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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시아나항공, 위기의 성격 근본적으로 다르다 [조양호 회장 타계]'오너 일가 리스크' vs '경영 실패'

이광호 기자공개 2019-04-09 11:29:02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9일 11: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회장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각각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두 총수는 개인과 가족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갑질'이 세간에 알려지면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의 과욕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한 데 이어 최근 감사보고서 사태를 겪은 뒤 산업은행과 갈등을 빚고 매각 압박을 받고 있다. 두 회사의 뇌관은 비슷한 시기에 터졌지만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갑질'이 불러온 한진家 ‘오너리스크'…논란에 비해선 양호한 성적표

조양호
대한항공 위기의 결정타는 지난해 '물컵 갑질' 논란이었다.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 제작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욕설과 함께 물컵을 집어던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샀다. 같은 해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대학 부정 편입학' 의혹을 받았다. 여기에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 이사장은 운전기사나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발로 차는 등 '폭행' 의혹을 받는다. 대한항공은 2014년 ‘땅콩회항' 사태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냈다.

갑질 논란이 계속되면서 '한진家=갑질家'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오너리스크'는 대한항공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곳곳에서 대한항공을 정조준했다. 심지어 대한항공 직원들까지 비판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 2대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나서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았다. 그 여파로 인해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1999년 4월 아버지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총수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첫 사례였다.

이후 조 회장은 열흘여 만에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조 회장이 갖고 있던 한진칼 지분(17.84%)이 어떻게 승계될지 등 복잡한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은 대한항공이 오너리스크를 겪는 동안 실제로 위기를 겪었는지 여부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수년 간 누적된 오너리스크로 인해 악화된 여론이 형성돼 이용객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기간 동안 대한항공의 재무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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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논란이 일어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대한항공 여객 탑승률을 보면 △2014년 79.16%(6만7950명) △2015년 80.07%(7만1646명) △2016년 80.97%(7만5970명) △2017년 81.88%(7만7842명) △2018년 82.79%(8만1430명)으로 매년 수요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화물 탑재율도 △2014년 76.08%(8259개) △2015년 76.11%(8266개) △2016년 76.15%(8163개) △2017년 76.18%(8593개) △2018년 76.22%(8289개)로 꾸준히 늘었다.

최근 5년 간 매출 흐름도 상승세다. 매출액은 2014년 11조9097억원에서 2018년 13조202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순이익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인 측면이 아닌 외환차손, 외화환산손실 등 환율리스크 영향을 받았다. 이밖에 대한항공의 5년 간 평균 부채비율은 743.46%로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순차입금도 꾸준히 줄고 있다. 재무적으로 봤을 때 대한항공은 나무랄 데가 없다. 오너리스크와는 무관하게 회사는 잘 돌아갔다.

부채비율

◇대외적으로 노출된 부실경영, 갈수록 커지는 유동성 위기…매각 현실화되나

박삼구
대한항공과 달리 아시아나의 위기는 재무·실적 악화에서 비롯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오너리스크를 시작으로 흔들렸지만 기본 체력이 달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다.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오른 박 회장은 공격적 M&A(인수합병)에 사활을 걸었다. △대우건설 6조4000억원(2006년) △대한통운 4조1000억원(2008년)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고 이듬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M&A를 반대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형제간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었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책임을 강조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박 회장은 2010년 경영에 복귀했고 2013년 금호산업 대표를 맡았다. 다행히 금호산업은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꿈꿨다. 금호산업을 다시 품기 위해 자금을 끌어 모았고 7228억원에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다음 목표는 금호타이어였다. 박 회장은 2017년 우선매수청구권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인수를 천명했지만 컨소시엄 구성 등은 물거품이 됐고 끝내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박 회장은 결국 인수를 포기했고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4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 매각됐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비교

이후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기내식 공급 업체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 만료 후 신규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면서 승객들이 기내식을 기다리다 받지 못하고 이륙하는 이른바 ‘노밀(No Meal)'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의 배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또한 경영 경험이 없는 딸을 금호리조트 상무에 임명해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에는 '꼼수회계' 파문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부적합하다며 ‘한정' 감사의견을 내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이 일었다. 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자산의 회수 가능액 및 당기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 여부 및 연결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검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산업까지 '한정'을 받았다. 결국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난 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압박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0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은 본격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2010년 636.34%였던 부채비율은 2014년 715.41%를 넘겼고 2015년 991.48%를 기록했다.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자구 노력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814.8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매출원가 및 판관비 구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원가율은 90.26%다. 2010년 75.63%였던 매출원가율은 꾸준히 오름세다. 여기에 판관비율도 10% 이상을 기록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는 다르게 매출원가율을 80% 초반대로 유지해 왔다. 연간 현금창출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에비타(EBITDA) 비율도 아시아나항공은 7.46%, 대한항공은 18.58%를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너리스크를 걷어 낸다고 해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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