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24일 08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자는 망해도 3년 먹을 게 있다'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옛말이 때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미래를 열어갈 힘을 얻는다. SM상선이 지금 그런 희망을 품고 원양선사로 거듭나기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SM상선은 직원들의 풍부한 경험이 자산이다. 한진해운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글로벌 영업력을 쌓은 직원들은 이제 SM상선이라는 새 둥지에서 원양선사 지위 확보에 나섰다. SM상선은 국내 1위 원양선사를 경험한 베테랑 선원들을 태워 대양으로 출항했다.

SM상선은 한진해운 미주·아주노선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SM그룹은 이 노선을 인수한 뒤 사명을 SM상선으로 바꿨다. CEO와 CFO 단 2명만을 그룹 내부인사로 앉혔다. 옛 한진해운 소속 직원들을 그대로 고용 승계했다. 한국인 육상 직원 210여명 100%가 한진해운 출신이다. 규모와 이름만 바뀌었을 뿐 조직을 지탱하던 인력과 시스템은 그대로다.

SM그룹의 물적 지원도 전폭적이다. 계열 내 벌크선사인 대한상선과 건설사인 우방건설산업을 SM상선에 흡수합병 시키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몸집을 불리고 불안한 재무구조를 안정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SM상선의 자산 규모는 약 1조 200억 원대로 불어난다.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진다.

SM상선은 내년 상반기까지 캐나다와 미주동안 등으로 선대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내 인력들을 통해 옛 한진해운이 확보했던 영업망 회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국적 원양선사가 현대상선 하나 뿐인 상황에서 외국 선사들에게 빼앗긴 옛 한진해운의 물동량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합병을 마치면 SM상선은 노선 확대에 투입할 배들을 한 번에 확보하게 된다. 자체 선박 보유대수는 총 18대로 늘어나게 된다. 대한상선 소유 16척의 배가 SM상선 소유로 바뀐다. 현재 총 24척의 선박을 운항 중인 SM상선은 합병 뒤 사선 비율이 75%로 상승한다.

연내 캐나다와 미국동부노선 확대가 최우선순위로 논의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내에 이 노선의 운항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 노선에 투입될 배들도 자체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정기항로로 유지하려면 캐나다 밴쿠버 노선에 5척, 미주동부 노선에 10척 등 최소 15척의 배가 필요하다. 연내 9척의 배를 추가로 구입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미주노선이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이었던 만큼 현재 SM상선의 매출의 70%가 미주노선에서 발생한다. 미주서안에만 정기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만큼 향후 캐나다와 미주동부 노선으로 정기항로를 확대하면 매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주 노선은 앞으로도 SM상선의 주력 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SM상선은 남미와 유럽 등지로 노선을 확대하면서 원양선사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또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서태평양 일대 노선을 확대하고, 중동과 홍해 노선까지 영업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M상선 관계자는 "옛 한진해운은 동서항로를 중심으로 1주당 7만 TEU의 물동량을 확보했었다"며 "SM상선은 현재 1주당 1만 TEU에 조금 못 미치는 물동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향후 영업력을 극대화해 이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2위 원양선사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선대 및 화주를 확대해 남미와 유럽 항로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