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파이오니어 '조니'가 만드는 차별화된 IT은행 [카카오뱅크를 움직이는 사람들]⑨안현철 CRDO, 규제와 혁신사이 영리한 줄타기

한희연 기자공개 2022-05-27 08:00:20

[편집자주]

국내에 인터넷은행이 탄생한지 6년이 지났다. 정체된 은행업계에 메기역할을 주문받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6년간 은행보다는 'Tech'회사의 DNA를 갖고 여러 혁신을 시도해 왔다. 차근차근 영토를 넓혀 가며 기존 시장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한 단계 더 성숙한 '시즌2'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카카오뱅크를 이끌어 온, 그리고 이끌어갈 주요 인물들을 짚어보며 비전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스스로를 '기술중심, 기술기반의 회사'로 소개한다. 그만큼 '기술'을 회사의 주요 자산으로 여기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카카오뱅크에는 경제연구소가 아닌 금융기술연구소(Financial Tech Lab)가 있다. 카카오뱅크의 기술중시를 방증하는 사례다.

출범후 6년간의 정착과 성장과정에서 기술자산은 주요하게 여겨졌지만 상장 후 시즌2를 맞는 최근에는 더욱 중요도가 커졌다. 업계 경쟁강도가 더욱 세졌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 모두 '디지털금융' 공략을 경영목표로 내걸고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간편결제를 앞세운 일반기업들의 금융영역 진입시도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내 경쟁격화 상황에서도 믿는 구석이 있다. 국내 대표 포탈인 다음(Daum)에서부터 기술 경쟁력을 쌓아온 고수가 기술개발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안현철(Johnny) 최고연구개발책임자(CRDO)(사진)다. 카카오뱅크 설립때부터 기술기획 파트를 책임져온 그는 금융기술연구소장이자 CRDO로 카카오뱅크의 핵심 IT기술을 더욱 업그레이드 하는 선봉장에 섰다.

◇Duam→카카오 성장 여정, 도전·혁신 DNA 카뱅에 이식

안현철 CRDO는 국내에 인터넷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1990년대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1997년 국내 대표 포털인 다음(Daum)에 들어간 그는 일본법인과 카카오를 거쳐 카카오뱅크에 합류한 정통 카카오맨이다.

입사후 2004년까지는 개발자로서 여러 IT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금융개발팀장도 역임했다. 2004년부터 2년간은 타온(TAON) 개발팀장으로 일본 법인 IT개발의 기초를 닦았다. 이후 2006년 다시 본사로 돌아와 카페 개발팀장 등으로 활약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후에는 카카오에서 기술파트장으로 경력을 이어갔다.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이 추진되며 준비법인에 합류한 그는 기술기획팀장과 금융기술연구소장을 맡았다. 새로 시작하는 은행의 기술개발 전반을 책임져 온 그는 2022년 CRDO로 연구개발 파트를 총 지휘하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올초 조직개편으로 기존 테크조직을 3개로 세분화했다. 기존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테크부문을 모두 총괄했지만 △플랫폼가속화그룹 △IC기술그룹(Intelligence Connecting) △신뢰기술그룹을 신설했다. 각각의 그룹장을 임원으로 선임, 의사결정 권한을 줘 역할에 대한 책임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안현철 CRDO는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IC기술그룹을 맡게 됐다.

IC기술그룹은 카카오뱅크에서 공통 기술영역과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업무데이터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스마트한 기능을 제공하고 불법 사용을 탐지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각종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대형 IT기업에서 개발자로서 경력을 쌓아왔던 그는 카카오뱅크에 합류 후 개발자와 기술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전·혁신의 DNA를 은행에 이식, 규제 환경 변화에 앞장서 왔다.

특히 금융관련 기술개발을 진행하며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에 주목했다. 고객들이 디지털거래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생활을 하는데 안정성 확보는 필수라고 느꼈다. "카카오뱅크는 보안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입사 1년차에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보안회사를 인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금융거래에 보안 기술을 잘 접목할 수 있는 연구에 관심이 많다.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도 또 다른 관심사다. 사용자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재해석해 카카오뱅크다운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

◇규제-혁신의 아찔한 외줄타기…밸런스 맞춰 기술 개발

사실 기존 금융회사에서 개발자는 프로덕트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역할에 한정, 수동적인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안현철 CRDO가 정의하는 개발자는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자'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를 두고 자사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곤 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자체 기술을 연구하는 '금융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금융기술연구소에서는 디지털 거래의 안전성과 혁신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을 '직접' 연구한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비즈니스에 적용한다.

안현철 CRDO는 "기술의 정확도를 1%라도 높이는 게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카카오뱅크의 개발자들은 기존 금융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기술을 비틀어 보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다음화면으로 넘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1초를 넘지 않는다. 시중은행 모바일 앱이 처음 나왔을 때 다음화면으로의 전환에 2~3초의 로딩시간이 걸렸던 것과 차별화된다. 로딩시간 단축은 초기 카카오뱅크 개발자들의 최대 고민이었다고 알려졌다. 결국 1~2초의 차이는 카카오뱅크의 특별함을 돋보이게 했다.

은행업은 그 어느 업종보다 규제가 많다. 돈을 다루는 업종이다보니 규제수준이 높아졌다. 그는 규제에 막혀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기보다는 주어진 환경 하에서 적절히 기술을 융화시키는데 능하다. 은행 규정을 현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규제 내에서 혁신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한다. 규제 현실에 굴복하기보다는 앞으로 변화할 금융환경을 선도해 나가려 하는 편이다.

망분리 예외 특례 신청을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해결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기술 연구에 대한 환경 제약을 풀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규제 샌드박스'라는 장치를 활용한 것이다. '은행의 기반 기술을 연구할 때 IT 서비스를 개발할 때처럼 속도감 있게 해보자'는 생각은 망분리 예외 특례 신청을 시도하게 했다. 규제와 혁신사이의 밸런스를 적절히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규제 안에서의 혁신찾기 노력은 지난해 '금융의 날' 혁신금융부문 금융위원장 표창으로도 이어졌다. 기술기획팀장으로서 카카오뱅크의 전반적인 기술 환경을 구축하고 전자금융거래서비스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개선한 점을 인정받은 결과다. 또 금융기술연구소 소장으로 안면인식 모델개선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내 디지털 금융혁신에 기여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인식·보안 연구 집중…개발조직의 데브옵스 성과 극대화 목표

안현철 CRDO는 "IC기술그룹의 시즌1이 혁신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시기였다면 시즌2는 탄탄하게 다진 기반 위에 신나게 탑을 쌓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의 미션은 플랫폼가속화그룹과 신뢰기술그룹의 산출물에 지능(Intelligence)를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전략 관점에서의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는 과업 달성을 위해 카카오뱅크 개발 조직의 데브옵스 성과(DevOps Performance)를 극대화하려 한다. 시스템 개발자와 정보기술 전문가가 한몸처럼 움직이도록 유기적으로 협업해 차별화된 결과를 내놓겠다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올해 기술조직 개편은 긍정적이다. 정보보호와 기술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빠른 혁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즌2에서는 금융기술연구소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기술연구소는 2020년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승인받고 이듬해 1월 문을 열었다. 금융기술연구소는 금융회사 망분리 환경 예외 특례를 적용받으면서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핀테크사, 대학연구소 등과의 협력해 디지털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개발을 한다.

집중하고 있는 3대 연구분야는 인증·인식·보안이다. 고객들이 더 편리하고 안전한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 실제 서비스에 접목하는게 목표다.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도 고객 데이터를 취급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에서 금융혁신과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망분리 예외 특례 인정 이후 금융기술연구소에는 여러 긍정적 변화가 생겼다. 우선 오픈소스 활용과 인공지능 학습용 대용량 데이터 반입이 원활해져 신기술 연구·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또 은행의 서비스 경험이나 요구사항, 대학(연구소)의 전문 역량을 결합해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안전성을 개선했다. 그동안 보수적인 은행에서는 외부와의 직접적인 개발 협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약사항이 많이 줄면서 외부와의 협업 검토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IT회사의 DNA를 가진 그는 금융산업안에서 IT 혁신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자처해 왔다. 여러 문화적 차이와 규제상 어려움을 앞장서 조율해온 그는 카카오뱅크 개발조직 입장에서는 일종의 개척자(Pioneer)다.

앞장서서 길을 터 주면서도 내부 조직관리에 있어서는 서포트형 리더십으로 대변된다. 동료들은 그를 "구성원의 잠재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능력이 있으며 탁월한 균형감각과 혁신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