일리파트너스의 새로운 도약에도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최근 지배구조(주주 구성) 변화와 함께 신승현 대표를 영입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에서 금융 및 핀테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변화 속에서 내 역할은 기존 바이오·헬스케어 부문이 지속적으로 잘 성장할수 있도록 김용철 본부장 및 팀원들과 함께 좋은 딜을 발굴하고 회수하는 것"이라며 "헬스케어와 금융·핀테크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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