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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앞둔 신탁사, 매물 쏟아진다 대기업 진출 목전…부동산 경기 호황 '역대 최대' 실적 달성

이상균 기자공개 2018-04-10 08:12:59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9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인 부동산 신탁사들이 큰 폭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그동안 신탁사들이 높은 진입장벽을 방패 삼아 대규모 이익을 챙겨왔다며 새로운 신탁사 인가를 추진 중이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은 양호하지만 신탁사들의 고민도 깊다.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변수가 부각되면서 신탁사들이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신탁사 순이익 5061억, 전년比 28% 증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부동산 신탁사의 순이익은 5061억원으로 전년(3933억원) 대비 28.7% 증가했다. 회사당 평균 46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셈이다. 차입형·관리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전년보다 8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신탁보수가 2003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신탁보수는 6886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1조325억원)의 66.7%를 차지한다.

부동산 신탁사들은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고민이 많다. 금융위원회가 신탁사 추가 인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여타 금융업종에 비해 신탁사의 진입장벽이 높아 신탁사의 실적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판단이다. 지난 2009년을 마지막으로 9년간 신탁사 인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추진 배경 중 하나다.

신탁사들은 현재의 실적이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지난 3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을 등에 업고 실적이 반짝 상승했지만 이제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향후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신탁사 설립이 아닌 건전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탁사의 강력한 반발이 있긴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당초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탁사들은 기로에 섰다. 기업가치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생보부동산신탁 등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신탁업계에서는 신규 신탁사 인가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신탁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신탁사 설립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전에 경영권 매각을 서둘러야 매각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탁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자천타천으로 경영권 매각 후보가 언급되고 있다.

◇중소형 신탁사, 발등에 불 떨어져

격변기를 앞둔 신탁사들도 각각 사정이 다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소형 신탁사다. 신규 신탁사는 2~3년간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하지 못한다. 6~7개의 중소형 신탁사가 각축을 벌이는 비차입형 신탁에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중소형 신탁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신규 신탁사 설립 후보로 시중은행과 증권사, 건설사 등 대기업들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자칫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형 신탁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자본력이 뒤처지는 신탁사들은 핵심 인재를 뺏기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중소형 신탁사들 간에 위기의식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부동산 신탁업계에 대대적인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신탁사들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대기업들이 메울 것이란 전망이다. 생보부동산신탁 등의 매각 추진은 업계 재편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가 신규 신탁사 인가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탁업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대기업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를 늘려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탁업은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여타 금융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는 신규 신탁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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