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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펀드 열전]공룡펀드의 추억…'살아있는 화석' 신영밸류고배당허남권-박인희-김대환 운용 계보, 전략 일관성 '키포인트'

황원지 기자공개 2024-03-28 08:08:01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직접 투자와 ETF를 필두로 한 패시브 상품들이 개인들의 투자 트렌드로 고착화되면서 공모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의 꽃'이라 불리는 이들 액티브 펀드는 포기할 수 없는 한 축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적인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 운용사의 얼굴이자 대표 상품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메가펀드를 꼽으라면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2003년 처음 출시돼 20년이 넘게 운용된 장수 펀드로 국내 배당주 펀드의 대표주자다. 안정적인 운용으로 유명세를 타며 한때 설정액이 3조5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 펀드를 오랫동안 관리해왔던 허남권 대표가 신영운용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책임운용역이 바뀌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뒤를 이어받은 김화진 본부장이 이미 6년 가까이 신영밸류고배당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가치주 장세가 돌아오면서 긍정적이다. 이에 힘입어 전성기 수준의 수익률과 변동성 관리 능력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배당주·가치주 대표주자...국민은행 판매 '선두권'

신영밸류고배당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 및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가치주는 보통 성장성이 다소 둔화된 산업에 속해있지만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많다. 현금창출력이 뛰어나기에 높은 배당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저평가 시기에 사들여 오랜 기간 보유한다면 배당수익과 시세차익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이 펀드는 장기 투자 컨셉트로 매매회전율이 극히 낮은 편이다. 펀드의 매매회전율이란 주식 거래대금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자산을 자주 사고팔수록 높아진다. 수익률과 직결되진 않지만 매매가 잦을수록 수수료가 많아져 성과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 신영밸류고배당의 지난 11월 말 1년 매매회전율은 20.98%를 기록했다. 작년 국내 공모펀드들의 매매회전율이 20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가치배당주 펀드로 회전율을 낮게 유지하면서 우선주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에 비해 저평가받는다. 가격도 낮고 거래량이 적어 팔아야 할 때 팔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에 담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배당금 규모는 커 배당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신영밸류고배당은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화재 등의 우선주 비중을 높게 가져가 수익률을 극대화한다.


판매채널로는 국민은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영밸류고배당의 운용펀드는 클래스 통합 1조1000억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이중 대표 클래스인 C클래스의 설정액 4000억원 중 26%인 1000억원을 국민은행에서 판매했다. 2등인 신영증권이 19.06%로 755억원, 유안타증권이 8.11%로 321억원, 기업은행이 7.77%로 307억원을 판매했다.

판매수수료는 타 펀드와 비교해서도 높은 편이다. 신영밸류고배당의 판매보수는 수수료 선취형인 A클래스 기준 0.91%로 운용보수 0.39%의 두 배가 넘는다.

◇박인희 본부장 떠난 후 고전... '배당주 전문가' 김화진 등판

신영밸류고배당은 2003년 출시부터 지금까지 대표 책임운용역을 바꾼 적이 없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운용본부장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운용을 맡고 있다. 다만 허 대표와 함께 본부장급 인사를 공동 책임운용역으로 올려 실무를 맡기는 구조였다. 허 대표의 총괄 아래 실질적인 운용은 본부장급이 맡는 방식이다.

펀드 설정 초기인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운용본부장이던 허 대표가 총괄하는 가운데 김대환 본부장과 원주영 본부장이 운용에 참여했다. 두 본부장 모두 1999년 신영자산운용에 공채로 입사해 펀드매니저를 시작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던 때였다. 이때 신영밸류고배당 운용에 참여해 허남권 대표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6년부터는 박인희 전 본부장이 입사하면서 펀드를 이끌었다. 박 전 본부장은 안정적인 운용으로 2010년대 신영밸류고배당을 공룡펀드로 만든 주역이다. 2013년을 전후해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배당주 수익률이 국채보다 높아졌다. 그러면서 배당주 펀드 열풍이 크게 불었다.

이때 거의 20%대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반으로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2013년 초 3500억원 수준이던 설정액은 2013년 말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4년 8월 2조원대를, 11월 3조원대를 돌파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포함한 순자산액 기준으로는 2015년 한때 3조5000억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공룡펀드의 저주도 빗겨갔다. 운용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공룡펀드는 통상 자금이 빠지거나 수익률이 꺾일 위험이 높아진다. 수익 실현을 위한 자금 환매가 이어지고, 전략 변화가 빠르지 못해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본부장이 이끄는 신영밸류고배당은 공룡펀드가 된 뒤로도 3년 넘게 3조원대 운용규모와 10%대 전후의 수익률을 유지했다.

2018년 박 전 본부장이 회사를 떠나 독립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허 대표가 책임운용역으로 있었으나 실무를 맡을 인물이 빠진 셈이다. 이에 2018년 4분기 잠시 김화진 부책임운용역이 펀드를 맡아 운용했고, 이듬해부터는 김대환 본부장이 배당가치본부로 돌아오면서 책임운용역을 맡았다.

신영밸류고배당도 책임운용역 교체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2017년까지 10%대 후반을 기록했던 연간 수익률은 2018년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2018년 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16%를 기록했고 이듬해인 2019년에도 3%의 수익를 내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이 되어서야 13%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누적 수익률은 2018년에도 500~600% 이상을 유지했다.

수익률이 완만한 하향세를 그리며 설정액도 꾸준히 감소했다. 2018년 2조5000억원대였던 설정액은 2020년 말 1조5000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공모펀드 시장 침체 영향도 겹치면서 빠르게 설정액이 빠져나가 2021년부터는 1조원대를 맴돌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1조원대가 깨지면서 9000억원대 후반을 유지중이다.


올해 허 대표가 사임하면서 처음으로 책임운용역이 바뀔 전망이다. 허 대표는 이번달 중 이사회에서 대표직을 내려놓고 고문으로 물러난다. 2003년부터 운용을 맡아온 허 대표가 물러나면서 김화진 현 신영밸류고배당 부책임운용역이 책임운용역을 맡는다. 기존 공동 책임운용역이었던 김대환 본부장은 대체본부를 맡으면서 김화진 본부장이 전면에 나선다.

◇전성기 수준 회복한 샤프지수..."싸게 사서 흔들림없이 보유하는 전략 유지"

허 대표가 떠나지만 실질적인 운용에 있어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책임운용역을 맡는 김화진 본부장은 2018년부터 6년 가까이 신영밸류고배당을 운용해왔다. 2009년 입사해 박인희 전 본부장 시절부터 배당본부에서 배당주를 운용해온 전문가다. 책임운용역 교체에도 안정적인 바통터치가 예상되는 이유다.

김화진 배당가치본부장은 "시장에서 소외된 우량주를 싸게 매수하고 흔들림없이 보유하는 일관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배당주 투자만 10년이 넘은 배당 가치주 전문 운용역으로, 균형감각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대형펀드 운용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다. 올해 배당, 가치주 장세가 돌아오면서다. 올들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되면서 가치주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에 신영밸류고배당의 3개월 성과도 9.99%로 액티브주식배당 펀드 중 상위 4% 수준을 기록했다.


공모펀드를 평가할 때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샤프지수다. 샤프지수란 주간 펀드 수익률에서 CD금리를 뺀 수치를 표준편차(펀드 수익률 변동성)로 나눈 값이다. 통상 수익률은 위험에 비례한다.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운용역이라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쉽게 말해 1이라는 위험부담 대신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을 나타낸 수치로 값이 클수록 성과가 뛰어난 펀드다. 하지만 대부분 주식형 펀드들은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샤프지수가 1을 넘지 못한다.

신영밸류고배당의 샤프지수는 20년이 넘는 기간을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된 편이다.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며 전성기를 구가한 2013년 펀드의 샤프지수는 1.52였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0.55, 0.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운용역 변화가 있었던 2018년 마이너스(-)1.54로 수익률과 변동성 지표 모두 함께 추락했다. 이후 꾸준히 0 이상을 유지하다가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한 증시 폭락이 있던 2022년 -1.05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성기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3월 기준 샤프지수는 1.5로 2013년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변동성을 낮게 관리하면서 위험을 줄인 덕분이다. 동시에 배당주 장세로 수익률은 올라가면서 샤프지수도 좋아졌다. 배당주 펀드 유형의 샤프지수가 1.07 수준인 것과 비교해 상위 9% 안에 속하는 수준이다.

2024년 1월 2일 기준

신영밸류고배당은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형주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편이다. 올해 1월 2일 기준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를 16.03%, KT&G를 3.8% 담고 있다. 우선주도 '현대차2우B', '삼성전자우' 등을 담고 있다. 현대차2우B는 최저배당률이 2%에 달하며 배당시 보통주 대비 50원을 더 배당받는 주식이다. 이외에도 HD현대(2.47%), SK텔레콤(2.03%), 삼성SDS(1.99%), KCC(1.98%), 코오롱인더(1.96%), 삼성물산(1.83%)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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