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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회장 씨케이 지분 차등감자…절묘한 승계 [지배구조분석]②영풍그룹 순환출자해소+승계 효과, 절세도 예상

이경주 기자공개 2018-02-26 08:10:13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이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씨케이를 활용해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승계 작업도 진행,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씨케이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과 아들 장세준, 장세환 대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씨케이는 영풍문고 지분을 매입해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라섰다. 앞서 장 회장이 씨케이 지분을 무상감자 형식을 빌어 아들들에게 증여함으로써 승계 효과도 누렸다.

장 회장이 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직접 주식을 아들들에게 넘기는 대신 차등 무상감자 형식을 취하면서 증여세를 낮추는 효과도 누린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증여세 문제에 대해선 법 규정에 근거해 충실히 납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형진 회장 '씨케이' 지분 24% 우회 증여…사재 200억 대출도

씨케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장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던 가족기업이다. 장 회장과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부사장),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등 3인이 각각 지분 24.7%를, 딸 혜선씨 17.3%, 부인 김혜경씨 8.6%를 보유하고 있었다.

씨케이 주주현황

장 회장은 올초 씨케이 보유 지분을 가족들에게 우회 증여했다. 씨케이는 지난 1월 9일 장 회장의 지분 24.7%에 대해 차등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무상감자란 주식회사가 주주에 대한 아무런 보상 없이 자본금(주식 수)만 줄이는 것을 뜻한다. 유상감자와 달리 자금 유출이 없기 때문에 재무제표에서 자산총계나 자본총계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자본총계 항목 중 납입자본금이 줄고 잉여금 등 다른 항목이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장 회장은 지분 24.7%에 대한 권리를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포기했다. 반면 다른 주주들은 그만큼 지분율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다른 주주들은 회사가치(자본총계)는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 수만 줄어 지분율이 상승했다. 장남과 차남의 지분율은 32.8%로 종전 대비 8.1%포인트 상승했고, 혜선씨는 22.9%로 5.6%포인트, 김혜경씨는 11.5%로 2.9%포인트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장 회장은 무상감자로 씨케이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한 효과를 봤다. 씨케이는 장남과 차남, 딸이 지분 88.5%를 보유한 자녀회사로 탈바꿈했다.

한 달 뒤 장 회장은 씨케이에 대규모 대출을 해줬다. 씨케이는 올 2월 6일 장 회장으로부터 연 이자율 3.2%로 200억 원을 단기 차입했다. 씨케이 작년 말 기준 자산총액(2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금액이다.

동시에 지배구조도 손질했다. 씨케이는 같은 날(2월 6일) 지주사 (주)영풍으로부터 영풍문고 주식 2만9000주를 장외거래로 129억7100만 원에 인수했다. (주)영풍의 영풍문고 지분율은 종전 24%에서 9.5%가 됐으며, 씨케이는 영풍문고 지분 14.5%를 신규 취득했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거래였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결국 씨케이를 통한 승계작업으로 볼 수 있다. 장 회장이 씨케이 지분에 대한 승계를 선행했기 때문에 이번 재편으로 장 회장의 세 자녀들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특히 씨케이 지분 67% 가량을 들고 있는 장남과 차남의 수혜가 컸다. 장형진 회장이 대출형식으로 씨케이에 영풍문고 지분매입 자금까지 댔기 때문에 자녀들이 실제로 들인 부담도 크지 않았다.

특히 장 회장이 차등 무상감자 형식을 취하면서 아들들이 부담하는 증여세 부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측은 "담당 세무법인을 통해 세금 관련 이슈를 인지하고 있으며 적절한 평가 방법을 거쳐 증여세를 납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영풍그룹 지배구조(약식)

◇장형진 회장, 페이퍼컴퍼니 '씨케이'로 지분관리…결정적 순간에 활용

장 회장은 당초 씨케이를 계열사 지분관리 목적으로 세웠다. 씨케이는 2012년 10월 자본금 약 35억 원으로 세워졌다. 장 회장과 삼 남매, 부인 김혜경씨 초기 지분율은 각각 20%로 5인이 동등했다. 대표이사는 설립당시부터 현재까지 장 회장이 맡고 있다. 영위업종은 '투자자문'으로 신고했으나 영업활동이 거의 없고 종업원이 1명뿐인 페이퍼컴퍼니다.

실제 씨케이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영업 손실만 2013년 3400만원, 2015년 100만 원 정도 기록했는데 장 회장에 대한 인건비로 추정된다. 2016년엔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했는데 4300만 원에 불과하다.

씨케이는 계열사 지분을 소량씩 매입하는 투자활동 만했다. 씨케이는 설립당시 영풍그룹 계열사 시그네틱스 지분 4.1%를 최초로 매입했다. 2012년 말 장부가 기준 120억 원 상당의 물량이다. 이후 씨케이는 코리아써키트, 영풍전자, (주)영풍등의 지분도 소규모(1% 미만)로 매입했다. 씨케이 자금은 장 회장 일가 5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마련했다. 지난해 일가 유증대금은 50억 원, 2015년은 58억 원, 2014년 46억 원, 2013년 110억 원이다. 일가가 쏟은 대금이 총 250억 원이 넘는다.

씨케이는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가치 하락을 손실로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그네틱스 지분의 경우 장부가가 2016년 말 기준 40억 원 대로 초기 매입 당시보다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씨케이는 장 회장이 가족단위로 계열사 지분을 관리 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마침 공정위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순환출자해소 필요성이 부각되자 씨케이를 활용해 고리해소와 승계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전문가는 "씨케이가 비상장인데다 외부감사도 받지 않기 때문에 장 회장이 승계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외부 이목을 피해 무상 감자나 대규모 대출 등으로 자녀들에 대한 지원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씨케이 실적 및 재무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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