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계열 삼광글라스, 캔 사업 매각 배경은 주요 거래처 하이트진로 부진에 덩달아 실적 악화…매각 대금으로 재무구조 개선 전망
박기수 기자공개 2019-07-23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2일 13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그룹 계열의 삼광글라스가 부수 사업이었던 캔 사업 부문을 과감히 매각한다. 변화하는 국내 맥주 소비 트렌드에 더 이상 사업 영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선제적 결단을 내린 셈이다. 현금 뭉치를 쥔 삼광글라스는 매각 대금으로 재무 개선을 단행함과 함께 본업인 유리 사업에 대한 역량을 제고할 전망이다.22일 업계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지난 19일 캔 사업 부문을 단순 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삼광캔'을 설립하고, 삼광캔의 지분 전량을 한일제관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처분 금액은 510억원이며 처분 예정 일자는 2019년 10월 10일이다.
삼광글라스의 캔 사업 부문은 음료 및 주류용 알루미늄 캔을 생산해왔다. 다만 회사의 주력 사업이 아니다 보니 기타 캔 사업 제조업체(△한일제관 △롯데알미늄 △테크팩솔루션)보다 생산 능력이나 점유율이 비교적 낮다는 특징이 있었다. 생산 제품도 음료수 캔보다는 맥주용 '뚱뚱한 캔' 한 종류만을 주로 생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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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업체들보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불리한 와중에 국내 맥주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도 뼈아팠다. 소비자들이 국내 맥주 대신 수입 맥주를, 하이트진로 맥주 대신 OB맥주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하이트진로를 주요 거래처로 삼는 삼광글라스 캔 사업 부문은 실적 하락에 직면해야 했다.
캔 업계 관계자는 "삼광글라스 캔 사업 부문의 거래처는 하이트진로와 CJ, 롯데칠성음료 등 다양했으나 주력 거래처는 하이트진로"라면서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이 늘면서 OB맥주와의 거래 라인을 다져놓지 못한 삼광글라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실적 하락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15년까지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던 캔 사업 부문은 2016년 7억원까지 영업이익이 떨어지더니 이듬해부터는 적자로 전환했다.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쌓인 누적 적자액만 172억원이다. 매출도 2015년 1038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부터 840억원대로 하락했다.
'본업'인 유리 사업 부문이 분전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지난해 유리 사업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41억원, 마이너스(-) 229억원으로 본업에서조차 고전하고 있던 삼광글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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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부진을 지속하면서 삼광글라스의 재무 상황도 지속 악화했다. 한 해 사업으로 버는 돈보다 보유하고 있는 차입금의 이자 비용이 더 많은 상황이 3년 이상 지속했다. 금융기관 등의 상환 압박도 그만큼 거세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말 삼광글라스는 2219억원의 단기차입금을 포함해 11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한 당시 삼광글라스의 금융비용부담률(전체 매출 대비 차입금 이자 비용 비중)은 3.9%였다. 이후 금융비용부담률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영위했으나 영업이익률은 급격히 낮아져 둘의 차이는 계속 벌어져 왔다. 2016년 2.7%포인트였던 두 비율의 차이는 작년 12.2%포인트(영업이익률 -8.7%, 금융비용부담률 3.5%)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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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광캔 매각으로 삼광글라스는 재무 구조에 숨통을 틀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광글라스의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캔 사업 매각으로 쥔 현금의 주 용도는 재무 개선일 것"이라며 "삼광캔이 경쟁력이 부족한 후발 주자 업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삼광글라스가 캔 사업을 매각하고 유리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선택과 집중' 면에서 바람직한 선택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각 직후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 상의 변화는 미미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할 계획서에 따르면 분할 후 삼광글라스의 부채비율은 183.5%다. 분할 전 부채비율은 193.3%로 약 10%포인트가 하락한다. 삼광캔으로 이전되는 차입금도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순차입금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말 삼광글라스의 차입금의존도와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53%, 150%다.
한편 삼광글라스는 이우현 OCI 부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수영 전 OCI 회장의 동생 이복영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복영 회장이 지분 22.18%를 보유해 최대주주며 OCI와의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다. 같은 OCI그룹으로 묶이기는 하지만 그룹 내에서 OCI 계열과 삼광글라스 계열이 확실히 구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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