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31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에 부인의 퇴직연금 계좌를 열어봤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 30% 정도였어요. 10년 넘게 부었는데 원금은 커녕 손실이 너무 심해서 황당하더라고요. 그나마 확정급여형(DC)이어서 펀드 리밸런싱이 가능했어요. 원자재펀드, 소비재펀드, 4차 산업혁명 수혜펀드, 베트남펀드 등 6번 정도 상품을 교체하고 나서야 수익률 13% 정도 나오더군요."얼마 전 친한 프라이빗 뱅커(PB)와 퇴직연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최근에 퇴직연금을 담당하게 되면서 확정기여형(DB), 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제도를 막론하고 수익률이 좋지 않다는 말을 꺼냈더니 PB 역시 퇴직연금에 대한 토로를 한 것이었다. 실제 지난 2016년 7월~2017년 6월까지 DB형 수익률(단순평균)은 3.03%, DC형은 2.68%, IRP는 2.18%에 불과하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은 다시 뜨거워졌다. 개인 추가 납입이 가능한 IRP 계좌의 가입대상자가 확대되면서 각 사업자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자산관리 및 운용관리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기로 하면서 상위 사업자들 역시 줄줄이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다.
IRP 시장은 전체 퇴직연금 시장 중 10%도 채 못 미치는 작은 시장이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IRP는 근로자가 이직이나 퇴직을 하게 되면 퇴직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계좌인데다 연말 정산을 할 때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추가 납입을 하는 몇 안 되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연금은 만 55세 이후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운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IRP 수수료가 인하되거나 폐지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보다 중요시해야 할 부분은 수익률 개선이다. IRP 계좌의 수익률은 타 유형에 비해 형편없을 뿐 아니라 각종 수수료를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IRP는 DC형과 마찬가지로 가입자 개인이 퇴직급여를 직접 운용하고 책임진다. 하지만 연금 가입자들은 투자의 전문가가 아니다. 예로 든 PB는 본인이 시장에 대한 감각이 있고, 펀드를 잘 알기 때문에 일년 여 만에 40% 이상 수익률 반등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입자들에게 퇴직연금은 방치해놓는 계좌에 지나지 않는다.
연금 납입의 의미는 장담할 수 없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한다는 데 있다. 큰 기회비용이 따르는 만큼 사업자들이 관리 수수료를 낮추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펀드 운용에 대한 안내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2%에 불과한 IRP 수익률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자와 가입자, 모두의 노력 없이 수익률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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