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08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한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품 전략 담당자 A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대형 증권사와 대형 자산운용사를 거쳐 헤지펀드 운용사에 합류한 인물이었다. 해당 운용사는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건실한 트랙레코드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곳이었다.그에게 이직의 이유를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운용사에 다녔고, 그 곳에서 수백개의 펀드를 팔아봤는데 실제로 가입하고 싶은 상품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영업을 할 때 수백개의 펀드 모두 '투자 적기'라고 표현을 했는데 사실상 그럴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모펀드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업계 전반적으로 공모펀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각 판매사 내의 공모펀드 담당자 외에 상품을 파는 프라이빗뱅커(PB)나 투자자들은 "공모펀드요? 안 본지 꽤 됐어요"라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운용사 상품전략 담당자들을 만나도 "요새 다른 데들은 뭐하나요"라고 묻기 일쑤였다.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표현은 대개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오른 탓에 올해 초 다수의 증권사들은 코스피(KOSPI) 3000포인트, 코스닥(KOSDAQ) 1000포인트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는 미국 금리인상과 더불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시장변동성이 커졌고 지난 10월에는 코스피1900선과 코스닥 600선으로 회귀했다.
판매사나 운용사 모두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모펀드를 팔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의 침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는 평균적으로 18%의 수익을 냈지만 자금은 더욱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13년 이후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원금회복을 하거나 소폭 수익실현을 했을 때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펀드시장에서 떠나버렸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시장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A씨는 대형 공모펀드 운용사에서 상품 기획을 하는 과정을 보면 내년 시장 상황을 감안해서 판매가 잘 될만한 상품 기획안을 낸다던지, 타사에서 잘 된 투자전략을 일부 수정하는 식으로 펀드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비슷비슷한 상품이 생기게 된다고도 했다. 공모펀드의 수는 많지만 투자할 가치가 있는 상품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A씨는 "지금 옮긴 운용사는 규모는 작지만 적어도 팔고 싶지 않은 펀드를 팔고 있진 않다"며 "투자하고 싶지만 최소투자기준이 높아서 가입을 하지 못할 뿐"이라고 했다. '마케터가 팔고 싶지 않은 상품'이라는 말이 지금의 공모펀드 시장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까. 앞으로도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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