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30일 0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여름 부영그룹의 결정에 부동산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약 1년 전에 산 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사옥)을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후 부영그룹은 일사천리로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에스원·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CIK)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후 실시한 입찰에 다수의 운용사가 참여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올해 9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1위 부동산전문자산운용사인 만큼, 딜 클로징을 의심하는 분위기는 없었다.하지만 그 후 문제가 생겼다. 우협을 선정한 지 세 달이 지나도록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매각이 장기화한 배경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자금 조달 문제가 있다. 애초 우정사업본부의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을지빌딩을 인수하려 했는데, 내부 투자심의에서 반대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을지빌딩의 공실과 낮은 임대료 등의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다른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선뜻 손을 내미는 곳이 없어 붕 뜬 상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우협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여전히 매각 측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별다른 진척이 없고, 거래 성사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알려졌다. 현재 부영그룹과 이지스자산운용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양측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지금처럼 정해진 것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기 보다는 거래 결렬을 공식화하는 것이 오히려 양측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경우 양측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부영그룹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을지빌딩을 매물로 내놨는데, 매각마저 무산되면 이미지에 더 손상을 입는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마찬가지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올해 대형 부동산 매각에서 우협이 된 후 거래를 완결짓지 못한 첫 사례가 된다. 명성에 흠집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끄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거래 실패가 창피할 수는 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다.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낫다.
부영그룹은 이미 을지빌딩을 매물로 내놓을 때 체면이 깎였다. 어차피 팔기로 결정했다면, 더 이상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과감해져야 한다. 이지스자산운용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진성 원매자를 찾아 추가로 입찰을 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지스자산운용으로서도 현재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을지빌딩을 계속 붙들고 있기 보다는, 새로운 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실제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CBRE글로벌인베스터자산운용과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매물로 내놓은 스테이트타워 남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매각 측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 중 한 곳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빌딩의 입찰은 다음 달 초다. 총 매각가가 5600억원 이상인 만만치 않은 딜이다. 을지빌딩 매입을 담당했던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문 대표와 해당 팀이 스테이트타워 남산 건을 맡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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