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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DB그룹]금융전문가 김남호, 아버지 반도체 꿈 이룰까②지난해 7월 회장 취임 후 경영 본격 참여…재무안정화 달성, 사실상 무차입 상태

김슬기 기자공개 2021-02-02 07:05:11

[편집자주]

금융 중심으로 재편된 DB그룹이 다시 제조업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동부' 대신 DB로 그룹명을 바꾼지 3년만의 일이다.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을 두드렸던 DB하이텍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다시 제조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세 김남호 회장 시대를 맞이한 DB그룹의 제조업 위상과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반도체 사랑은 컸다. 2000년대 본격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진출을 선언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의지가 강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이었던 시장에서 비메모리는 비주류였다. 13년 연속 적자, 막대한 투자에 따른 부채 증가도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은 반도체에 투자를 이어갔다. 계열사의 재원을 투자하고 사재까지 털어 넣었다. 10여년의 투자에도 DB하이텍은 그룹 애물단지였다.

세월이 지나 상황이 바뀌었다. 파운드리 업계가 초호황을 맞이하면서 DB하이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B하이텍은 DB그룹의 몇 안 되는 제조업체로 실적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취임한 김남호 회장 역시 연초 신년사를 통해 DB하이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조업 재건의 의지를 다졌다.

DB그룹은 과거 40여개의 제조회사가 주축인 동부그룹이 전신이다. 이제는 금융을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됐고 제조업 기반은 DB하이텍과 일부만 남아 있다. 김남호 회장이 제조업 부흥을 다시 이끌지 여부는 DB하이텍의 확장성에 달려 있다.

DB하이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자로 김남호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동부제철 입사 후 여러 계열사를 돌았지만 DB하이텍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등기임원은 아니지만 상근직을 맡고 있다. 회장 취임과 동시에 DB하이텍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룹 내에서 DB하이텍을 보는 시각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1999년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해외 생활을 해오던 그는 경영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2009년이 돼서야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2009년 동부제철 아산만관리팀으로 입사, 인사팀, 도쿄지사를 거쳐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에서 근무했다. 2015년 4월에는 동부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 2017년 동부화재 상무, 2018년 부사장 승진했다.

2010년 이전까지 김 회장은 은둔의 황태자로 알려졌다. 1975년생인 그는 만 19세가 되던 해였던 1994년 한국자동차보험(현 DB손해보험)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지분을 대폭 확보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인 1999년 3월말 옛 동부화재 주주명부를 보면 당시 김 회장이 14.64%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후 다수 계열사의 지분 증여를 통해 2000년대 이미 후계구도를 완성했다. 특히 2003년 그룹 내 핵심이었던 DB손해보험의 1대 주주가 됐다. 현재도 DB손보의 1대 주주는 김 회장이다.

상대적으로 DB하이텍 지분 보유는 많지 않았다. 그룹 내에서도 핵심 계열사가 아니었고, DB하이텍은 여러차례의 합병과 대주주 변경으로 직접 지배보다는 간접 지배가 수월했다. 그나마 처음 지분을 확보한 것은 2000년초 동부한농의 지분 13만5860주를 매수하면서부터였다. 이후 2006년 동부일렉트로닉스의 유상증자에 참여, 750만주를 확보했다. 동부일렉트로닉스는 2004년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 합병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2007년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의 합병으로 DB하이텍이 탄생했고 김 회장의 주식은 90만2928주로 정리가 됐다. 지분율로는 2%대였다.

지난해에는 DB메탈 정상화를 위해 유증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DB하이텍 지분 전량을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2만1090원으로 총 190억원선이었다. 과거 동부한농 지분 취득에 10억원, 동부일렉트로닉스 유증에 146억원 가량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30% 정도 이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DB메탈을 살리기 위해 오너의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DB하이텍은 계륵과 같은 계열사였다. 지속적인 투자에도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오너 지분을 처분해도 되는 계열사 중 하나였다.

과거 동부그룹은 건설을 토대로 사세를 키우고 제조업으로 그룹을 확장했다. 하지만 2013년 구조조정에 내몰리면서 제조업을 순차적으로 포기했다.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동부건설,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 등을 매각했고 남은 회사가 DB하이텍 정도였다. DB하이텍 역시 산업은행의 사전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매각대상으로 거론 되었지만 산업은행의 몇차례 매각작업에도 불구하고 DB그룹 계열사로 남게 됐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2014년이 기점이었다. DB하이텍은 13년 연속 적자 끝에 2014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2014년 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이익도 450억원 가량 냈다. 영업이익률은 8%대였다. 2015년 이후로는 10%대에서 20% 후반까지 이익률이 높아졌다. 상각전영업이익율(EBITDA Margin)은 최근 들어 30%대까지 높아졌다. 2020년 3분기말 기준으로 에비타마진율은 38.9%다.

재무구조도 탄탄해졌다. 합병 첫해였던 2007년 총차입금은 2조원대였으나 현재는 1000억원대로 줄었다. 2020년 3분기말에는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 대비 더 많아지면서 사실상 무차입 상태가 됐다. 2007년 당시 60%대였던 차입금 의존도는 현재 12.8%까지 낮아졌다. 같은기간 부채비율은 324%에서 48%까지 내려왔다.

과거 막대한 투자금 부담으로 허덕였던 DB하이텍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수많은 계열사를 포기하고 살린 DB하이텍이기 때문에 향후 사업방향에 따라 그룹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

김남호 회장의 경우 과거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동부대우전자를 거치며 다양한 사업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2012년부터 DB하이텍을 이끌어온 최창식 부회장도 탄탄한 입지를 가져가고 있다. 김 회장의 제조업에 대한 확장 의지는 DB하이텍의 올해 행보에서 확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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