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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유창근 비전?…산은 끌어들일 묘책 있나 [격랑 헤치는 해운업계]⑤100만TEU 글로벌선사 '10조 필요'…실탄 고갈 '유동성' 확보 난제

고설봉 기자공개 2017-08-30 10:03:22

[편집자주]

국내 최대의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격랑 속에서 표류해 온 해운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옛 영광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국적 선사들을 중심으로 한국해운연합이 출범했다. 치킨게임을 중단하고 사라진 항로를 다시 개척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격랑을 헤치고 있는 해운사들의 현주소와 앞으로 항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4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는 향후 100만 TEU급 선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풍랑을 만난 현대상선을 추스르고 대항해 시대를 열 카드로 규모의 경제 실현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필요한 선박과 컨테이너 등을 확보할 실천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 사장이 언론 등을 상대로 공개석상에서 거듭 이런 포부를 밝히고 있는 것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고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란 해석이다.

◇'100만 TEU 선대' 확보 플랜…산은, 자금 지원 함구

이달 중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유 대표는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을 위해 2022년까지 100만 TEU 규모로 선대를 키위기 위해 선박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약 10조 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이 컨설팅사 AT커니에 의뢰한 분석에 따른 금액이다. 선박 발주에 5조 6000억 원, 컨테이너 150만 개 추가 구입에 3조 3000억 원, 남미·인도·중동 등 주요 터미널 지분 인수 등에 1조 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산성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100만 TEU 선대' 비전을 제시했다.(왼쪽부터 최윤성 전략재무본부장 상무, 정동진 벌크사업총괄 상무, 유창근 대표이사 사장, 김정범 컨테이너사업총괄 전무, 김만태 관리총괄 상무, 이상식 컨테이너기획본부장 상무)

그러나 현대상선은 필요 자금 마련에 대한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 지원을 의식해 이러한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자금 지원 여부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논란이 계속 일자 금융위와 해수부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정부는 현대상선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지원과 관련해 현재까지 전혀 논의한 바가 없다"고 못 박았다.

뾰족한 수가 없는 현대상선으로서는 계속해서 산업은행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 최대주주로서 책임과 국책은행으로서 정책자금 집행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주주들의 경우 자금력에 한계가 있고 투자목적 외에는 지원을 할 명분도 없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며 산업은행의 우산 아래 들어왔다. 산업은행은 지분 13.13%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산업은행이 출자해 설립한 한국선박해양이 지분 7.20%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총 20.33%에 달한다.

이외 채권금융기관이 지분 23.92%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54.29%의 지분은 소액주주들이 보유 중이다. 소액주주들 중에는 용선료 협상 과정에서 일부 선주들에게도 지분이 돌아갔다.

현대상선 주주 현황

◇정상화 '불투명', 외부 투자 유치 한계 노출

주주들의 지원 이외에 다른 방법은 외부 투자자들을 직접 끌어오는 것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유상증자이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감소가 불가피하다. 산업은행과 채권금융기관 등이 자신들의 지분율 희석을 용인할지는 알 수 없다.

산업은행은 지분율이 일부 희석되더라도 현대상선이 정상화되고 그로 인해 주당 가치가 상승한다면 충분히 외부 자금 유치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분율 희석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상선이 10조 원의 자금 전체를 유상증자를 통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지원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필요 자금의 10%인 1조 원을 외부서 유상증자로 유치할 경우 투자자 지분율은 산업은행과 엇비슷해 진다.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유상증자로 모으기도 쉽지 않다.

올해 3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한 한국선박해양과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자가 유상증자를 한다면 지분 약 10.71%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산업은행 지분율은 11.73%로 소폭 감소하게 된다. 산업은행이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지만 새로운 투자자와 지분율 차이는 크지 않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경영 정상화에 따른 주식 가치 증대만을 바라보고 선뜻 현대상선에 자금을 대기도 부담이다. 정상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에 따라 투자 과정에서 자산을 담보로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유상증자 외에 다른 담보 제공 등을 조건으로 하는 지원은 승인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현대상선의 미래는 산업은행에 달려있다. 국책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현대상선 정상화와 글로벌 해운사를 상대로 한 유 사장의 도전은 산업은행 결정에 그 성패가 달렸다. 유 사장이 어떻게 산업은행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규모를 유지하면서 영업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을 위해서는 약 10조가 필요하다는 게 컨설팅 결과"라며 "다만 현재 반드시 산업은행이 지원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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