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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움직이는 사람들]우기홍 사장, 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 ‘중책’②글로벌 경쟁당국의 결합 허가 대응… 노선 손실 최소화 과제

강용규 기자공개 2022-08-31 07:30:13

[편집자주]

대한항공은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을 향해 가면서 이에 따른 전략 변화가 요구된다.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인수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경영의 변곡점마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항상 인물이다. 대한항공을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더벨이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9일 1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는 큰 승부수다. 업계 경쟁자를 흡수해 코로나19로 인한 눈앞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이 승부수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직후 인수 추진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꾸렸는데 TF의 총괄 경영자가 바로 우 사장이다. TF 장으로서 우 사장의 과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각 나라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내는 것이다.

◇ 경과를 알 수 없는 해외 기업결합심사, ‘전부 승인’ 가능할까

대한항공은 2022년 8월 말 기준으로 필수 신고국가 중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의 심사결과를, 임의 신고국가 중 영국과 호주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 대만, 베트남, 태국, 튀르키예 등 필수 신고국가 5곳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임의 신고국가 3곳으로부터는 이미 결합 허가를 받았다.

이들 중 미국과 EU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앞서 5월 글로벌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 인터뷰를 통해 늦어도 올해 말까지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재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는 수준이 ‘간편심사’에서 ‘심층심사’로 격상돼 진행되고 있다. 미국 2위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이 기업결합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흡수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을 활용한 아시아 지역 경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EU 경쟁당국은 반독점법의 잣대를 가장 깐깐하게 들이대는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의 3위 에어트랜젯 인수에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해 무거운 조건을 내걸어 에어캐나다의 인수 자진 철회를 이끌어내고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의 3위 에어유로파 인수에 불승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심사가 난기류를 타고 있다는 시선도 항공업계에서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던 차에 미국의 ‘칩4 동맹(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 반도체 생산 4개국 동맹)’ 추진으로 긍정적 심사 결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심사는 기본적으로 심사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다. 심사가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 정도만이 외부에 공개될 뿐 쟁점 사안 등 세부 내용은 중간 심사결과나 최종 심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알려지지 않는다.

우기홍 사장은 지난 5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기업결합심사가 어려운 일이지만 계획대로 하고 있다”며 “6개국 경쟁당국의 요청 자료나 경쟁 완화 계획 등 필요한 사항을 매일 피드백하며 심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승인만큼 조건도 중요, 공정위 ‘가이드라인’ 웃도는 성과에 초점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를 놓고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내는 것만큼이나 조건 역시 중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해 일부 노선의 운수권 빛 공항 슬롯의 반납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우기홍 사장의 주요 과제라는 말이다.

앞서 2월 한국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심사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국제노선 26개와 국내노선 14개에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이 40개 노선 중 국내 6개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34개 노선에는 구조적 조치를 실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 동안 해당 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의 증편이 이뤄질 시 의무적으로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 국제 노선 중 신규 항공사의 진입이나 기존 항공사의 증편 시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노선에 대해서는 운수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도 설정됐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을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본다. 우기홍 사장이 글로벌 경쟁당국들을 상대로 무조건 승인을 받아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지만 조건부 승인을 받아낼 경우 공정위의 조건보다는 노선 손실이 적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공정위 측에서도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반영해 조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심사가 진행 중인 국가들을 기준으로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노선은 유럽이 6개로 가장 많고 미주가 5개, 중국이 5개, 일본이 1개다. 이들은 모두 알짜 노선인 만큼 우기홍 사장으로서는 이 노선들의 손실을 최대한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는 ‘1국 1FSC(풀서비스항공사)’로 구조가 개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에 이미 루프트한자 1FSC 체제를 갖춘 독일이나 2012년 영국항공 1FSC 체제를 갖춘 영국이 좋은 사례다. 국적은 다르지만 2004년 프랑스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 KLM을 인수해 1권역 1FSC 체제를 갖춘 사례도 있다. 이를 들어 업계에서는 인수합병 자체가 어그러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길어지고는 있지만 기업결합을 원천적으로 불허하기보다는 조건을 따지는 데 중점을 둔 심사가 진행되고 있을 공산이 크다”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중복 노선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가 인수합병의 실익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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