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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한화갤러리아, 실적부진 이긴 '오너3세 장내매수'김동선 2대주주 등극 후 주가·거래량 폭등, 저PBR 밸류업 정책 영향 해석도

서지민 기자공개 2024-02-05 07:18:3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15: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최근 한화갤러리아의 주가 흐름을 보면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증시 격언이 떠오릅니다. 2023년 12월 27일 한화갤러리아 주식 거래량은 34만6256주로 상장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주가는 간신히 동전주를 면하는 수준이었죠.

다음날인 28일 한화갤러리아의 주가는 30% 가량 급등했습니다. 거래량은 1억주를 넘어서 상장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현저한 시황 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관련한 중요정보 유무를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별도로 공시할 중요 사항이 없다"고 답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1월 4일 장중 1650원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무려 1억5338만주에 이르렀죠.

이후 1200원대로 소폭 하락해 진정되는 듯 했던 주가흐름은 최근 며칠 사이 다시 상승세를 탄 모습입니다. 1월 31일 1352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날(1일) 오후 12시 기준 1400원 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한화갤러리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우선 실적과는 무관한 듯 보입니다. 코로나 기간 호황기를 누렸던 백화점 업계와 명품 시장이 지난해 들어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급격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죠.

특히 명품 의존도가 높았던 갤러리아 백화점은 2023년 전 점포 매출이 전년대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사업의 상징인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은 전국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2023년 12월 28일 한화갤러리아의 주가를 치솟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날인 27일 한화갤러리아는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통해 김동선 전략본부장(사진)이 장내매수로 한화갤러리아 주식 20만주를 사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특별한 공시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김 본부장은 4월 12일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해왔기 때문이죠. 12월 한달 동안만 네 개의 변동신고서가 올라왔습니다. 김 본부장은 12월 20일 기준 지분율을 1.47%까지 끌어올려 한화갤러리아 2대주주가 됐습니다.

이후 그는 21일에서 27일에 걸쳐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57%로 높였고 2대주주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됐죠. 이 소식은 27일 오후부터 빠르게 퍼졌습니다. ‘김 본부장‘과 ’2대주주‘를 키워드로 한 제목의 기사들이 스무 개 가량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 본부장의 자사주 매입 행보는 주가 상승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1월 한 달간 10차례에 걸쳐 총 12만4000주를 장내 매수해 현재 지분율은 1.66%입니다.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사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Market View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3월 1일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해 같은 달 3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습니다. 한화그룹 오너3세 김동선 본부장의 승계 시험대라는 평가에 비해 시장에서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모습을 보였죠.

상장 후 한화갤러리아를 다룬 증권사의 투자의견 리포트가 한 개도 없을 정도입니다. 시가총액 규모 역시 2700억원 수준으로 한화그룹이라는 명성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한화갤러리아의 주가 급등에 대해서는 오너의 주식 매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부터 국내 증시는 상승 트리거를 찾지 못하고 침체된 상황"이라며 "변동폭이 적은 시장에서 한화갤러리아의 주가 상승이 특히 두드러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상승세는 김 본부장이 아닌 정책 이슈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상장사 주가가 장부가보다 낮은 저PBR주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투자 기피 종목으로 분류됐던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에 일제히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롯데하이마트, 이마트 등 유통업계 저PBR 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화갤러리아의 PB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32배에 불과합니다.

◇Keyman &Comments

한화갤러리아는 분할 후 아직 한 번도 실적자료 발표, 기업설명회 개최 등 IR 활동에 나선 적이 없습니다. 한때 한 몸이었던 한화솔루션이 분기별 IR 자료를 내며 사업부문별 실적과 투자계획 등을 공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현재 재무 부문을 이끄는 CFO는 정일규 상무입니다. 2001년 한화에 입사해 20년 넘게 그룹에 몸담으며 기획 부문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는데요. 김동선 전략본부장 산하 조직인 재무실을 이끌며 수익성 제고와 신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임원을 포함해 신사업 등 정보 공개에 보수적인 편입니다. 대표이사나 김 본부장을 제외하고는 임원의 사진조차 찾아보기 힘들죠. 역시 정 상무와도 연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한화갤러리아의 사업보고서에는 공시 작성 책임자로 정 상무의 이름과 0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습니다. 전화를 걸어보니 본사 상담센터가 아닌 재무실 재무금융팀으로 연결되는 번호였습니다.

전화를 받는 이는 정 상무가 아닌 IR담당자였는데요. 그에게 한화갤러리아 측은 최근 주가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냐고 묻자 "내부적으로 특별한 이슈가 있지 않아 주가에 관련해 의견을 드릴만한 사항이 딱히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한 번 더 정 상무와 연결을 시도하고자 홍보실을 통해 질의를 전달했지만 결국 CFO의 의견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30여분만에 받은 재무팀의 공식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요 경영진이 주식 매수를 지속적으로 한 부분이 다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며 향후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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