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은퇴 자산관리 대안, 중위험·중수익 투자 [WM라운지]

곽재혁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선임연구위원공개 2018-09-19 07:53:25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7일 0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0년대 장기불황 속에서 일본인들은 투자 자체를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점차 투자 외에는 더 이상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꼈죠. 부유층은 개인 금고를 사두며 세금을 피할 수 있는 현물 보유를 선호했지만 일반인들은 배당이나 이자 등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컴형 투자에 관심을 보였고, 증권사들은 이와 관련된 투자 컨설팅이나 상품개발에 집중했습니다."

2013년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일본 금융투자산업 분석'세미나에서 노무라자산운용의 이타바시 유타카 부장은 고령화와 초저금리로 인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늘어난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불가능해진 일본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21세기 이후 변화한 일본인들의 자산관리 트렌드 변화를 강조했다.

일본처럼 한국도 과거에 비해 은퇴 자산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화로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금리는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투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중 무역갈등 때문에 여전히 불안하다. 여기에 향후 미국의 경기마저 꺾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지려면 꾸준한 저축과 더불어 절세와 투자를 통해 자산을 잘 키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여건이 어려워진 만큼 노력 또한 더욱 필요하다. 최소한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자산 수익률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투자의 필요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고령자들의 투자비중이 높아지는 등 위험 선호도는 되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60대로 접어들면서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 투자자의 비율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대표 베이비 부머인 단카이 세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현실에 수긍은 하면서도 선뜻 실행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막상투자를 하면 손실을 보고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왜 그럴까? 바로 투자로 돈을 번다는 것이 사람의 심리적 편견을 뛰어 넘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쌀 때 싸서 비쌀 때 팔아야 수익이 나지만 인간은 심리상 싼(떨어지는) 것 보다 비싼(오르는) 것에 더욱 끌리게 마련이다. 워렌 버핏은 주가가 떨어질 때 되려 탐욕을 느끼라고 했지만 실제 내가 투자한 주식이 -20%, -30%씩 빠졌을 때 탐욕(?)을 느끼고 추가매수를 할 만한 간 큰 투자자들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할까.

또 힘들고 어려운 만큼 실제로 받는 보상은 적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편견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투자에 성공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해서 1년 후 정기예금보다 5% 높은 수익을 냈다고 해도 천만원을 투자했다면 그래봐야 50만원을 더 번 것에 불과하다. "그 돈 없어도 그만인데 내가 왜 이렇게 신경을 쓰지?"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따라서 투자를 마음 편하게 오랫동안 하려면 일단 투자한 다음에도 심리적 흥분이나 공포를 가급적 덜 느끼고 바쁜 투자자들이 관리하기도 손쉬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익을 꾸준히 내는 동시에 가격 변동성(등락폭)도 편하게 감내할 수 있도록 작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2010년대 들어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에 대한 인기가 저금리 기조와 더불어 꾸준히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 상품은 그 특성상 가격의 변동성을 작게해 대박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대신 손실 가능성도 낮춘다. 주식과 정기예금의 중간 정도의 수익성과 손실 위험을 가지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일본 고령자들의 투자상품 보유비중이 증가한 배경 또한 과거에 익숙했던 주식형 펀드가 아닌 일본 국내보다 금리가 비교적 높은 외화예금과 해외채권의 비중이 급증한 데 있다. 초저금리와 고령화로 자산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일본인들이 2000년대 들어 선택한 대안은 바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었다.

국내에서도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의 인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격인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2009년에만 해도 발행액이 약 12조원 내외였으나 2014년에는 70조원을 넘어섰으며 2018년에는 상반기에만 48조원을 기록했다. 연단위로 환산하면 100조원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반면 2008년말 150조원에 육박했던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2018년 9월 현재 82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스컴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기관 추천투자상품 중에서 중위험·중수익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저금리의 장기화와 더불어 투자에서의 안정성 중시 풍조 또한 겹치면서 수익은 적당하게 나더라도 잃을 위험이 적은(변동성이 낮은) 이 같은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중위험 중수익 상품은 고령화 시대레 은퇴 자산관리의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정기예금보다 수익성이 높고 주식 등 고위험 투자상품보다 손실 가능성이나 변동성이 낮다면 모두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중위험·중수익펀드재테크'(곽재혁 저, 책넝쿨)에서는 대표 상품으로 △롱숏 펀드 △커버드콜 펀드 △메자닌 증권 △해외 채권 △자산배분형 펀드 △멀티에셋펀드 △인컴펀드 △ELS를 언급했다.

이들 상품은 투자하는 상품 자체가 그런 특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운용의 특수성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고 해서 다 유사한 수익과 위험 구조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투자에 앞서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들을 통해서 실제 기대되는 연 수익률과 과거 고점 대비 최대 하락폭 등을 확인해 보고 내게 맞는 상품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곽재혁 KB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선임연구위원

KB국민은행 IPS본부 투자솔루션부
투자자산운용사, 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FP협회 저널 편집위원
저서 : 4차산업혁명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