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YB가 뛴다]가풍 따르는 장자, 현장에서 경영으로[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 현장근무 후 전략·기획 전담, 경영수업 최적화
박창현 기자공개 2016-01-25 08:55:0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0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자 경영과 현장 경영 수업. 코오롱의 확고한 경영 승계 원칙이다. 이원만 창업주는 슬하에 2남 4녀를 뒀다. 모든 사업은 장남인 이동찬 명예회장이 이어받았다. 이동찬 명예회장도 이 원칙을 고수했다. 6명의 자녀 중 유일한 아들이었던 이웅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이제 시장의 이목은 이 회장의 외아들 이규호 상무(사진)에게 쏠리고 있다. 코오롱가(家)의 장자는 이 전통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코오롱에 첫발을 내딛은 이 상무는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집안 경영 신조를 몸으로 체득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현장 근무를 마치고 전체 사업을 조망할 수 있는 총괄 기획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맡겨진 셈이다. 임원 승진도 이뤄졌다. 코오롱 적통 후계자의 진짜 경영 수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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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군대에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29살이 되던 해 코오롱에 둥지를 튼다. 첫번째 근무지는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이었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코오롱 경영 수업 원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상무는 구미공장에서 근무하면서 평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사원 숙소에서 지내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했다. 식사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동료들과 어울려 먹었다.
2년 여 간 공장 생활을 마치고 그룹 건설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겼다. 코오롱글로벌 근무 역시 현장 경영 수업의 연장선상이었다. 이 상무에게 맞겨진 업무는 전국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빡빡한 일정은 두 말할 것도 없고 현장 근무자들과의 업무 협업이 중요했다. 당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 소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는 일화는 아직까지도 코오롱글로벌 내에 회자되고 있다.
작년부터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에서 기획 전략 업무를 맡고 있다. 경영진단실은 컨설팅 전략 부서다. 영업과 생산, 연구 등 각 사업부문 영역별 현안을 점검하고 사업 영역과 성장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 실적 뿐만 아니라 생산 현장 방문과 임직원 인터뷰, 거래처 심층 조사 등 정성 분석도 이뤄진다. 회사를 심도깊게 들여다볼 수 있고, 미래 비전까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수업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이 상무는 지난해 경영진단실에서 △필름 사업 수익성 개선과 △아라미드 사업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내 필름사업 부문은 시황 부진과 중국법인 적자 누적, 재고자산 평가 손실로 수익성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4년 1분기 53억 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다음 분기 때 20억 원 대로 떨어지더니 3분기부터는 59억 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4분기 때는 오히려 적자 폭이 커지면서 85억 원의 손실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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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와 경영진단실은 노후 설비 정리로 고정비를 줄이고 중국법인 정상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전략 방향을 설정했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신사업도 제안했다.
고강도 경영진단 후 개선안이 실제 경영 활동에 반영되면서 필름 사업 부문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작년 1분기 노후·유휴 설비 폐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매출액은 줄었지만 영업손익은 5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 필름 재고 조정 여파로 다시 손실이 났지만, 3분기 부실 털어내기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흑자 경영 성과를 이뤄냈다.
이 상무는 듀폰 소송 여파로 영업망이 와해된 '아라미드' 사업에 대한 진단도 수행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소재를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중장기 사업 계획을 구상해왔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화학업체인 듀폰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미래 청사진도 어그러졌다. 결국 지난해 초 3100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소송 족쇄에서 풀려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사업 재건을 위한 사업 전략이 필요했다. 이 전략 구상을 이 상무와 경영진단실이 맡게된 셈이다. 경영전략실은 현장 방문과 고객사 협력사 인터뷰 등 입체적인 사업 분석을 통해 아라미드 포트폴리오 재편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단 결과 아라미드 사업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철저한 준비로 영업망 복원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연간 5000만 톤 생산능력을 갖춘 구미 공장 가동률이 95% 수준까지 도달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월별 기준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착실하게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이 상무의 다음 승계 과제는 바로 그룹 지배력 강화다. 이 상무는 현재 코오롱그룹 계열사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 지분을 넘겨받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코오롱 최대주주는 아버지인 이 회장이 , 지분율은 47.3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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