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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신세계, 전략라인의 전략 부재 "대형 M&A 거래에 참여·불참 즉흥적 결정"

문병선 기자공개 2015-03-02 08:25:45

이 기사는 2015년 02월 27일 1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보여준 신세계그룹의 '우왕좌왕' 행보에 대해 재계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적 구속력없는 인수의향서(LOI)에 스스로 구속력을 부여하며 인수전 참여와 철회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행동을 보니 그룹 전략라인의 실수 아니냐는 게 재계 일각의 평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7일 "LOI가 도대체 뭐길래 제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철회하는 지 이해 안가는 측면이 있다"며 "LOI는 말 그대로 의향서일 뿐으로 법적 구속력도 없고 LOI를 제출했다고 해서 무조건 해당 매물을 인수해야 한다는 의무도 없으므로 추후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되는데 굳이 지금 이런 번복 쇼를 보여 시장에 혼선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LOI를 제출했다는 공시를 한 지 불과 24시간도 안돼 매각 주관사에 이를 철회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은 갈팡질팡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보여주고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우왕좌왕했던 상황을 시간 순대로 다시 나열하면 신세계그룹이 이번 금호산업 인수전에 임하면서 얼마나 전략이 없었고 빈약한 정보력을 드러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당장 금호산업 주가는 신세계의 인수전 참여 여부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해 투자자들에게 큰 혼선을 주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5일 오전 금호산업 매각주관사에 시간이 촉박하다며 LOI 마감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다. 검토 끝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세계는 허겁지겁 관련 LOI 서류를 꾸렸고 오후 2시경 마감이 임박해서야 서류를 제출한다. 다음날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신세계는 당일 오후 6시가 다 돼 "금호산업 지분 인수와 관련 법적 구속력없는 LOI를 제출했으나 본입찰 참여 여부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LOI 제출의 공식적인 첫 확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다음날 오전 11시30분경 신세계는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에 "LOI 제출을 철회한다"고 구두 통보했다. 구두 통보한 지 약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촉박하게 LOI를 제출하고 허겁지겁 LOI 제출을 철회해버리는 행태는 그 이유를 떠나 신세계그룹의 빈약한 정보력과 전략라인의 무질서와 연관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롯데그룹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전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롯데그룹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해 왔으나 뒤늦게 부랴부랴 관련 가능성을 확인하고 최고의사결정자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허둥지둥댈 사건은 아니었다. LOI 제출 마감 당일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나 마감이 임박해서야 LOI를 제출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롯데그룹의 참전 가능성을 확신하지도 못하고 불참한다는 사실을 확신하지도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자 의사결정은 좌충우돌했다. 최종 책임은 고스란히 3세 경영자인 정용진 부회장을 향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룹 전략실의 전략 부재도 입방아에 오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전과 같은 큰 이슈의 거래에서 전략없이 즉흥적으로 거래에 참여하는 건 대기업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신세계그룹의 전략실은 그룹 컨트롤타워다. 그룹내 인사·재무·홍보·개발 등을 총괄한다. 2013년 초 경영전략실을 축소 개편해 지금의 전략실을 만들었다. 전략실장(사장)은 김해성 사장이 맡고 있다. 그는 이마트 대표이사를 겸한다. 김 사장 직전 경영전략실 사장은 전략가로 명성을 떨쳤으나 지금은 오리온그룹으로 떠난 허인철 전 대표였다. 전략실 부사장은 권혁구 팀장이다. 전략실 기획팀장과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겸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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