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0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메모리 업계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을 앞지른 것이다. 작년 4분기로 한정하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기도 했다.삼성전자가 1993년 일본으로부터 빼앗은 뒤 32년간 지켜온 메모리 왕좌를 SK하이닉스에 내주는 순간이었다. SK하이닉스가 한때 파산 직전까지 갔던 점을 감안하면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다.
SK하이닉스가 역사적인 1위에 등극한 비결은 단연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우스갯소리로 HBM은 길가는 초등학생을 붙잡고 물어봐도 알 만큼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사실 HBM 개발은 10여년 전 이뤄졌으나 그간 마땅한 응용처가 없어 사업적 가치가 작았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HBM을 놓지 않았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본격 돌입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짝을 이뤄 'AI 반도체' 대표주자로 탈바꿈시켰다.
이같은 HBM 분야에서 압도적인 SK하이닉스의 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앞으로다. 선두를 제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들 한다. AI 메모리 리더로 거듭난 SK하이닉스는 이제 수많은 견제와 추격을 이겨내야 한다.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미국, 반도체 굴기에 속도가 붙은 중국 기업과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경쟁의 세계는 냉정하기에 같은 국적인 삼성전자의 절치부심도 신경 써야 한다.
또한 HBM은 SK하이닉스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사실상 'HBM 원툴' 플레이어가 돼가는 흐름인데 언제까지나 HBM 수요가 보장되진 않는다.
내부 단속도 숙제다. 빛나는 2024년을 보낸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1500%에 달하는 성과급에 더해 자사주 30주까지 제공했다. 과실을 나누는 건 당연하나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사측이 끌려가는 구도가 이어지면 추후 실적 부진 시기에 노사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인재 유출이 뒤따르게 된다. SK하이닉스를 향한 외부의 기대와 요구도 커진다. 이러한 부담도 과실의 일부다.
SK하이닉스도 이를 안다. 안주하지 않고 공격적인 행보로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천, 청주, 용인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적극 밀어주고 있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대에 SK하이닉스는 기회를 잡았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불안한 위치이기도 하다. 아직은 맨 앞이 낯선 SK하이닉스다. 승리에 익숙해지면서 왕관의 무게를 견딘다면 삼성전자 못지 않은 긴 전성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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