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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MC사업부 '딜레마' 낮은 원가·브랜드 경쟁력 탓 적자 지속… 사업 확장·축소 '진퇴양난'

정호창 기자공개 2016-06-23 08:31:46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2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실적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MC사업부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상위권 업체들에 비해 뒤지는 브랜드 파워와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추진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고, 날로 스마트화되고 있는 IT업계의 추세를 감안할 때 사업 축소나 철수를 선택하기도 어려워 경영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1일 전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LG전자 MC사업본부가 올 2분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손실 규모를 1000억 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예상대로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경우 LG전자 MC사업부는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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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만 하더라도 시장에선 LG전자 MC사업부가 2분기를 기점으로 가시적인 실적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다. LG전자가 지난 2월 중순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6'에서 공개한 새 전략 스마트폰 'G5'가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면서 MC사업부 실적 개선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말 정식 출시된 G5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의 기대는 다시 실망으로 돌아서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G5의 초기 생산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과 경쟁사에 비해 열세인 마케팅비 지출 등을 기대보다 저조한 출하량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시장에선 LG전자 MC사업부의 근본적인 경쟁력과 사업 지속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요 포화와 경쟁 심화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LG전자의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비해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가 낮아 공략이 쉽지 않고,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에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에 샌드위치 신세에 처한 상태"라고 LG전자 MC사업부의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LG전자의 높은 원가 구조를 낮은 경쟁력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대량 판매가 가능하기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한 원가 절감과 수익 극대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지만, LG전자는 출하량이 낮아 원가율 자체가 높은데다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비도 열세이기에 대등한 경쟁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AP와 디스플레이 패널, 메모리 반도체 등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으나, LG전자는 AP와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구매해야 하기에 부품비에서부터 경쟁력 차이가 벌어진다"고 밝혔다.

부품 구매에 이어 제조단계에서도 원가 차이가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해외 생산비중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국내 사업장 생산 비중이 50%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중국 업체들과도 제조비용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LG전자가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이전하거나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가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해외투자에 나서는 것은 실리보다 위험부담이 큰 전략이기에 LG전자로선 선택이 쉽지 않다.

조준호 사장
LG전자는 일단 MC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조준호 사장(사진) 주도로 인력 재배치 작업을 진행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월 말 기준 7300명 수준인 MC사업부 인력 중 1000명 가량이 VC사업부나 타 계열사로 이동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원가 절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1000여 명의 인력 축소로 얻을 수 있는 원가 절감액은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기타 경비 등을 포함해도 1000억 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MC사업부의 지난 1분기 손실 규모만 20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부족한 셈이다.

관련 업계에선 LG전자 MC사업부의 적자 기조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을 놀라게 할 초대형 흥행모델이 탄생하거나, 획기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적자 기조가 고착화된 사업부를 계속 끌고가기 보단 손실을 감수하고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자업계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멈췄지만 글로벌 IT 산업의 추세가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가상현실(VR) 등 신기술 중심으로 흐르고 있기에 연결고리가 되는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할 순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은 낮으나 종합가전업체로서 유지가 불가피한 영역이기에 스마트폰 사업은 LG전자 입장에선 '계륵'과 같은 존재"라며 "LG전자 경영진이 풀어야 할 큰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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