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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텔레콤은 종속·하이닉스는 관계…왜?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지주회사 몸집 키우기 일환…'사실상 지배력' 무리한 적용 논란도

최은진 기자공개 2019-02-27 08:26:37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6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인 SK㈜가 과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사실상 지배력'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과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이 없다는 다소 보수적인 관점에서 해석,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이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재계 관계자들은 지주사인 SK㈜가 재무회계상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직접 지배력이 닿는 계열사들에 대해 '사실상 지배력'에 무게를 두고 종속기업 편입을 추진했다고 설명한다. 20%대 지분율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계업계서 논란거리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재계 등에 따르면 SK㈜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가운데 종속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총 13곳이다. 이 중 SK㈜의 지분율이 50% 미만인 계열사는 6곳. 세부적으로 SK텔레콤·SK이노베이션·SKC·SK건설·SK네트웍스·SK머티리얼즈이다. SK㈜는 이들 기업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며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한 데 따라 자산규모를 56조원, 매출액 42조원, 순이익 3조원 가량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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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는 SK텔레콤 지분을 25.22%, SK이노베이션을 33.40%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나머지 SK네트웍스, SKC 등 네곳은 40%대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회계원칙상 엄밀히 말하면 이들 기업은 과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 특히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쳐도 의결권이 과반을 넘기지 못한다.

SK㈜는 과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의결권 보유자나 의결권 보유자의 조직화 된 집단보다 SK㈜가 유의적으로 많은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주주들이 널리 분산되어 있어 응집력이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SK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다른 판단을 했다. 이 회사는 SK텔레콤이 지분 20.07%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SK㈜의 손자회사 뻘이다. 역시 20%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이사회 및 경영 등에 있어서 SK그룹의 상당한 영향력 하에 있음에도 관계회사로 분류했다. SK텔레콤이 과반 미만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회계기준대로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설정했다는 입장이다.

'20%대 지분율'에 대해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개념을 달리 해석해 적용한 까닭은 지주사 키우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의 재무회계상의 규모를 최대한 키우기 위해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경우 과반 미만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개념에 무게를 두고 해석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덩치를 키워, 그룹 안팎에서 차지하는 SK㈜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그룹의 지주사이기 때문에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종속기업 분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했던 것으로 안다"며 "SK텔레콤 등은 과반 미만의 지분이지만 다른 주주들보다 지배력을 확고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종속기업 편입이 문제없다"고 말했다.

다만 SK㈜는 손자회사 뻘되는 계열사의 경우에는 자사가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계산해 종속회사 여부를 가늠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SK㈜가 25.22% 지분을 보유한 SK텔레콤이 20.07%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SK㈜가 미치는 영향력을 계산해보면 5%에 불과하다. 5% 입지로 사실상 지배력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재무회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반면 SK㈜가 4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C가 27.94% 지분을 소유한 SK바이오랜드의 경우 SK㈜의 영향력은 11% 정도로 계산된다. SK㈜가 44.5%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SK건설이 20% 지분을 보유한 서수원개발에 미치는 SK㈜의 영향력은 약 9%다. 이들 기업은 SK㈜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된다. SK하이닉스에 미치는 SK㈜의 영향력에 비해 약 두배 가량 높다.

재무회계업계 관계자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될 당시부터 SK㈜가 SK텔레콤 등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고 회자한다. 20%대 지분율을 소유한 계열사에 대해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LG, GS, CJ 등 경쟁 그룹사들을 봐도 SK㈜처럼 20%대 지분율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도 지적한다. 몸집을 키우기 위한 SK㈜의 의지가 무리수로 이어졌다고 보는 회계사들도 상당하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SK㈜는 계열사 지분율 단 20%대 정도만 보유하면서 수조원, 더 나아가 수십조원의 자산을 늘리는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라며 "여전히 업계서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소수 지분에도 종속기업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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