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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스위스에어의 실패한 M&A전략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08-13 07:38:31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6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1년 10월 2일 오후 3시 45분. 전 세계 공항에 있던 모든 스위스에어(Swissair) 비행기들이 일제히 발이 묶였다. 230편의 비행이 취소되고 애꿎은 수천 명 승객의 티켓이 무효처리되었다. 승무원들의 법인카드가 모두 정지되어 일부는 호텔에서 쫒겨나기도 했는데 모두 사비로 귀국해야 했다. 자금난으로 그 얼마 전부터 세계 각지의 공항에서 항공연료를 모두 현금으로 구입하며 근근히 버텨오던 스위스에어가 7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던 날이다.

스위스를 여행하면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이 8분, 37분 같은 세부 단위로 짜여진 기차 시간표가 거의 완벽하게 지켜진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정밀기계, 정밀화학, 제약산업으로도 유명한 나라고 사람들 사는 모습은 구석구석 빈틈없이 완벽하다. 이 점에서 스위스는 독일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UBS를 위시한 막강한 은행들이 산업을 뒷받침한다. 그런 스위스를 대표하는 항공사가 도산한 것은 당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31년에 두 개 항공사의 합병으로 출범했던 스위스에어는 이름과 달리 처음부터 민간항공사다. 스위스가 중립국이어서 스위스에어는 세계 각지에 취항하지 못할 곳이 없었고 스위스가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환승승객 유치에 강점이 있어 1960년대부터 크게 도약했다. 1970년대 초에는 ‘나는 은행'(The Flying Bank)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별명은 은행의 나라인 스위스 회사가 고가의 자산을 보유하고 유동성이 대단히 풍부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인데 사실은 회사가 항공운송업보다 자산운용업에 더 치중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스위스에어의 고난은 1980년대에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항공운송업은 규제산업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성공사례를 따라 유럽에서도 규제완화가 시작되었다. 더불어 1980년대 후반 유럽통합의 여파로 80개의 새 항공사가 출현해 경쟁이 극심해졌다. 그러나 스위스가 1992년에 국민투표로 EU 가입을 거부함으로써 스위스에어는 유럽통합과 규제완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스위스에어는 먼저 수하물 관리, 기내식, 항공기 정비, 면세점, 호텔 같은 관련 업종에 직접 진출한다. 심지어는 택시회사도 만들었다. 그리고 스위스에어는 M&A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기로 하고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브리티시와 합병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이른바 ‘사냥꾼 전략'(Hunter Strategy)을 채택했는데 이 전략은 대형 항공사와의 합병이 아닌 유럽 각국의 다수 중소형 항공사(파트너)들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전략이었다. 목표는 유럽시장의 20%였다.

이 전략의 핵심은 파트너들은 스위스에어의 브랜드 파워와 금융능력의 혜택을 누리고 스위스에어는 유럽 각국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스위스에어는 파트너들에게 수하물 관리를 비롯한 스위스에어의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 스위스에어는 침몰하게 되었다. 이 전략의 가장 큰 맹점은 다수의 M&A에서 발생하는 스위스에어의 재정부담이다. 지분출자와 자금지원 부담으로 스위스에어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그러면서도 파트너들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하지도 못하였다. 나아가 스위스에어가 인수하거나 출자한 파트너들의 경쟁력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이 회사들은 다른 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된 2군, 3군이었기 때문에 스위스에어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잠식하는 역할을 했다. 결국 서로 힘들게 하면서 청산할 수는 없는 ‘취약한 상호의존'이라는 덪에 걸려버렸다.

도산한 스위스에어는 상호를 ‘Swiss International Air Lines'로 바꾸고 계열사 크로스에어(Crossair)에 대부분의 자산을 넘겼다. 지금 스위스항공을 검색하면 이 회사가 나오는데 오늘날의 스위스항공은 크로스에어가 모태인 셈이다. 스위스항공은 2005년에 유럽 최대의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인수해서 루프트한자그룹의 계열회사가 되었다.

스위스에어 사례는 불리한 규제환경을 독창적인 M&A전략을 통한 국제화로 극복해 보려다 성공하지 못한 사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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