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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의 '엉터리 회계' [thebell note]

김병윤 기자공개 2017-12-07 08:46:16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5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익재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대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과 만난 자리에서 공익재단의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할 뜻을 보였다.

이름만 두고 본다면 공익(公益)재단에 태클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칭찬해줘야 한다.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이 누군가. 오래도록 수많은 경영 행위를 지켜보고 분석한 전문가다. 공익재단이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심증을 확보한 '재벌 저격수'가 공권력을 쥐고 물증 찾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기업 입장에서 결코 달가울 리 없다.

대기업집단은 보통 2~3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별 탄생 배경, 영위하는 사업,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등은 제각각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내뱉은 전수조사는 상당한 노동력을 필요로 할 전망이다. 공정위의 '창'과 그룹의 '방패'가 어떻게 맞설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양자 간 자의적인 판단과 해석 등이 개입돼 적잖은 진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에 기반해 명확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것도 있다. 회계 투명성이 대표적이다. 재단이 공시한 내역 중 엉터리 회계는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예가 주식 관련 항목이다. 일부 재단은 주식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하거나 매도가능증권으로 한 뒤 원가법으로 처리해오고 있다. 기본적인 회계 원칙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는 증거다.

오류를 범하고 있는 재단 중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지닌 곳도 있다. 때문에 회계장부에 기입했어야 할 지분 가치는 취득시점과 비교해 상당한 괴리가 있다. 실질 자산액 역시 공시된 것과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보이용자에게 잘못된 데이타(data)를 제공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회계 오류를 대하는 재단의 태도다. 대다수 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다", "다른 곳도 비슷하다" 등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가 아닌 알고도 바로잡지 않는 '잘못'임을 인정한 셈이다.

물론 자산규모를 틀리게 기입한 것이 재단 운영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틀린 정보를 수년간 방치하고 있는 자세는 심각한 잘못이다. 회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회계 오류를 내고 있는 재단 가운데 제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곳은 많다. 교육·장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공익재단에 이목이 쏠린 때 중요한 순기능은 사소한 문제에 가려질 수 있다. 재단 스스로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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