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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대표의 반성문 [thebell desk]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18-06-01 08:57:4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1일 08: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시키지 않겠습니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경영 승계 포기를 공언했다.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 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 뒤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이지만 '반성문'이었다. 김 대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적으론 무죄여도 뭔가 찜찜함은 남는다.

김 대표는 재판 과정에 대해 '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반성의 일환으로 내세운 것 또 다른 내용이 '경영 승계 포기'였다.

김정주 대표는 벤처 1세대로 꼽힌다. 1994년 넥슨을 설립해 게임산업의 부흥을 이끈 인물이다. 넥슨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기업이다. 바람의 나라는 전세계 최장수 MMORPG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부분유료화란 비즈니스 모델도 처음 만들었다. 2002년 넥슨재팬을 세워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도 시켰다. 도쿄 증시에서 넥슨은 시가총액 15조원이 넘는 대형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는 천재형 개발자 소리를 듣는다. 자수성가형 오너다. 부친인 김교창 씨는 변호사를 지냈다. 유복한 집안이었지만 사업을 시작한 것은 김 대표의 선택이었다. 쉬운길을 버리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카이스트전산학과 석박사과정을 지내고 26세의 나이에 창업을 했다. 카이스트 연구실 한귀퉁이에서 밤샘을 하며 컴퓨터 작업을 했을 모습이 선하다. 그렇게 만든 넥슨은 한국을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자수성가한 오너가 경영 승계를 하는 것은 지탄받을 일일까.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반성문의 일환이 되는 일일까. 최근 사회 분위기에선 '경영 승계는 나쁜 것'이란 프레임이 만들어진 듯 하다.

독일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유명 기업은 가족들이 대를 이어 경영을 한다. 밀레는 두 가족이 결합해 만든 회사인데 100년이 넘게 가족끼리 돌아가며 경영을 하고 있다. 일본엔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2만여개에 달하고 200년이 넘는 기업은 3000여개에 달한다. 장수기업 중 96%는 비상장기업이며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장인 정신'을 대물림한다고 칭송받는다.

기업의 가장 큰 가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매출을 늘리고 돈을 벌어 다시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는 게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큰 일이다. 이를 위해 전문 경영인이든 오너든 누가 최고경영자(CEO)가 되도 상관없다.

한국 사회에선 많은 기업들이 경영 승계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각종 법규들은 경영 승계를 '악'으로 단정하고 이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촘촘히 마련했다. 징벌적 상속세를 만들고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은 편법이라며 조리돌림을 한다.

가업 승계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지만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선대의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장인정신을 이어받을 인물이 가족 중에서 나올 확률이 더 높다. '가업 승계는 나쁘다'는 프레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정주 대표의 자녀들은 아직 미성년자다. 훗날 넥슨을 누구보다 더 잘 이끌지 누가 알겠는가. 천재형 개발자 정신을 물려받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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