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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P시장, 따끔한 '매'가 필요하다

황철 기자공개 2011-01-05 08:28:02

이 기사는 2011년 01월 05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가 약하면 버릇만 나빠진다'

최근 ABCP시장의 풍토에 가장 적합한 말이지 싶다. 적절한 규제가 없다보니 다소 격하게 표현하면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수년간 ABCP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거듭했다. 기초자산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게 늘었고 구조화 방식 또한 갈수록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양적 팽창이 질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변증법의 원칙으로 보면 진보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체로 시각을 넓히면 이같은 양질의 변화를 '발전'이라 규정 짓기가 쉽지 않다. 시장의 여러 축 중 하나가 비이상적으로 단기 급성장한다면 언젠가 전체의 균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ABCP시장의 현실은 발전적 진화보다 변종의 양산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최근 ABCP 시장의 이슈는 장기물과 쉐도우 레이팅(shadow Rating)의 확산으로 집약할 수 있다. 대부분 정기예금담보나 신용파생상품을 다시 구조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기예금담보 ABCP는 지난해 8월 첫 등장 후 4개월만에 잔액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량 만기 1년에서 2년 사이의 장기물이다.

예금과 발행물의 금리차만큼 손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국내 IB에게 혁신적 상품으로 비춰질 만하다. 기초자산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감독이 느슨한 외국계은행 예금을 대상으로 했다.

사모성격이 강한 기업어음에 등급 공시도 하지 않아 발행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감독당국은 일부 크레딧 참가자의 지적과 더벨 등 언론 보도로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자 뒤늦게 해당 증권사와 은행에 구두로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후 정기예금담보부 ABCP의 증가 추세는 주춤했다. 일부 증권사는 신규 발행물의 등급을 제때 공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이는 듯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정 의지도 잠시뿐이었다. 지난달 30일 KTB증권은 피지엠글로벌홀딩스(SPC)를 설립해 4163억원에 달하는 ABCP를 발행하며 등급을 공시하지 않았다.

NH증권도 같은날 래인유한회사를 통해 81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구조는 어디서도 파악할 수 없었다. 래인유한회사 발행물의 경우 정기예금 담보는 아니지만 만기 최장 2년에 달하는 장기 구조화 상품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감시와 지도가 ABCP시장에서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근본적 문제는 시장 자체에 있겠지만 감독원 내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ABCP가 상법상 SPC를 통해 발행되면서 감독권을 행사할 부서가 딱히 없다.

금감원 구조화상품팀 등도 언론 등을 통해 현황 파악만 하고 있을 뿐 별도의 모니터링 수단이나 지도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최근 감독당국의 구두 주의 역시 은행·증권 상시 감시팀에서 확인 차원에서 취한 조치일 뿐이다. 이렇다보니 증권사 입장에서는 잠잠해 질때까지 기다린 후 조용히 발행을 재개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만 하다.

ABCP는 본질적으로 규제차익(Regulation Arbitrage)을 목적으로 생겨난 상품이다. 과거 은행권은 사모사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컨듀잇을 설립하고 ABCP 시장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수년간 급증한 PF-ABCP 또한 ABS 감독 강화의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ABCP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확실한 규제 원칙을 세우지 않은 어정쩡한 감독 태도는 편법의 수단만 늘리고 방법을 더욱 지능적으로 바꾸게 만든다.

자본시장에도 가끔은 따끔한 '회초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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