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카카오엔터, 바람픽쳐스 인수 적정가는 얼마였을까 당시 매출 0원, 완전 자본잠식, 400억 주고 인수 …2년간 195억 손상처리

고진영 기자공개 2024-02-05 10:59:02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약 4년 전 인수한 바람픽쳐스가 사법리스크 불씨가 됐다. 김성수 대표이사가 바람픽쳐스를 시세보다 높게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법정에 선다.

카카오엔터는 바람픽쳐스를 비싸게 샀을까. 기획부터 수익까지 시간적 텀이 긴 드라마제작사의 특성상 적정가를 산정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인수 당시 바람픽쳐스는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당시 <지리산>, <킹덤:아신전> 등 기대작들을 준비 중이기도 했다.

◇순자산가치 54억, 잔여 영업권 150억

카카오엔터는 2021년 3월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엠을 흡수해 출범했다. 바람픽쳐스를 인수한 것은 합병 전인 2020년 카카오엠 시절이다. 당시 카카오엠은 바람픽쳐스 외에도 로고스필름과 글앤그림미디어 등 드라마제작사를 대거 사들였다.

특히 바람픽쳐스의 재무상태가 안좋았는데 매출없이 비용만 발생하는 상태였을뿐 아니라 자산보다 부채가 많았다. 2020년 연말 기준 바람픽쳐스는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3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취득 시점 카카오엔터는 바람픽쳐스의 식별가능 순자산 공정가치를 마이너스가 아닌 54억원으로 계산했다. 순자산 구성을 보면 무형자산이 18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20년 말 기준 바람픽쳐스 감사보고서상 무형자산은 66억원 수준인데 공정가치 산정 과정에서 이 자산을 장부가보다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카카오엔터는 바람픽쳐스 몸값으로 400억원을 지급했다. 인수대금이 순자산 가치를 한참 웃돌았기 때문에 이 금액의 86%를 넘는 346억원이 영업권으로 계상됐다. '고가 인수' 의혹을 촉발시킬 만한 지점이다.

비슷한 시기 인수한 로고스필름과 글앤그림미디어에서도 영업권이 발생하긴 했지만 인수대금과 순자산 가치의 차이가 바람픽쳐스 만큼 크진 않았다. 카카오는 두 회사를 각각 200억원에 매수했으며 약 120억원(59.8%), 137억원(68.6%)의 영업권이 생겼다.

그리고 카카오엠을 흡수해 설립된 카카오엔터는 2021년 바람픽쳐스에 대해 167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회수가능 금액이 372억원으로 평가돼 장부가(540억원)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영업권 손상차손은 M&A 이후 몸값이 적정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손상차손을 했다는 것은 값을 쳐준 만큼 이익을 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 해 카카오엔터가 손상차손을 진행한 피인수기업 중 멜론(1985억원)을 제외하면 바람픽쳐스의 손상 규모가 가장 컸다. 2021년 바람픽처스는 tvN <지리산>, 넷플릭스 <킹덤:아신전> 등을 편성했다. 매출을 152억원 냈지만 순손실 상태를 벗어나진 못했다.

2022년에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공동제작한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을 방송, 매출이 441억원으로 늘었고 손손익이 12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약 28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회수가능 금액이 260억원으로 더 줄었기 때문이다.


2년간 바람픽쳐스 영업권에서 손상처리된 금액은 195억원이고 남은 영업권은 151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인수 당시 순자산 공정가치(54억원)을 더하면 약 205억원. 인수 대가로 지급한 돈이 400억원이었으니 단순 계산했을 때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쳐스를 2배는 비싸게 주고 산 셈이다.

2021년 7월엔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처스에 21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도 했다. 기존 대여금의 출자전환을 포함해 현물 및 현금출자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수대금까지 합치면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처스에 투입한 돈은 600억원을 넘는다.

◇변호인 측 "성장잠재력 충분했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김성수 대표,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은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검찰은 이 부문장의 배우자인 배우 윤정희 씨가 투자한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주기 위해 이 부문장과 김 대표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윤정희 씨는 2019년경 바람픽처스 사내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이 드라마제작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시선도 있다. 드라마제작사는 당장의 실적보다 제작 중인 작품의 미래가치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인수했을 때 바람픽쳐스는 CJ 쪽에서 관심 있어한다는 설이 돌정도로 시장에서 탐내던 회사"라며 "2021년 지리산이 생각보다 흥행에 실패하긴 했으나 당시엔 대박날 작품일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바람픽쳐스는 지난해 <도적:칼의 소리>, 디즈니 <최악의 악>과 <레이스>, ENA <남남>, tvN <무인도의 바다> 등의 제작작품을 편성했다. 인수 전부터 준비한 작품 중 <폭싹 속았수다> 역시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다. 김원석 감독과 임상춘 작가가 배우 아이유, 박보검 씨와 호흡을 맞췄다.


김 대표 측 변호인은 “바람픽쳐스는 이미 유명작가나 감독들과 작품을 준비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뤄진 투자였다”며 “영장 혐의 사실에 관련해선 법정에서 충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심사는 2월 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