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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을 움직이는 사람들]'화학통' 허성 코오롱ENP 대표, '글로벌 개척·ESG 강화' 선봉장⑥화학업 30년…POM '해외 매출' 늘려 실적 반등 목표

박완준 기자공개 2024-04-16 07:47:26

[편집자주]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승진 5개월 만에 4개 계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몇 년째 공석인 회장 자리까지 단 한걸음 남았다. 다만 지난해 코오롱그룹은 줄곧 '효자노릇'을 해오던 소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쓴맛을 봤다. 코오롱글로벌도 마찬가지다. 건설경기 둔화로 영업이익은 10분의 1토막이 났다. 코오롱그룹은 지금껏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익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코오롱그룹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코오롱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파·화학통·신사업' 세 단어는 허성 코오롱ENP 대표이사가 차근차근 쌓아 올린 경력을 대표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최초의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으로 2021년 그룹에 발을 내디딘 허 대표는 사업 전략 강화 임무에 강점을 보인다는 평이다.

허 대표는 평소 호기심이 많은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30년 넘는 화학업 경력에 폭넓은 견문을 쌓아 임직원 회의에서 다양한 사업적 시각을 공유하는 데 주력한다는 후문이다. 또 수소와 이차전지 등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부사장 선임 1년 반 만에 코오롱ENP로 둥지를 옮겼다. 코오롱인더의 CSO 산하 미래전략실과 EX(Energy X-change) 사업단 등 각 조직이 기존 사업 확장과 수소·차세대 이차전지 사업 개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로 승진하면서다. 사업 재편·관리 능력을 보여준 허 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허성 코오롱ENP 대표(앞줄 왼쪽 3번째)와 직원들이 사명 변경을 기념하고 있다.
◇전통 해외파…화학업 30년, 장점은 '풍부한 경험'

허 대표는 1961년생으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원저대 경제학 석사와 칼튼대 정략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캐나다 연방정부 경제분석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허 대표는 같은 해 캐나다 알루미늄 생산 업체인 알칸에서 근무했다. 2006년에는 미국 메탈세일즈로 옮겨 구매부문 부사장에 올랐다.

허 대표는 2008년 세계 도료(페인트) 분야 1위 기업인 네덜란드 악조 노벨로 자리를 옮겨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2014년부터는 한국으로 돌아와 3년간 삼화페인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도 맡았다. 70년간 오너경영 체제로 유지되던 삼화페인트가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이었다.

코오롱그룹도 외부 해외파 임원을 선임한 것은 드문 경우다. 보수적인 경영 기조 탓에 대부분의 임원 인사는 그룹 내부 출신으로 이뤄지거나 계열사 내의 이동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현재 재직 중인 코오롱그룹 임원 중 해외 경력이 가장 길다.

허 대표는 코오롱ENP 대표로 선임된 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ESG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유럽과 북미에서 쌓은 경험을 앞세워 그룹 내 ESG 강화 속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허 대표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내 위원회로 경영위원회와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을 삽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올해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상반기 내로 꾸릴 계획이다.

허 대표는 기존 코오롱플라스틱의 사명을 코오롱ENP로 바꾸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주력 사업인 폴리아세탈(POM) 판매 확대와 친환경·고부가가치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글로벌 도약의 원년…고부가가치 소재 POM '주력'

허 대표의 취임 첫 과제는 재무건전성 강화였다. 앞서 코오롱ENP는 지난해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전기전자 제품 등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연간 영업이익은 26.6% 하락한 3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보다 11.9% 감소한 4562억원을 거뒀다.

다만 실적 부진에도 현금흐름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코오롱ENP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65억원을 기록해 2021년 150억원보다 많이 늘어났다. 재무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426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단기차입금과 사채 등 부채를 갚아가는 모습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부채비율은 2021년 67.35%에서 지난해 28.83%로 대폭 낮아졌다.

허 대표는 올해부터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특히 코오롱ENP의 주력 사업인 폴리아세탈(POM)에 집중한다. POM은 금속을 대체하는 역할로 꾸준히 수요가 오르고 있는 소재다. 하지만 원재료인 메탄올에서 고기능성 합성수지를 만들고 제품을 제조하는 제조 공정까지 갖춘 기업은 전세계에 10곳 뿐이다. 진입장벽이 높아 수요 대비 공급이 적다는 소리다.

코오롱ENP의 글로벌 POM 시장 점유율은 3위다. 연산 8만톤 규모의 김천 POM 생산시설과 같은 위치의 산업단지내 코오롱바스프이노폼 합작공장 7만톤을 더해 총 15만톤 규모의 POM을 생산하고 있다. POM 수요는 매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인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POM 수요는 2021년 148만톤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5.1%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허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앞서 코오롱ENP는 2021년 2월 독일과 인도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 해 8월에는 미국 법인 설립까지 마쳤다. POM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78%까지 상승해 창사 최대를 기록했다.

허 대표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선보인 의료장비 전용 POM 제품 '코세탈 M-시리즈' 등을 통해 유럽 선진 의료용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제품 라인업이 늘어난 만큼 올해 코오롱ENP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년보다 상승해 80%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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