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동국제강 리뉴얼]순수 지주사 동국홀딩스의 기댈 곳은③불확실성 높아진 동국제강, 갈길 먼 동국씨엠

조은아 기자공개 2023-11-10 07:30:15

[편집자주]

"나는 아직도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2021년 11월 '럭스틸 10주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무색하게 철강업계는 철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창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가장 먼저 무겁고 차가운 철의 이미지를 벗어던졌고 올해 동국제강그룹도 합류했다. 과거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던 동국제강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선제적 사업재편 노력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층 가볍게 신사업을 추진할 채비도 갖췄다. 더벨이 다시 출발선에 선 동국제강그룹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홀딩스는 어깨가 무겁다. 그간 실패했던 새 먹거리 발굴이라는 사업적 과제를 안고 있는 데 더해 현실적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둘을 포함해 오너 일가에게 배당도 지급해야 한다. 물론 신사업 발굴에도 자금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순수 지주회사인 만큼 동국홀딩스의 재원은 계열사가 지불하는 상품권 사용료, 자회사가 지급하는 배당금이 사실상 전부다. 결국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이 돈을 많이 벌어야 그만큼 동국홀딩스 역시 수익이 늘어나 지주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동국홀딩스가 맘놓고 기댈 만한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봉형강과 후판뿐만 아니라 컬러강판 역시 전방산업에 따라 부침이 크다. 그나마 내수 위주인 봉형강 및 후판보다는 해외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컬러강판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은 절대적 규모가 아쉽다.

◇실적 불확실성 높아진 분할 동국제강

기존 동국제강은 전기로 기반 열연사업을 하던 동국제강과 냉연사업을 진행하던 유니온스틸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법인이다. 2015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법인을 합쳤고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2015년 136.7%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97.1%로 39.6%포인트 낮아졌다. 1.1로 간신히 1을 넘겼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말 8.8로 대폭 개선됐다.

이제 체력이 회복된 만큼 다시 분할을 통해 각 사업이 고유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게 분할의 목적이다. 실제 한몸처럼 붙어지낸 세월이 9년에 가깝지만 동국제강의 열연사업과 냉연사업은 사업적 연관성이 없었다.

열연사업에선 제강 공정을 거쳐 봉형강과 후판을 생산하며 냉연사업에선 포스코로부터 원재료인 열연강판을 공급받아 컬러강판과 도금강판을 생산한다. 이때 사용되는 열연강판은 고로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데 동국제강은 고로가 없다.

열연사업을 하는 신설법인 동국제강의 연간 생산능력은 봉형강 385만톤, 후판 120만톤이다. 핵심은 봉형강이다. 봉형강사업은 국내에서 현대제철에 이은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봉형강 수요는 건설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결국 국내 건설경기에 실적이 절대적으로 휘둘리는 구조다. 그나마 분할 전엔 동국제강 매출에서 봉형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수준이었는데 분할 이후로는 냉연사업이 동국씨엠으로 빠지면서 80%까지 올랐다. 앞으로 신설 동국제강의 실적은 건설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분할 직후 1만4800원대였던 동국제강 주가가 1만원대까지 내려간 것 역시 전방산업 침체 및 여기에 좌우되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봉형강과 후판 모두 중국산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점 역시 동국제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실적발표회를 통해 "조선사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 저가 후판 사용을 늘리고 있다"며 조선사로의 후판 판매를 줄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활로 찾는 동국씨엠, 아쉬운 '규모'

동국제강그룹은 동국제강보다는 동국씨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국씨엠은 국내 컬러강판 시장의 1위 사업자다. 국내 점유율이 25% 안팎이다. KG스틸, 포스코스틸리온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동국씨엠의 주력제품인 컬러강판 역시 건설과 가전 등 전방사업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해외로 활로 개척이 가능하다. 철저하게 내수 위주인 동국제강과 달리 동국씨엠은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확산되고 있는 후판 및 봉형강 시장과는 달리 고급화를 통한 수익성 방어 역시 가능하다.

실제 동국씨엠은 빠르게 해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베트남 스틸서비스센터인 'VSSC(Vietnam Steel Service Center)' 지분 15%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멕시코에서 제2코일센터를 열었다. 2008년에 문을 연 제1코일센터에 이은 두 번째로 멕시코에서 삼성전자 등에 컬러강판을 공급한다.

이밖에 인도와 태국에도 코일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폴란드, 호주에 코일센터를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유럽 판매 확대를 위한 TF 구성도 마치고 시장 및 제반 사항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매출의 60~70%가량이 수출에서 나오는데 앞으로 이 비중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씨엠의 컬러강판 시장은 주로 미주, 유럽 쪽에 형성돼 있다"며 "중국 익스포저가 큰 전반적인 철강 업황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역량도 집중하고 있다. 장세욱 부회장은 2021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해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100만톤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매출은 1조4000억원, 생산능력은 85만톤이었다.

분할 이후 첫 성적표 역시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3분기 매출 5542억원, 영업이익 312억원을 거뒀는데 분할 전 동국제강 냉연사업의 지난해 3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8.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85.7%나 증가했다.

다만 아직 그룹을 책임지기엔 절대적 규모가 작다. 지난해 기준 냉연사업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5%에 그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