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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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ESG채권 시장, 기준 바로 세우겠다" 김형수 한국신용평가 PF평가본부 본부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0-02-20 14:17:2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8일 10: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역이란 없다. 오직 시장의 필요만 있을 뿐.” 김형수 한국신용평가 PF평가본부장(사진)에게는 ‘개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학교 평가를 진행한 것도, 부동산PF를 민간기업의 영역으로 끌어온 것도, 지방채 신용평가를 추진한 것도 김 본부장의 업적이다. 시장이 필요로한다면 가장 먼저 앞장서서 달려가곤 한다.

원화 ESG채권 인증사업의 적임자로 김 본부장이 지목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 본부장은 원화 ESG채권 인증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그의 어깨는 무겁다. ESG채권 인증사업은 글로벌 신용평가사이자 모회사인 무디스의 전사적 최우선 과제다. 무디스는 지난해부터 전세계 지사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관련 사업 진행을 독려하고 있다.

사업 전망은 밝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닥친 길은 영광스럽기보다 가시밭길일 것으로 보인다. 원화 ESG채권 시장이 개화한 지 만 2년이 다 돼가지만 발행내역이 집계되기는커녕 제대로 된 평가기준조차 없다. 사실상 김 본부장이 ESG채권의 평가기준을 세워야 하는 셈이다. ESG채권 인증사업에서 이익을 내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의 ‘개척자’, 무디스 전사적 목표 수행 ‘중책’

2020년 2월 1일, 김형수 이사가 PF평가본부장에 복귀했다. PF평가본부는 비신용평가 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다. 김 이사는 1995년 한국신용평가에 입사해 2001년까지 중화학산업담당, 기획실을 거쳐 PF평가본부장으로서 약 15년 동안 일했다.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금융공공RM 본부장으로 활동하다가 5년 만에 복귀한 것이다.

PF평가본부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가 짊어진 과제는 전보다 어려워졌고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김 본부장은 무디스가 최우선 과제로 내건 ESG채권 인증사업을 국내에서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수익성 전망도 밝지 않다. 원화 ESG채권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아 시장이 제대로 성장해 인증사업에서 이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김 본부장은 ESG채권 인증사업은 ‘해야만 하고, 해내야만 하는 일'로 바라본다. 그는 “앞으로 채권시장의 대세는 ESG가 될 것”이라며 “공공재적 성격의 인증사업은 당장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사회적 책임에 동감한다는 취지에서라도 반드시 진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신용평가 내부에서 김 본부장을 향해 거는 기대도 크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PF평가본부에서 가장 오래 일한 데다 금융기관과 공기업 신용평가 RM본부장을 맡아왔으므로 평가와 영업 등 모든 면에서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본부장의 의지가 강했다. 그는 “그동안 새로운 사업을 회사에 제안하는 것은 나였다”며 “당연히 ESG채권 인증 등 신사업은 내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시장참여자가 인정할 수 있는 ESG채권 만들겠다”

김 본부장이 지휘하는 ESG채권 인증사업은 기존 신용평가와 다르다. 기업이 아닌 채권을 대상으로 삼는다. 사전검증에서부터 채권 발행 후 자금사용, 자금운용까지 ESG채권의 취지에 맞게 조달자금이 쓰였는지 살펴본다. 그간의 원화 ESG채권 발행 절차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그동안 발행사는 ESG채권을 발행하기 전 사전검증만 외부기관에 맡겼다. 채권을 발행한 뒤 사후보고는 외부기관 검증을 받지 않는다. 더욱이 자금 집행이 끝나면 운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알 수 없었다.

김 본부장이 원화 ESG채권 인증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한 대목이다. 그는 “ESG채권 발행과 관련된 평가나 검증기준이 불투명하다”며 “ESG채권 발행과 투자가 활성화하려면 시장참여자가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외부평가 기준을 세워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ESG채권 인증의 주요 평가기준 다섯가지를 일단 마련했다. △자금조달의 용도 △프로젝트의 평가와 선정 절차 △자금조달의 관리 △외부 공시 △환경관련 활동 등이다. 이 기준에 따라 그린본드에 등급부호 KGB1~KGB5, 소셜본드에 KSB1~KSB5 중 하나를 부여한다. 한국신용평가는 5~6월 경 ESG채권 인증사업과 관련해 공개 세미나를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ESG채권 인증방식은 무디스와 같다. 한국신용평가의 강점이기도 하다. 김 본부장은 “무디스가 전세계 신용평가사 중 가장 앞장서서 ESG채권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노하우는 무디스에서 비롯되며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 우리만의 ESG채권 인증 방법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2018년부터 사업준비를 진행했으며 미국, 중국, 유럽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해 전문성을 높였다.

또다른 강점은 발행사와 적극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기존의 ESG 관련 평가 방법론이나 기준을 발표한 기관은 발행사나 기업과 직접 접촉하지 못한 채 평가를 진행했기에 기업이 반박했을 때 방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는 기업의 재무 관련 부서와 끊임없이 접촉하며 상호작용하기에 좀더 정확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참여가 ESG채권 시장 성장의 열쇠”

그러나 평가 및 인증방법이 아무리 선진화해도 시장이 성장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원화 ESG채권 시장은 2018년 개화해 연간 발행규모 9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원화 ESG채권 발행 규모는 29조1738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이 중 26조원이 주택금융공사, 한국장학재단, 중소벤처기업 진흥공단 등 공기업 및 공공기관 발행물량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김 본부장은 원화 ESG채권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원화 ESG채권 시장의 성숙은 정부가 지출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발행사들이 ESG채권을 발행해 환경적, 사회적 문제 해결에 힘쓰면 정부도 공적자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정부가 비용을 줄이는 만큼 발행사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김 본부장은 일본식 지원방식이 우리 나라에도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은 공적 연금기금(GPIF)를 운용할 때 모든 투자대상에 ESG요소를 반영한다. 또 ESG요소를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운용사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며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지난해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금운용 규정에 ESG요소를 비롯해 지속가능성 원칙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ESG채권과 관련된 평가나 기준은 불분명하다. 그는 “연기금을 운용할 때 운용기준에 ESG요소를 반영하거나 채권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ESG채권 관련 투자기준을 세운다면 운용사 등 다른 기관 투자자도 자연스럽게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끝으로 한국신용평가가 ESG채권 인증부문을 선도하는 데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시장을 이끈다면 결국 다른 곳에서도 따라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ESG채권 시장을 활성화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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