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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타이틀 '못 놓나, 안 놓나' [KT 지배구조 딜레마]④공공성 빌미로 정부와 공생관계…경쟁체제 만들어져야

김성미 기자공개 2018-03-14 08:15:04

[편집자주]

'KT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KT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는 회사 모토다. 민영화된 지 16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공기업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KT는 민영기업이지만 국민기업이란 모토처럼 공기업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당연했고 정권이 바뀌면 CEO가 바뀌었다. KT는 내규를 바꿔가며 낙하산 인사를 막고 진짜 민영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가 민관 딜레마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국민기업을 표방한다. 국민기업이란 이미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첨단이나 혁신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KT가 국민기업을 내세우는 것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 때문이다. KT는 우리나라의 필수설비 의무제공사업자다. 민영화된 지 16년이 지나도 공기업적 색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외풍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사업자란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것도 피할 수 없는 지적이다. 국민기업이란 타이틀은 못 내려놓았을 수도, 혹은 안 내려놓았을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KT가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하려면 지배구조 이슈를 넘어 공공 성격의 사업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자유로울 수 없던 원인으로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꼽는다. 필수설비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설비를 말한다. KT가 전국적으로 가진 통신용 관로와 그 속의 전화선, 통신전주, 전화국의 각종 장치용 시설, 집안의 통신장비와 연결되는 가입자망 등이 필수설비에 해당된다.

다른 사업자들이 인프라를 다시 설치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등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KT의 관로 훼손 논란에 휩싸였던 것도 이 같은 사례다. SK텔레콤이 알펜시아 지역의 관로 내관에 광케이블을 설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KT 관로를 무단 사용했다며 KT로부터 소송에 휘말렸다.

이 사건은 올림픽이라는 상황에 허가를 받은 주체가 엇갈렸던 탓에 소송을 취하하며 마무리되긴 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새로 관로를 설치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른다. SK텔레콤이 관로를 다시 까는 것은 전 국가적인 비용 낭비다.

KT 관로를 빌려 쓰고 이에 대한 적정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상호간에 윈윈이 된다. 당시 논란은 KT가 빌려주기로 승인한 적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서 시작했는데, KT의 독점적 지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른 방송통신사업자들은 KT로부터 설비를 임대해 사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이는 KT에게 유무선 통신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한다. KT입장에선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 유선 사업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일부 임직원이 과잉 대응하거나 갑질 논란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민간 통신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망을 빌려주어야 하지만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이를 거절한다든지, 가끔은 아예 선 자체를 끊어버려 이슈가 되기도 했다.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위해 주어졌던 필수설비가 하나의 권력으로까지 작용하는 셈이다.

정부는 공공성을 명분으로 KT와 밀월관계를 누렸다. 과거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근무했던 인물들을 KT 회장직으로 꽂으면서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에 명목을 뒀다. KT가 필수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니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위해 정부의 견제와 규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초기엔 명분이었지만 이젠 KT가 때마다 외풍에 시달리는 빌미가 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2년 KT를 민영화시킬 당시 물리적 민영화를 넘어 화학적으로도 민간기업이 될 수 있는 통신 시장 환경도 조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통신 서비스의 국적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했다면 차차 자율경쟁시장 환경을 조성해 독점력을 해소해 나갔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통신 시장엔 KT 외에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기간사업자뿐만 아니라 40여개의 별정통신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 서비스의 기본인 인프라는 KT가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외견상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의 1위 사업자이지만 유무선 통합, IPTV, 인터넷 망까지 아우르면 불완전한 경쟁 상태를 보인다.

KT의 필수설비 독점에 따른 경쟁 제한성, 이용자 편익 저해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경쟁사들의 무임승차 우려를 없애기 위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만드는 것은 물론 필수설비 사용이 원활하도록 제도적 장치나 제도화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KT의 사업 구조를 해소하고 정부의 밀월관계를 끊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 중 하나다.

방송통신업계 관계자는 "물리적 민영화를 넘어 화학적 민영화를 위한 장기 계획이 없는 KT가 민영화된 것이 문제"라며 "정부는 그동안 공공성을 명목으로 KT의 낙하산 인사를 당연시 여겨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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