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는 크립토 제재]AML 신인도 훼손 우려…'본보기' 제재 가능성 거론③업비트 사태로 FATF 고평가 요인이던 '가상자산사업자 AML' 관리 결함 드러나
이재용 기자공개 2025-02-10 13:13:13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국내 1위 가상자산사업자 업비트(두나무)에 업권 최대수준 제재를 예고했다. 신규고객 대상 입출금 중단 수준의 영업정지,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 인적제재, 수십억원대 과태료 등이 거론된다. 2년 전 가상자산거래소 첫 종합검사 때는 업비트에 과태료 8000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던 당국이다.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겠다는 방침 이후로는 금융사 못지않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번 제재 결정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5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비트(두나무) 사태는 자금세탁방지(AML)에 관한 국제 신인도 훼손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관리 책임이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국내 규제·금융당국의 AML 시스템 및 역량이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금융권과 가상자산업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업비트에 고수위 제재를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 상대적으로 AML을 소홀히 했던 일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경종을 울리고 관리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일종의 본보기 제재인 셈이다.
◇주목도 높아진 가상자산 AML…FATF도 평가에 반영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가상자산산업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피난처가 될 리스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적으로 가상자산 규제를 확립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통 금융산업 대비 규제가 느슨해 허점이 존재한다.
가상자산을 활용해 테러·범죄단체가 자금을 조달하거나 세탁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가상자산으로 전쟁자금을 모금하다 이스라엘 정보전 부대에 덜미가 잡혔다. 북한 정찰총국 해킹 단체 라자루스는 탈취 가상자산을 세탁해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에 FATF 등 국제사회는 가상자산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구속력 규제를 만들었다. FATF는 2018년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권고사항을 개정했다. 이듬해에는 권고기준 15에 대한 주석서 채택 및 지침서를 확정했다.
주석서를 통해 FATF는 가상자산이 불법거래에 악용되지 않게 규제·감독당국이 금융회사에 준하는 조치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에 AML 의무를 부과했다.

관련 규제 및 준수 여부는 FATF의 AML 국제기준 이행평가(상호평가) 등에서 중요한 요소로 쓰인다. 평가 결과는 해당 국가의 금융·사법 시스템의 투명성 척도로 활용되며 금융사의 환거래 개설과 수수료 등 금융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부정 평가를 받으면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
◇최고등급 부여 직후 결함 포착…업계 경종 울릴 중징계 가능성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FATF 총회에서 이행평가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등급은 '강화된 후속점검'에서 '정규 후속점검'으로 상향됐다. 상호평가 등급은 정규 후속점검, 강화된 후속점검, 제재대상 국가로 분류된다. 정기적으로 각국의 상호평가 이후 개선 실적을 평가해 등급이 결정된다.
FATF 국제기준 이행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건 우리나라가 AML체계를 도입한 지 23년만이었다. FIU는 AML 모범국으로 공인받아 국제적인 평판과 이미지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사,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증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고등급을 기록한 건 비영리단체를 활용한 테러자금조달방지(CFT)체계 강화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AML, CFT 의무 부과 등 AML체계 개선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직후 발생한 업비트 사태로 등급 상승의 한 요인이었던 가상자산사업자의 AML에 결함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권과 가상자산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업비트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면서 FATF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AML은 국제적인 문제로 국내 당국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후속 처리를 잘해야 평가절하나 위험국 지정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AML에 허점이 있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경종을 울리고 AML 관리 체계를 다시 한번 옥죄기 위한 고수위 본보기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은 업비트에 CEO 해임권고, 준법감시인 면직 등 고강도 인적제재와 기관중징계, 거액의 과태료 처분 등의 처벌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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