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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단말기채권 팔아 연 '6조' 땡겨썼다 ABS로 유동화, 규모 파악 어려운 '그림자금융'…SKT가 2.8조로 최다

고진영 기자공개 2023-01-16 09:14:31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17: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통신3사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에서 단골로 손꼽힌다. 할부로 판매한 단말기대금 채권을 다시 넘겨 돈을 미리 당겨쓰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차입이지만 규모 파악이 쉽지 않다. 관리감독이 까다로운 은행거래와 달리 특수목적회사(SPC)를 이용해서다. 내용과 구조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일종의 ‘그림자금융’이다.

통신3사는 지난해 총 5조9620억원 규모의 단말기할부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의 경우 7조원 가까이 찍었지만 자체단말기 판매가 줄고 보조금 경쟁이 제한되면서 ABS 발행규모 역시 축소되는 추세다.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의 발행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총 3조602억원어치의 채권을 기초로 2조8465억원을 조달했다. 발행과정에서 약 2100억원의 할인이 들어간 셈이다.


통신사들이 실제 채권보다 더 적은 돈을 받으면서도 ABS를 발행하는 이유는 현금 회수를 앞당겨 보조금 지급 등 마케팅 비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보통 통신사들은 단말기를 현금을 주고 사와 고객들에겐 할부로 팔기 때문에 캐시플로우에 구멍이 생긴다.

하지만 단말기 채권을 ABS로 유동화하면 재무여력이 없어도 이 갭을 채울 수 있다. 외상(매출채권)을 매각해 돈을 미리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재무제표상 운전자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신용도와 관계없이 자금조달이 쉬운 데다 자세한 거래내역이 사업보고서에 기재되지 않는 북오프(Book-off) 형태라는 장점도 있다.

구체적으로 통신사들은 2000억~4000억원의 매출채권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1~2개월, 길면 3개월 간격으로 유동화전문회사(SPC)에 양도한다. 먼저 SPC가 발행금액을 통신사에 대금으로 지급하고, 통신사는 추후 가입자들로부터 회수되는 돈으로 ABS 원리금을 갚는 방식이다. ABS는 트랜치(Tranche)가 10여개에서 30개까지 나뉘는데 대금의 미납 가능성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는 일부 트랜치에 몰아준다. 나머지 발행분은 그만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구조화금융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SK텔레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단말기 할부대금채권을 유동화했다. SK그룹은 원래도 그림자금융에 능한 곳으로 통한다. 초기에는 SK텔레콤이 2대주주였던 하나SK카드를 통해 발행하다가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할부채권 규모를 무조건 늘릴 수 없도록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한 이후론 직접 ABS를 발행 중이다. 2021년 3조2165억원 규모를 찍었으며 올해는 3700억원가량 줄었다.

LG유플러스는 당초 단말기 채권을 유동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LTE(4G)망 투자로 현금흐름이 나빠지자 2010년 말부터 유동화에 동참했다. 덕분에 LG유플러스의 별도 기준 매출채권은 2012년 4500억원 규모가 급감하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 연말까지 총 1조7013억원의 분할상환금 채권을 자산으로 1조5965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특이한 부분은 유동화를 할 때마다 따로 안건을 올리고 재무위원회를 통한 승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는 이사회 내에서 5개의 소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재무위에는 대표이사인 황현식 사장(위원장), 최고채무책임자(CFO) 이혁주 부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재무위는 7번이 개최됐는데 이중 5회가 ‘단말기 할부채권 양도의 건’ 처리를 목적으로 열렸다.


경쟁사들을 보면 SK텔레콤은 매출채권과 관련해 별도로 올라온 의안을 찾을 수 없었다. 또 KT는 연간 1회만 ‘단말기 매출채권 매각계획’을 올려 경영위원회가 처리하고 있다. KT 경영위는 구현모 사장(대표이사)과 윤경림 사장으로 이뤄졌고 CFO인 김영진 전무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포함돼 있지 않다.

KT의 경우 3사 중 가장 늦게 단말기 채권 유동화를 시작했다. 2012년 처음으로 단말기할부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에 팔아 2조2500억 원어치의 ABS를 찍었다. 2009년 KTF 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비용지출이 있었고 합병 이후로도 단말기할부채권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동화 전략 덕분에 그해 매출채권(별도)을 약 1조8000억원이나 줄였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조4000억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불었다.


올해는 1조5190억원의 ABS를 발행했으며 기초가 된 분할 상환금 채권은 1조6500억원이다. 3사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적다. LG유플러스의 ‘단말기 판매수익’, KT의 ‘재화 판매수익’에 비춰서 계산해보면 LG유플러스는 단말기 판매대금의 약 80%, KT는 69% 수준을 유동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3사 가운데 가장 보유한 현금이 많기 때문에 유동화 전략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등급도 AAA로, 공모채를 발행하는 게 ABS를 찍는 것보다 금리가 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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