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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밸류업 중간점검]외생변수에도 끄떡없는 원가율, CEO 직접 챙겼다①러·우전쟁 불구 최근 5년 평균 90.7%…수주 심사 프로세스 탈바꿈, 협력사 경쟁 촉진

이재빈 기자공개 2025-05-19 07:44:01

[편집자주]

두산건설이 악화된 업황 속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해묵은 부실을 모두 털어내고 본격적인 밸류업 작업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더벨은 지난 수년간 두산건설이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단행한 자구 노력을 되짚어보고 그 성과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5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큐캐피탈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두산건설은 원가율 관리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매출원가를 관리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원가율 관리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대형건설사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수주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 주효했다. 과거에는 CEO가 참여하지 않는 수주심의위원회에서 수주 여부를 결정했다. 또 수주 실무조직을 파트에서 팀으로 격상시킨 후 큐캐피탈이 파견한 임원 산하로 조직을 재배치했다. 여기에 외주사와 구매사 풀을 재편한 것도 원가율을 낮추는데 결정적이었다.

두산건설이 외형 성장보다 원가율 관리에 집중한 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가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가율 관리를 통한 수익성 향상 여부는 기업가치 개선을 좌우하는 핵심변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원가율 92% 미만 유지, 3년 연속 공사원가 '선방'

두산건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사비 상승을 야기하는 외생변수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시공사로 꼽힌다.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이후로도 예년 수준의 매출원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92.2%였던 두산건설의 매출원가율은 2021년 88.3%, 2022년 91.5%, 2023년 89.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91.2%다. 공사비가 급등했던 국면에서도 90% 전후 수준의 원가율을 유지했던 셈이다. 5년간 평균 원가율은 90.7%다.

반면 다른 시공사들의 경우 외생변수로 인한 원가율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건축·주택 분야의 매출 비중이 높은 5개 대형 시공사(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의 매출원가율 추이를 보면 공사비 상승 기조가 두드러진다. 2020년 88%, 2021년 87.3%에 그쳤던 5개사의 매출원가율은 2022년 90.8%, 2023년 94.1%, 2024년 96.1%로 집계됐다.

두산건설은 비슷한 규모의 중견건설사 중에서도 원가율이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두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32위다. 분할합병 등으로 인해 최근 3년간 실적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우미건설을 제외하면 △쌍용건설 △한신공영 △반도건설 △HL D&I △동원개발 △신세계건설 △자이C&A △호반산업 △HJ중공업 △BS한양 등이 위아래로 자리하고 있다.

2020년에는 피어그룹의 전체 원가율이 89.9%로 나타났지만 두산건설은 92.2%를 기록하며 경쟁사 대비 원가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모든 구간에서 두산건설의 원가율이 피어그룹 대비 낮게 나타났다. 특히 2023년에는 피어그룹과 두산건설의 원가율 차이가 5.6%포인트(p)에 달했다.

◇CEO가 수주 여부 최종 결정…신규 프로젝트 큐캐피탈 직접 관리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관리는 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의 기초적인 전략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직후 불필요한 비용 등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시킨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재매각에 나선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핵심인력 이탈과 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두산건설은 달랐다. 2021년 말 1047명이었던 두산건설 직원 수는 지난해 말 122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평균급여도 7194만원에서 7834만원으로 8.9% 상승했다. 큐캐피탈이 단순 인원감축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산건설은 프로젝트 차원의 원가율 관리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지 위주로 선별수주해 원가율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특히 CEO의 역할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과거 두산건설의 수주심의 과정에서 CEO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수주심의위원회가 프로젝트 수주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경영진에 통보했다. 수주 과정에서 CEO의 개입과 관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큐캐피탈에 인수된 이후에는 두산건설 경영진이 프로젝트 수주를 최종 결정하는 형태로 프로세스를 바꿨다. 수주심의위원회는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과 리스크 검토를 마치면 별도의 의견을 첨부하지 않고 경영진에 보고만 한다. 사실상 프로젝트 수주를 두고 CEO에게도 명확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두산건설이 2022년 이후 수주한 주요 사업지 분양 물량은 모두 완판됐다.

수주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리스크 관리 조직의 규모도 커졌다. 2021년에는 관리본부 산하 리스크매니지먼트(RM)파트가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큐캐피탈은 해당 조직을 RM팀으로 격상시킨 후 관리 컨트롤러 산하 조직으로 배치했다. 관리 컨트롤러는 큐캐피탈이 재무건전성 등을 관리하기 위해 두산건설에 파견한 인력이 맡는 직책이다.

큐캐피탈이 관리 컨트롤러를 통해 두산건설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 관여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현재 관리 컨트롤러는 지난 4월 선임된 김태균 상무로 큐캐피탈에서 파견됐다. 김 상무 전까지는 큐캐피탈 상무 등을 역임한 김병기 전 전무가 관리 컨트롤러 직책을 수행했다.

수주 프로세스도 더욱 세분화했다. 사업조직이 수주를 추진하면 가장 먼저 RM팀의 검토를 거친다. 이후 실무진으로 구성된 수주실무회의와 수주심의위원회가 순차적으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점검한 후 경영진이 수주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총 네차례에 걸쳐 검증이 이뤄지는 셈이다. 반면 과거에는 RM파트와 수주위원회 두곳만 검증을 진행했다.

수주 심의에 참여하는 조직도 늘어났다. 기존에는 설계와 자금, 재무 등 일부조직만 심의에 참여했지만 현재는 브랜드팀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직이 수주에 관여한다. 수주를 심의하는 단계부터 다양한 측면을 함께 고려해 미분양 리스크 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산건설은 원가율 개선을 위해 수주 프로세스 개선과 함께 협력사 풀(pool)도 재편했다. 두산건설은 2021년 말 기준으로 외주사 385개, 구매사 150개 등 총 535개의 업체를 협력사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으로는 외주사 439개, 구매사 157개 등 596개로 협력사를 늘렸다. 협력사 풀이 확대되면 업체 간 경쟁을 촉진시켰고 원가율 개선을 거들었다.

또 2024년 말 기준 전체 협력사 3분의 1 이상이 큐캐피탈 체제에서 신규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원가율 부담을 유발하는 업체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을 협력사로 편입하는 등 협력사 풀을 재구성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선별적으로 수주를 진행하면서 2022년 이후 건축부문 주요 사업장의 분양이 모두 완판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지속적으로 원가율을 관리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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