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시그널: PBR 0.3]동국제강그룹, 철강업 침체 여파…배당확보로 방어홀딩스·제강·씨엠 등 주력계열사 0.1~0.2배…고부가 수요 발굴도 병행
김현정 기자공개 2025-05-09 08:04:29
[편집자주]
주가는 단기적으론 인기 투표지만 길게 보면 계량기라는 말이 있다. 왜 헐값에도 투자자가 발길을 돌릴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무게가 드러난다. 그 괴리를 찾는 과정에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는 PBR이 0.3배도 안되면 시장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종목들을 더벨 SR본부가 저울에 올렸다. 저평가인지, 벗어날 수 없는 밸류트랩인지, 시장평가와 본질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재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14시3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모두 0.3배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주사인 동국홀딩스와 그의 양날개 동국제강, 동국씨엠 모두 순자산 대비 주식 가치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철강 시황 침체 장기화에 따라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동국제강그룹은 배당을 통해 매년 최소한 무위험 국채 수준의 수익률이나 은행 예금이자율 정도는 확보할 수 있도록 배당정책을 견지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방어 중이다. 이 밖에 고부가 제품에 대한 신수요 발굴로 철강 침체를 타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동국홀딩스·동국씨엠 PBR 0.1배대, 동국제강 0.23배
더벨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코스피 상장사 808곳과 코스닥 상장사 1675곳 등 합계 2483곳 상장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연결 기준 PBR이 0.3배 미만인 곳은 총 225곳으로 집계됐다. 동국제강그룹 소속 상장사는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 인터지스 등 모두 4곳이었는데 이들 모두 PBR 0.3배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동국제강그룹의 핵심 계열사로는 철강 사업을 맡고 있는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등이 꼽힌다. 동국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 동국제강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이는 곳이다.
동국제강그룹은 2023년 10월 25일 지주 체계를 완성했는데 인적분할을 활용해 기존 사업부를 별도 2개 법인으로 분리하는 동시에 수직 지배 구조를 구축했다. 장세주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는 지주사에 대한 과반 이상의 공고한 지배력을 확보 중이다.

다만 이 지배력 확충 작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사업 법인들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존속법인인 지주사 대비 순자산가액 규모가 많게 책정되며 투심이 몰렸던 동국제강은 분할 이후 계속해서 밸류가 위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동국씨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 말 기준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PBR은 각각 0.23배, 0.17배로 집계됐다. 이들을 양날개로 하는 동국홀딩스 역시 작년 말 기준 PBR이 0.1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저평가는 철강업황 악화와 맞물려 가속화됐다. 실제 이들 세 회사의 PBR 흐름을 살펴보면 철강업황의 부침과 그 궤를 함께 한다.
인적분할 존속법인인 동국홀딩스는 철강업계 유례없는 초호황 시기였던 2021년 PBR이 0.56배였다. 슈퍼 사이클이 하락기조에 들어선 2022년엔 0.33배로 떨어졌다가 침체기에 접어든 2023년 0.17배로 급격히 낮아졌고 작년 추가 하락했다. 신설법인인 동국제강도 2023년 0.35배에서 작년 0.23배로, 동국씨엠도 0.22배에서 0.17배로 저하했다. 이 밖에 동국제강그룹 물류 자회사 인터지스 역시 PBR이 지속 하락 추세다.
봉형강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동국제강은 건설경기 한파가 지속되면서 생산과 판매가 크게 줄었고 이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다. 냉연도금·컬러강판 전문회사 동국씨엠 역시 내수 침체 장기화로 냉연도금류 생산판매량이 축소했다.
동국홀딩스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사이클 산업이고 코로나 시기에 슈퍼 사이클을 겪었던 철강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하방 국면에 있다”며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주가가 다소 저평가돼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당 통해 최소한 '은행 예금이자·국채 무위험 수익률' 확보
문제는 당분간 철강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이다. 각국의 무역장벽 때문에 원재료 구입 가격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으며 수요처인 건설이나 주 수출처인 미국 시장마저 건설이 침체 중이다. 철강업계는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착공 면적이나 수주 면적 등을 종합해봤을 때 하반기 전망이 긍정적이진 않다.
같은 관계자는 “중국이 전세계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 국가인데 그 국가의 부양책도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은 고부가 제품 생산에 돌입, '신성장 동력 '확보로 업황에 맞서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대량생산 위주 봉형강 시장에서 신소재를 개발하고, 맞춤형 상품을 만들어내는 등 차별화에 나서는 중이다. 동국씨엠은 어려운 시기에도 올해 1월 컬러강판 업계 국내 4위인 아주스틸을 1194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더해 동국제강그룹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정책으로 주가 저평가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동국제강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을 당시 최저 배당 기준, 최대 배당 기준, 적자 배당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주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배당정책의 안정성을 부여한 바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3월엔 새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최저배당기준을 ‘국고채 1년물 금리’에서 ‘주당 400원’ 고정값으로 변경했다. 대내외 변수로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어 배당금액에 대한 주주 예측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작년 8월엔 창사 최초로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지속 모색 중이다.
동국홀딩스의 작년 배당성향은 132.4%에 이른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91% 고꾸라진 상황에서도 현금배당액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확보한 결과다. 동국씨엠 배당성향 역시 23.4%로 꽤 높다.

이 밖에 최근 동국홀딩스가 핵심 계열사 주식 매수에 나선 것도 주가부양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란 평이다. 동국홀딩스는 올해 1월 8일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주식을 지속 장내 매수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국홀딩스가 보유한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지분율은 각각 30.39%였는데 4월 11일 기준 각각 33.7%, 33.65%로 3%p가량 올랐다.
동국홀딩스 관계자는 “동국홀딩스나 동국제강 주주들이 최소한 은행 예금이나 무위험 국채 수익률 이상의 배당금을 가져가실 수 있도록 세팅을 해놓는 등 저평가 대응책을 마련해뒀다”며 “주주총회서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이 설명한대로 회사의 방향성은 회사가 이익이 많이 나면 날수록 주주들에게 많이 나누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이런 정공법으로 업황을 타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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