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행을 아시나요]'예술성·선호도' 중심 작품구입…서양화 비중 확대②국립현대미술관장이 위촉한 운영위원회 중심, 56인 전문가 구입심의·가격평가 진행
서은내 기자공개 2024-03-25 08:30:56
[편집자주]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 사업은 기관, 기업을 대상으로 미술품을 대여해주는 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창작을 활성화하고, 그렇게 꾸려진 컬렉션을 바탕으로 작품들을 은행처럼 대여해주는 구조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이 내년으로 20주년을 맞는다. 미술은행 사업의 그간 경로, 조직구성, 컬렉션 구성, 대여 사례 등을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의 중요한 축은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다. 미술은행 소장품은 작품의 완성도나 참신성, 활용성으로 대변되는 예술성과 대여 수요기관의 선호도, 활용 용도를 종합 판단해서 수집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원로, 중진, 신규작가 등 다양한 작가 층의 작품을 구입해 컬렉션의 질을 보강하고 예술적 가치를 확보해나가고 있다.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소장품 장르를 다각화하고 미술은행 사업의 공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작품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역량 있는 신진작가나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독려해 이들이 예술시장에 진출하도록 작품 구입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동시대 미술 흐름 읽는 미술은행 컬렉션
미술은행 컬렉션의 특징은 동시대 미술로서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을 대여한다는 목적도 있는만큼 대중이 비교적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소장돼있다.
2005년 이후 현재까지 수집된 미술은행 컬렉션의 총 작품수는 2023년 말 기준 4402점이다. 그 중 서양화가 2086점으로 약 절반을, 한국화가 930점으로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다음 순으로 조각이 407점, 판화가 243점, 복합매체가 214점, 공예가 141점, 서예가 65점 순으로 구성돼있다.
작품 수집은 두 가지 루트다. 공모형은 다수 일반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식이다. 제안형은 아트페어나 전시, 경매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제안을 받은 작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작품구입 심사위원회의 심사, 의결을 거친다.
미술은행에 지난해 신규로 소장된 작품은 총 154점이다. 그 중 서양화가 103점이었으며 한국화는 20점, 조각이 12점 등이었다. 최근 컬렉션에 담기는 신규 작품들의 구성에서 서양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 국현 관장 미술은행 운영위원회 위원 위촉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은 미술은행운영위원회, 작품구입심사위원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문체부와 협의를 거쳐 미술은행 운영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있다. 당연직 위원 제외 총 10명 이내 위원들로 구성된다. 미술은행 운영위원회의 위원 리스트는 비공개다.
운영위원회는 연간 미술은행 운영계획이나 결과를 심의하거나 작품 심사 기준, 구입계획 수립 사항을 처리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작품 구입 관련 전문 위원들을 추천하는 것이다. 작품구입 관련 전문가들은 작품가격심의위원회, 작품구입심의위원회로 나뉘어 꾸려진다.
지난해 미술은행 작품구입 관련 위원은 총 56명으로 꾸려졌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고윤정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구정연 리움미술관 교육실장, 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 대표,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 이호숙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 전용진 갤러리바톤 대표, 안미희 경기도미술관 관장 등을 비롯해 다수 미술평론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 1만8000점 소장 캐나다 아트뱅크 모범사례
미술은행 사업은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면 그에 반해 투자이익을 회수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크고 주로 정부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 서울, 인천, 성남, 경기도, 전라남도 등 지자체에서 미술은행을 운영한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인천을 제외하고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미술은행의 모범사례로 일컬어지는 곳은 캐나다 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미술은행이다. 1만8000점 이상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1년 예산이 60억원을 상회한다. 캐나다 현대미술가들의 창작 지원을 위해 작품을 구입하며 국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 미술은행 제도와 결이 같다.
캐나다 미술은행도 캐나다정부건물, 관계기관, 기업체에 미술품을 대여하고 있다. 전문적인 현장 상담을 비롯해 운송, 설치, 유지관리 등의 업무도 제공하고 있다. 대여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금을 다시 작품 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립현대미술재단(FNAC) 대표적인 해외 미술은행으로 회자되는 곳이다.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이후 조형예술, 사진, 디자인 등으로 나눠 작품을 구입해왔다.
예산은 전액 문화부 산하 국립조형예술센터의 예산으로 지급된다. 수장고에 50% 작품은 모두 창고를 떠나 해외 주재 대사관, 공공기관, 국립미술관 등으로 보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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