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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메인투자자로 '도약' [모태펀드 문화콘텐츠 투자 9년 ④]제작부터 정산까지 '관리'...작품성·흥행 두 마리 토끼 잡아

이윤정 기자/ 이윤재 기자공개 2014-02-24 08:24: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8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육성 차원에서 모태펀드 콘텐츠투자 펀드가 탄생했지만 이제는 문화콘텐츠 분야가 투자 산업으로 인정받으며 운용사인 벤처캐피탈들도 진화하고 있다.

벤처캐피탈들이 그 동안 재무적투자자, 위탁 운용사로 참여했던 투자 방식을 넘어 이제는 제작 전반을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메인투자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자금 등의 문제로 작품이 제작 도중에 중단, 무산되는 경우가 많은 영화 및 문화 콘텐츠 산업 환경에 대한 벤처캐피탈들의 적응 결과인 셈이다.

벤처캐피탈이 메인투자한 작품들이 제작 완성은 물론 작품성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메인투자자로 역할을 확대한 벤처캐피탈들이 국내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 '제작→정산' 영화 전체를 '관리'…중소제작사에 재원 공급

영화투자에서 메인투자자는 배우와 감독 섭외부터 촬영, 편집, 개봉일, 수익금 정산 등을 모두 책임진다. 지금까지 자금력이 풍부한 롯데시네마, CJ CGV, 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 등이 메인투자자 역할을 맡았다.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최전방에 있지만 메인투자자가 선정된 이후 단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벤처캐피탈들의 투자 행태에 변화가 생겼다.

문화콘텐츠투자 관계자는 "그동안 벤처캐피탈은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재원공급에 집중해왔지만 최근 메인투자자로 나서기 시작했다"며 "이는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활동을 해 오면서 영화 산업, 영화 투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이 영화산업에서 단순 보조적 투자자가 아닌 주도적 투자자로 진화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메인투자자로의 도약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중 중소 제작사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늘었다는 점이 영화산업 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소수 배급사 위주로 메인투자가 이뤄지다보니 비밀이 거의 없다"며 "만약 한 배급사에 메인투자를 의뢰해 거절을 당하면 소위 '까인 작품'으로 소문이나 다른 배급사에서도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제작사일수록 거절에 따른 후폭풍이 큰데 벤처캐피탈들의 메인 투자는 이런 리스크를 분산 시킬 수 있는 대안이란 것이다.

문화콘텐츠투자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에게 메인투자를 의뢰하는 곳들 대부분이 대형 배급사로부터 투자 확약을 받지 못한 곳들"이라며 "벤처캐피탈로부터 거절되더라도 영화업계에 이야기가 퍼지지 않다는 점이 벤처캐피탈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수직계열화된 국내 영화산업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있다. 문화콘텐츠투자 관계자는 "배급사부터 제작사까지 대기업 자본이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며 "여기에 속하지 못한 곳들의 제작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벤처캐피탈이 직접 메인투자자로 나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친구2, 밤의 여왕...VC 메인투자 작품 '풍년'

결과도 좋다. 2013년에 벤처캐피탈이 메인투자자로 나선 작품이 4편이나 쏟아졌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소원', '친구2' 등 3편, 캐피탈원이 '밤의 여왕'을 선보였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벤처캐피탈 메인투자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깬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개봉 첫날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신기록을 세웠고, 개봉 5일 만에 300만 고지를 돌파했다.

2013년 VC 메인 투자작품

일명 '나영이 사건'을 다뤘던 '소원'은 청룡영화제 작품상과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당시 제작사인 필름모멘텀 변봉현 대표는 "어려운 소재의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투자를 결정해준 미시간벤처캐피탈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미시간벤처캐피탈 관계자는 "2008년 '킹콩을 들다'라는 작품 이후 4년만에 용기를 얻어 메인투자자로 나서게 됐다"며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거둬, 메인투자자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메인투자자로서 개봉시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주연배우인 김수현의 팬층을 고려해 역으로 6월을 적기로 판단했고,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메인투자자는 영화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의 경우 블라인드모니터링를 통해 수집한 의견을 편집방향에 참고하고 있다. 맥스무비 등 대행업체를 통해 블라인드모니터링에 참석할 인원들을 연령별, 성별 등 범주에 맞춰 모은다. 이들에게 편집전 영상을 보여주고, 100여개가 넘는 질문을 통해 의견을 수집한다. 1점부터 5점 사이로 평점을 매기도록 하며, 표준화를 위해 2~4점에 분포한 점수만 반영해 통계를 낸다.

미시간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블라인드모니터링 의견이 절대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참고할 수 있다"며 "평균 4.2 정도의 작품이 기대보다 흥행에 떨어진 경우는 있지만 평균 3점대 영화가 대박을 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흥행여부는 개봉 전 인지도와 선호도, 개봉 후 만족도와 추천도에 달렸다"며 "블라인드모니터링은 만족도와 추천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촬영 중에도 팩스와 이메일을 통해 제작일지를 받는 등 영화제작의 투명성도 확보하고 있다. 미시간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웹하드에 제작사가 그날의 진행상황을 업로드해 매일 검토하고 있다"며 "투자금 사용내역과 회의내용 등을 모두 일지로 보고 받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투자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의 메인투자자 도약은 영화산업에 재원이 곳곳에 분배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메인투자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더 많은 벤처캐피탈이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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