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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공정경제 트래커]롯데, '관행·편의'가 만든 불공정…시장 지배력을 위협하다[롯데그룹]②'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되풀이, 공정거래팀 등 구축 자성 목소리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01 08:17:07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민주화'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공정경제'라는 다른 이름으로 재계에 더 날카로운 칼날이 드리워졌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소상공인과 상생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경제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위권 대그룹과 달리 여전히 구태 흔적이 역력한 유통기업들은 이제 비로소 변화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의 공정거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1일 10: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핵심 경쟁력인 유통업의 특성상 '대형화'는 필연적으로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진다. 오랜시간 유통공룡으로 시장을 군림하던 롯데그룹은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물론 질서를 만드는 전면에 섰다.

시장 지배력의 이면에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거의 해마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의혹을 샀다. 납품업체 '갑질' 문제부터 근로자 노동문제까지 각각 이슈는 다르지만 같은 본질의 논란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하지만 오늘날 유통시장이 쿠팡과 비대면 이슈 등으로 대변혁을 맞이하게 되면서 롯데그룹의 이 같은 불공정 관행 및 그로부터 파생된 이미지는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부각됐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정책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은 자정작용과 이미지 쇄신 등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준법경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유통부문의 내부통제 조직 등도 더욱 엄격하게 구축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공정위 등 제재 40여건…슈퍼·마트 '갑질' 관련 이슈 매년 지속

롯데쇼핑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할인점·슈퍼 등 전 사업부문이 2017년부터 최근까지 공정위 등에서 받은 제재는 총 40여건이다. 슈퍼부문에서 가장 많은 18여건, 할인점부문에서 약 10여건의 제재가 있었다. 규모가 작은 제재까지 포함하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데 따른 제재였다. 이 법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또는 매장임차인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취지를 두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례는 지난해만 총 3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됐던 사례는 지난해 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약 40억원을 부과받은 건이다.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무려 6가지 종류의 부당거래행위를 한 혐의였다.

롯데쇼핑의 슈퍼사업부문과 자회사 씨에스유통은 '롯데슈퍼'라는 단일화 된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 138개, 117개 납품업자에게 직매입한 상품 약 8억2000만원, 3억2000만원 규모의 상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한 건이 적발됐다. 물량이 필요할 때 대규모로 납품을 받고 팔리지 않을 경우 모두 납품업자에게 반품하는 형태의 관행이다. 이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0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태다.


롯데슈퍼는 150여개의 납품업자로부터 자발적인 종업원 파견요청서를 받지 않거나 사전에 납품업자와 인건비 분담 등에 관한 파견조건을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고, 1500여명의 종업원을 파견 받아 점포에서 근무토록 했다는 점도 덜미가 잡혔다. 납품업체로부터 계약서나 약정 없이 물품을 받아 판매해 온 사실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모두 법적으로 세밀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관행 또는 편의라는 명분을 빌어 수년여 간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롯데그룹 나름의 '불공정 질서'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문제가 불거지기 불과 1년 전인 2019년 말 롯데쇼핑의 마트사업부문에서 같은 사유로 역대 최대규모인 4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사업부문은 다르지만 같은 사안에 대한 논란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고질적인 병폐가 뿌리내렸다는 얘기고 이는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낳는다.

◇소비자 시선 의식, 변화 필요성 인지…대표 직속 '내부통제조직' 구축

관행을 빌미 삼는 유통 대그룹들의 불공정 거래는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자성이 뒷받침 되지 않고선 변화가 쉽지 않다. 롯데쇼핑 역시 이를 절감하고 있다. 특히 '롯데'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그룹으로 발돋움 하기 위한 혁신의 의지가 상당하다.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기업 이미지까지 함께 소비하는 트렌드로 변화하면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지속가능 생존에 필요한 일종의 전략이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외부의 시각으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 역시 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롯데쇼핑은 이를 조직으로 풀어내고 있다. 유통 공정거래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데 따라 관련 조직을 재정비 했다. 지난해 말 각 사업부문별로 분산 돼 있던 '공정거래팀'을 대표이사 직속의 롯데쇼핑 HQ 조직으로 통합했다. 강희태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의 조직인 만큼 권한이 확대된 것은 물론 각 사업부문의 영업행위 등을 감시 및 견제하는 기능이 강화되기도 했다.

사업부 대표 체제 하에서 발생할 수 잇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온정주의를 탈피하겠다는 목표가 내재 돼 있다는 평가다. 또 임직원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려는 목표도 담겨 있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공정거래와 관련해 납품업체 등 각 파트너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간 연락채널을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룹 차원에서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은 이미 2017년부터 이뤄졌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난이 마무리 될 당시 신 회장은 준법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회장 직속의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구축했다. 3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 위원회는 출발 때와 동일하게 비상근위원인 민형기 위원장이 총괄을 맡고 있다. 그룹 컴플라이언스 정책 및 계획의 수립, 계열사 컴플라이언스 활동의 점검, 관리 및 지도 등을 담당한다.

그룹 주요 계열사의 컴플라이언스 조직으로부터 분기별로 관련 활동 내역을 보고받고 이를 토대로 업무 개선 사항을 도출해 각 계열사들이 반영토록 하는 소통 역할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데 각 계열사들이 현실을 통감하고 관련 정책 및 조직을 갖추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롯데쇼핑의 경우 공정거래팀을 구축하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도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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