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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發 영역파괴, 감독당국의 고민 [금융감독 패러다임 전환기] ②권역별 업무분장 복잡화…사각지대 넓어져

원충희 기자공개 2019-03-13 08:02:33

[편집자주]

제4차 산업혁명, 핀테크 등의 이름 아래 새로운 금융업체들이 연이어 출현하면서 새로운 금융감독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금융권역별 규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변화의 시점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국내 금융감독의 현황과 문제점, 제도개선책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1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 어느 부서가 검사의 주(主)를 잡고 가야할까요."

금융당국 관계자의 이 같은 말은 현 권역별 금융감독 체제의 한계를 상징한다. 비록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인수가 지연되고 있으나 만약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금융감독원 내에 어느 부서가 어떤 일을 맡아야 할까.

일단 카카오페이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돼 있다. 금감원 IT·핀테크전략국 내 중소서민검사팀 담당이다. 바로투자증권의 경우 IT·핀테크전략국 내 금융투자검사팀 소관일 것이다. IT부문을 벗어나 건전성과 영업행위, 지배구조 등을 볼 필요가 있다면 금융투자검사국이 나서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순하게 나누자면 IT검사는 IT·핀테크전략국의 중소서민검사팀과 금융투자검사팀이, 건전성이나 지배구조 등은 금융투자검사국에 맡을 것"이라며 "하지만 검사업무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서로의 연관성으로 인해 업무분장이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무분장은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감독당국 내에서 이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논의된 적은 없다.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감독·규제 등 행정은 본질적으로 사후적인 활동이다.

지난해 12월 공표된 금감원의 카카오 검사결과에선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카카오의 통신망 분리, 금융보안, 정보보호 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기관문책과 과태료 제재를 가했다. 사실 카카오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맞춘 IT체계를 갖춰놓고 있었다. 다만 금융업은 그 이상의 의무를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게 제재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는 엄밀히 따지면 다른 법규수준을 지켰지만 이보다 더 강한 금융감독·규제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며 "ICT업체 등 이종업권의 신규 진입자들은 훨씬 더 강한 금융업 감독수준으로 인해 규제간극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네이버 등 ICT업체들의 금융영역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금융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서다. ICT업체들은 결제·송금 비즈니스에 손 뻗고 카카오뱅크 등을 통해 은행업에 발을 담갔다. 막강한 연결플랫폼을 내세워 금융상품 판매채널을 잠식하고 있다.

이제는 채널뿐만 아니라 금융업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들어오고 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5곳의 핀테크업체를 지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대출심사 등 금융회사만 할 수 있는 업무를 비금융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SC제일은행으로부터 소액대출 심사업무를 위탁받았다. 송금, 계좌·카드 조회, 더치페이 등 토스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어 1인당 최대 100만원의 소액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정대리인 서비스
*금융위원회 발표자료 발췌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ICT·핀테크업체 등이 금융상품 판매채널이나 지급결제 플랫폼을 중심을 영토를 넓혔다면 이제는 금융업의 일부를 대행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역시 큰 덩어리로 묶여 있는 각종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만큼 금융의 복합화와 영역파괴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현상은 감독당국에게도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 지금까지 영위됐던 권역별 감독체계를 넘어선 일들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향후 금융업의 복합화와 영역해체가 가속화되면서 현행체계로는 감독하기 힘들어질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될수록 금융감독 사각지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2P업종이 도입될 때부터 이런 논란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덕분에 규제 사각지대에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더 자주, 더 많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금융감독 체제의 전향적인 개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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