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7월 24일 08: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회장 최종면접 당시, KB금융의 고질병으로 패배의식을 지목했다고 한다. 자신이 회장이 되면 KB금융 직원들이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포부였다.'패배의식'이란 무엇인가. 이길 수 없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말한다. 최근 국민은행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의 배후에도 이 패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사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희망이 없다 보니 잘못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나도 열심히 하면 행장(본부장·지점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임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그룹의 인사를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 단행한 KB금융지주 임원 인사에서 홍보담당 부사장(CPRO)으로 김용수 전 KAIST 초빙교수를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성균관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면서 산은자산운용 전무이사, 대우증권 홀세일 전무이사 등 금융권 경험도 있다. 또한 옛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10년여가 지난 일이지만 정치권이 연결된 인사로 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건설폐기물 업체 ㈜인선HS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KB금융지주로 오기 전에는 다른 금융지주사의 임원 자리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로 임명된 김재열 전무는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인연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경엽 경영연구소장은 특정 언론매체 출신이고, 장유환 KB신용정보 대표이사는 해당 언론매체 고위층과의 특수관계로 연결돼 있다.
외부 출신이라고 능력 있는 사람을 쓰지 않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에 가깝다. 사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임원은 대부분 자체 승진한 은행원이다. 이런 순혈주의(純血主義)는 은행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외부인력 수혈은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온다. 기존 인력의 사기저하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실망한 이들은 회사 발전보다 '자기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 때문에 외부 인재를 영입할 때에는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직원들이 '낙하산 인사'를 의심하는 한 패배의식을 떨쳐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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