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리빌딩]예견된 대주주 경영 참여, 전문경영인 체제 '동상이몽'이해관계 다른 4자연합, 협의회 'CMC'…신동국 회장 '오너' 자처
정새임 기자공개 2025-05-15 07:36:47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4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년여의 내홍을 딛고 경영권을 확보한 '송영숙-임주현-신동국-라데팡스' 대주주 연합. 경영시스템 합의는 전문경영인으로 모아졌다. 그리고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김재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렸다.한미약품그룹의 정점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김 부회장을 비롯해 '임주현-신동국' 등 대주주 연합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자리했다. 대주주 연합은 별도의 협의체를 마련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원하는 한편 비전을 그리는 차원에서의 합의 기구다.
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동상이몽, 대주주 연합의 '지원 역할'에 대한 불분명한 경계가 마찰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인사를 놓고 발생한 불협화음이 상당하다. 먼저 입을 연 건 신동국 회장이다.
◇철학·전략·이해관계 다른 대주주 연합, 쉽지 않은 의견조율
한미약품그룹의 거버넌스는 겉보기엔 단출해 보이지만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각 세력들은 저마다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달라 뜻이 한데 모이기 어려운 구조다.

'송영숙-임주현'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모녀, 23.38%라는 압도적 지분을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오너가 모녀를 지지하는 사모투자운용사(PE) 라데팡스까지.
각각 다른 주체, 다른 이해관계이지만 이들은 4자연합 혹은 대주주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의사결정 체제로 묶이게 됐고 표면적으로 한배를 탔다. 그리고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표방하는 한편 공동의사결정을 위한 비공식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CMC라는 조직이다.

공식적인 경영기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김재교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임주현, 신동국' 대주주 연합, 그리고 각 세력의 실무진인 심병화·김성훈 이사로 구성됐다. 모녀 측 인사로 김성훈 전무가 사내이사에 올랐고 신 회장 측 인물로는 심병화 CFO가 부사장 겸 사내이사로 자리한다. 전문경영인은 독자적인 경영을 하되 이들 대주주 연합의 비전에 발맞춰야 하고 또 설득해야 과제도 안게됐다.
언뜻 보면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내걸었던 제안 '전문경영인을 통한 경영시스템, 대주주는 후방지원'이라는 콘셉트와 맞아떨어져 보인다. 작년 10월 신 회장은 더벨을 사회자로 당시 소액주주대표와 가진 좌담회 자리에서 구상하는 경영시스템을 밝힌 바 있다.

"대주주들은 옛날 로마의 원로회의와 같이 뒤에서 미래 성장 전략 및 혁신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전문경영인을 통해 실현시킬 수 있는 그런 공동의사결정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단 한명의 회장체제가 아닌거다. 한미약품그룹은 주인이 있지만 주인이 없는 회사가 돼야 한다. 오너 한사람이 회사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경영은 아니라고 본다."
당시 신 회장은 오너 갈등에 흔들리지 않는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단서도 달았다. 본인이 직접 경영자로 서진 않겠지만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것.
◇대주주-전문경영인 간 모호한 역할구분, 합치 필요성
'개입'이라는 불분명한 정의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이견으로 이어졌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통일된 의견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경영방식 및 스타일, 철학 등이 다르다.
특히 인사와 경영전략 측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신 회장의 추천으로 입사한 배인규 고문이 대표적이다. 생산 효율화라는 과제로 입사한 그는 현대중공업 출신 인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왜 필요한 것인가 등에 대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전략과 다른, 그리고 다른 대주주 연합 소속과 합의되지 않은 주문들이 난무하면서 이견을 빚게 됐다.

물론 대주주 연합은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공동 의사결정 협의회에도 신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더벨은 그와 간략한 전화 인터뷰를 했다.
신 회장은 "꾸준히 인터뷰를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세우되 대주주로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고 그 입장은 변함없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해서 다 전문경영인에 맡기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후방지원으로서의 대주주 역할론을 더욱 강조하는 셈이다. 전문경영인은 대주주 연합의 의중을 수행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리인으로서의 '전문경영인' 역할을 주장한다.
그는 "전문 경영인 체제인데 왜 나서느냐 얘기를 하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라서 전문경영인에게만 다 맡기는 체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것은 전문경영인을 데리고 일을 하는 거지, 다 맡기는 건 아니다"며 "경영은 함께 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현재 경영과 인사 등을 포함한 경영 활동 전반에 대해 나머지 다른 3자(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로부터 공식 위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재 전문경영인인 김 부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내 이노베이션 본부를 신설하고 실무 전열을 꾸리고 있다. 이노베이션 본부는 외부에서 한미약품 R&D에 필요한 자원을 수혈해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생태계를 마련하는 과업을 맡는다. 경영권 분쟁으로 단절됐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간 협업 체계를 복구하는 작업도 한다.
임주현 부회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약개발 R&D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열린 AACR 학회 현지에 임직원들과 동행하며 직접 구석구석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서 더벨과 만나 "한미약품이 항암 분야에서 꾸준히 신약 연구를 진행했고 '계열 내 최초(First in class)'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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