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사태' 격랑 속 다져진 모범 지배구조 기틀 윤종규 회장 "지배구조 정답없다, 후임 CEO 육성이 두 번째 과제"
김서영 기자공개 2023-09-26 08:19:25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처음 KB금융그룹 회장직에 올랐던 2014년 11월 당시 KB금융은 이른바 'KB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때를 KB금융의 흑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 지배구조 체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KB금융은 KB 사태로 인한 혼란을 잠재우고 리딩뱅크 탈환, 리딩금융그룹 굳히기 등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윤 회장에서 양종희 후보자에게 넘어가는 CEO 승계 과정도 매끄러웠다. 모범적인 지배구조 개편으로 평가받는다.
윤 회장이 경영 과업 중 하나로 꼽은 것은 바로 지배구조 개편이었다. 지배구조가 크게 출렁이던 KB금융은 이제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떠올랐다. 윤 회장이 9년 임기를 마치고 밝힌 지배구조에 대한 철학은 "정답이 없다"였다. 획일적인 기준 대신 후임 CEO를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5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KB금융그룹 CEO 기자간담회'를 열고 체계적인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달 초 양종희 회장 내정자를 최종 선정하는 것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활동이 마무리됐다. 이변 없이 부회장 3인 가운데 한 명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면서 KB금융의 체계적인 승계 시스템이 시선을 끌었다.
KB금융 경영 승계 시스템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체계적인 내부 후보자 육성 시스템 덕분에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 관치금융이란 외풍을 피할 수 있었다. 반면 후계자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 성과를 입증한 내부 후보자들에 비해 애초에 외부 후보자들에게 불리한 게임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절차상 공정성은 보장했으나 내부 후보자들에게 유리했다는 의미다.

윤 회장은 이러한 금융권 일각의 비판 지점을 고려한 듯 지배구조 시스템을 강화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약 20분을 할애하며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임기에서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만들고, 두 번째 임기에선 KB금융그룹을 부동의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뒤이어 윤 회장은 마지막 3연임에 임하는 3년 동안 지배구조 문제를 공고히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KB금융그룹 CEO로 취임하면서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재임 기간 지속가능한 경영 성과를 내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책무는 뒤를 이어 좋은 CEO가 나와 자신 못지않게 더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는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탄탄한 경영 승계 절차를 구축하고자 했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했고,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을 KB에 정착시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이른바 'KB 사태'로 인해 지배구조에 대해 어느 금융사보다도 신경을 썼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014년 'KB 사태'로 촉발된 관치금융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이 직후 회장 자리에 오른 그는 조직 불안정과 혼란을 수습하는 데 만전을 기울였다.
지배구조의 목적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이유로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고객과 임직원 등 이해 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투영하는 이사회와 경영단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 모범적인 지배구조의 요소로는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꼽았다.
윤 회장은 내부 후보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최대한 보장했다고 강조한 점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는 "경영 성과 발표나 전략 발표, 또는 이사회에서 발언할 때 후보자라고 생각되는 분들에게 가급적 많은 발언 기회를 줘서 이사회 사외이사들이 어떤 사람이 윤종규를 이어 KB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사들에게 내부 후보자들에 대한 확신을 주고 믿음을 형성하기 위한 기회를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 회장은 "내부의 후보자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또 이들이 사외이사들의 눈에 들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가 제 책무고, 선택은 사외이사들의 권한"이라며 "이러한 토대 위에 사외이사들이 내외부에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굉장히 신경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회장은 오는 11월 말 임기를 끝으로 9년간 이어온 회장직에서 내려온다. 다음 달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과 양 내정자에 대한 인수인계로 남은 임기 두 달을 채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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