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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모아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체제 힘 싣기 모비스·현대제철·현대차 지분 매입, 지배력 강화 포석

박창현 기자공개 2015-09-30 07:43: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25일 09: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핵심 계열사의 자기주식을 취득하며 지배구조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후계 승계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자기 주식은 지배체제 유지를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정의선 부회장도 직접 지분 매입에 나서며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 97만 3439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취득 예정 금액은 약 2123억 원이며 올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자사주 지분율은 1.86%에서 2.86%로 늘어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이번 자사주 매입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4개의 순환 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모두 '현대모비스→현대차'에서 파생된 연결 고리다.

업계는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 정점에 두고 타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후속 지배구조 재편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간 직접적인 출자 관계를 끊기에는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적통 후계자인 정의선 회장은 타 계열사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로 지분 16.88%를 갖고 있다. 최근 주가 기준으로 지분 가치만 3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오너 일가가 수 조원의 제반 비용이 요구되는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23.29%)과 정몽구 회장(6.71%)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0%를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로서, 지분 가치만 2조 원이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해당 지분을 매각해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거나, 주식을 맞교환하는 시나리오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기주식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 희석을 막는 안전 장치가 된다. 자기주식이 많을수록 오너 일가는 실질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그룹과 삼성그룹 역시 SK-SK C&C 합병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기주식 덕을 톡톡히 봤다. 두 그룹은 지주사 전환 후에도 지주회사 자사주를 계속 매입하면서 지배 체제를 더욱 공공히 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 역시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자기주식 매입이 정의선 체제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모비스 외에 현대제철도 자기주식을 취득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한 달 가량 앞둔 지난 6월 10일 국내 증권사 두 곳과 총 36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기로 하는 신탁계약을 맺었다. 신탁 계약은 당시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하회하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합병 후 대주주들은 합병 신주 외에 별도의 주식을 취득하지 않았음에도 실질 지분율이 42.39%에서 44.87%로 높아졌다.

화룡점정으로 정의선 부회장이 최근 직접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선다. 취득 대상은 바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사들였다. 주당 가격은 이날 현대차 종가인 15만8000원이었고 전체 매매대금은 약 5000억 원에 달했다. 이 거래로 정 부회장은 총 317만995주(1.44%)의 현대차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정 부회장이 최근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덕택에 이번 현대차 지분 매입에 직접 나설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 지분을 팔아 3000억 원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 상장 때 구주 매출에 참여하면서 추가로 952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또 올 초 현대글로비스 지분 8.59%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7427억 원의 현금도 마련했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여전히 수 천억원 대의 승계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주가가 저점에 머무르고 있는 지금이 오너 일가에게는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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