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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글로벌 IR 리뷰]금융사 영토 확장에 발 벗고 나선 금감원⑧이복현 금감원장 이례적 동남아 IR 동행…정책적 지원 넘어 현지 당국과 관계 개선

고설봉 기자공개 2023-06-01 08:11:06

[편집자주]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금융지주 CEO들이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계기로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모습이다. 완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또 지속 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해줄 투자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CEO들은 글로벌 각지에서 IR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더벨은 금융지주 CEO들의 글로벌 IR 행보와 IR에 담긴 콘텐츠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국내 금융사들의 뒤를 금융감독원이 든든히 받치고 있다. 규제와 제도 개선으로 해외사업 개척을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또 국내 금융사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높에 맞춰 투자자 보호에 매진한다는 약속도 했다.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자 해외에서 우리 금융사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그는 금융사 수장들을 이끌고 직접 동남아시아 해외 투자자미팅(IR)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합동 IR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우리 금융사들이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광폭 IR 행보를 보였다.

이 원장이 함께 하면서 민간 금융사들의 사기는 올랐고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현지 금융 당국과의 관계 등에서 실질적으로 큰 진전이 있었다.

◇첫 행사부터 대박 터트린 금감원의 글로벌 IR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증권사·보험사가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K-금융 투자설명회(IR)'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0여명의 해외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사전신청자 외에 30여명이 추가 참석해 자리는 일찌감치 만석이 됐다. 일부 관계자는 장시간 선 채로 설명회를 경청했다.

이날 행사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 금융시장에 한국 금융업계의 존재감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IR 효과가 컸다. 또 한국 금융 당국이 직접 IR 현장에서 투자자와 금융회사에 우호적인 투자 및 사업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K-금융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사 CEO들이 싱가포르 IR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훈 주 싱가포르 대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진=금융감독원)

백미는 금융 당국의 지원사격이었다. 이 원장은 해외투자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K-금융'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해외투자자들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 과제들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애로를 현지 금융당국에 전하는 '소통 창구'를 자임했다. 필요시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현지 진출 시 국내 규제로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규제 완화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국정부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비거주자의 한국 외환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규제·감독 행정의 투명성·일관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의 '저평가' 지적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마련했다면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강하게 강조한다"며 "이 약속을 믿어달라"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시장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견실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대내·외 위험요인 악화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혁신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한국 금융산업은 신기술 역량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 활성화와 해외 진출 확대를 통해 외연 확장 및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이번 동남아 IR은 몇몇 금융회사의 지원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등 6개 국내 금융회사 회장·대표이사를 비롯해 싱가포르투자청(GIC), 블랙록, 칼라일 등 글로벌 투자 기관 70여개사 임직원, 최훈 싱가포르 대사, 국민연금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싱가포르 합동 IR은 국내 금융지주사에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며 “금감원장께서 국내에서도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신 점이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40여년 이상 은행 생활을 했는데 그 기간을 통틀어 금융 당국에서 이렇게 적극 나서서 금융사를 지원해 준 것이 처음”이라며 “너무 신선한 행사였고 금융사 입장에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효과적으로 해외사업을 개척할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복현 원장의 현지 세일즈…새로운 돌파구 마련한 금융사들

이 원장과 동행한 국내 금융사 수장들이 이번 동남아 IR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은 것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Otoritas Jasa Keuangan)과의 만찬이다. 마헨드라 OJK 청장이 직접 이 원장과 국내 금융사 CEO들을 접견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 금융사들이 해외사업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국가다. 그러나 현지 금융 당국의 규제와 인허가 절차 등이 엄격해 좀처럼 신사업 속도가 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 원장이 직접 나서 마헨드라 OJK 청장과 국내 금융사 CEO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며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원장은 "당국 대 당국으로 만나면 공통적인 문제의식과 애로를 느끼는 만큼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당국 대 당국의 소통 채널을 열어 국내 금융회사가 바라는 것을 전할 창구 역할을 하려는 강한 의지와 계획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헨드라 JK 청장(왼쪽)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과 마헨드라 청장의 만남 이후 상호간 교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과 금감원은 상호 직원파견 합의각서가 체결했다. 연수원 선정 및 연수과정 마련 등 실무협의 후 올해 하반기 중 상호파견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합의각서에는 파견대상자를 각각 선임급 이상으로 하고 파견기간은 6개월로 하되 합의에 따라 단축 또는 연장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호 연수 파견 직원에 대해 각국의 금융규제 및 금융산업 현황 등과 관련한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만찬에 참석한 함 회장은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현지 금융 당국의 규제나 승인 등 이런 것들이 늘 사업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민간 금융사에서 현지 금융 당국 수장을 만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 원장께서 직접 나서서 자리를 마련해 줘 현지에서 당국 수장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사업적으로 유대를 만들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민관 해외 합동 IR은 초유의 행사라 국내외 투자자들 모두의 기대와 반응도 뜨거웠고 감독당국에 대한 이해도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인도네시아 행사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과 직접 소통하고 지원해줌으로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금융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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